"OOO동 XXXX동이죠? ㅁㅁ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요. 전기료가 지난 달에 비해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서요."
혹시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전화를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하, 그런 일이 저에게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번 겨울을 맞아 야심차게 구입한 '밀(mill) 컨벡터' 때문이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해 11월, 겨울을 앞둔 시점에 월동 준비를 위해 수많은 난방 기구를 비교한 끝에 '밀 컨벡터'를 선택했었죠. 그 결과물이 '영화 18도 찍는다는 올 겨울, 월동 준비로 '밀 컨벡터'를 추천합니다'라는 글에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밀' 컨벡터는 노르웨의 국민 온열가전 브랜드입니다. 심플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죠. 전기 난료 등과 같이 공기를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공기를 '데우는' 방식, 즉 대류의 원리를 이용한 난방 기구입니다. 따라서 라디에이터처럼 공기가 (거의) 건조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모델은 1200PT(3~5평), 1500PT(4~6평), 1900TX(7~8평)까지 3종류가 있는데, 저희 집은 전용면적이 25평에 층고도 높은 편이라 과감하게 신제품인 1900TX를 구입했었죠. 어리석게도 '밀 컨벡터' 하나로 집 전체를 따뜻하게 하려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배송된 '밀 컨벡터'를 주방과 거실 사이에 떡하니 배치하고 과감하게 난방을 시작했습니다. 사용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하루에 대략 6시간 정도 작동시켰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1~2시간, 오후 1~2시간, 저녁 이후에 2~3시간 쯤 될까요?
그 결과, 11월 세대전기료가 무려 140,760원이 나왔습니다. 컨벡터를 사용하지 않았던 11월 27,860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죠. 작년 11월에는 30,140원이었거든요.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올 만도 합니다. 계량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누진세가 붙은 거죠.
물론 저에게도 나름대로의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도시가스비를 줄이기 위해 난방 기구를 구입한 것이니, 전기료가 올라도 가스비가 줄어든(상태에서 더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면 이득이니까요. 다행히 도시가스비는 작년 대비 적게 나왔더라고요. (2023년 93,920원, 2024년 27,450원)
세대전기료 : 30,140원(2023년) → 140,760원(2024년)
도시가스비 : 93,920원(2023년) → 27,450원(2024년)
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에 비해 난방비를 더 쓴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죠. 물론 작년보다 좀더 따뜻했던 건 사실입니다만, '밀 컨벡터'를 20일 정도만 사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훨씬 더 벌어졌을 테니 말입니다. 따라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적절한 사용을 고려하게 됐죠.
결국 '밀 컨벡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난방 기구는 집 전체를 덥히는 데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보조' 난방 기구라는 걸 간과했던 겁니다. 또, 모델에 따라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이 정해져 있고,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 거실에 두고 사용하는 건 바보짓이었다는 고백입니다.
그 이후로 '밀 컨벡터'는 아침 시간에만 1시간 작동시키고, 잠들기 전에 안방을 데우는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좁은 면적은 귀신같이 그리고 순식간에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도가 높아요. (작정하고 틀면 거실과 주방의 온도도 몇 도씩 높이던 녀석이니까요.)
그렇게 사용 용도를 전환했더니 전기료도 97,780원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도시가스비도 101,660원으로 작년 192,950원 대비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1월 사용료는 얼마가 나올지 기대(혹은 걱정)이 됩니다. 처음처럼 폭탄을 맞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공포감을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희 집처럼 외풍이 있는 구축 아파트라면 가스 보일러만으로는 난방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라 보조 난방 기구가 필수일 텐데요. 분명한 건, '밀 컨벡터'는 좁은 공간을 덥히기에는 최고의 효율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다만, 누진세를 고려해 적절한 사용 제한이 필요하겠죠.
저는 '밀 컨벡터'의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신나게 사용하다가 전기료 폭탄을 맞긴 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실전을 통해 배우며 적절한 사용법과 효율적인 사용시간을 배우는 거죠. '밀 컨벡터' 구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