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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의 전성시대, <듀얼>은 왜 주춤할까?

너의길을가라 2017. 6. 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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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범죄수사 장르물의 전성시대라 할 만 하다. 그만큼 많은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SBS의 경우에는 연속해서 장르물을 배치하며 재미를 제대로 봤다. 지성의 열연이 돋보였던 SBS <피고인>(최고시청률 : 28.3%),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 눈부셨던 SBS <귓속말>(최고시청률 : 20.3%), 극본과 배우들의 조합이 절묘했던 OCN <터널>(최고시청률 : 6.490%)의 경우에는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tvN <시그널>의 아류라는 의심(?)을 받았던 <터널>은 그것이 섣부른 오해였음을 증명하며 시청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장르물의 성적이 좋은 건 아니다. 그 뒤를 이은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은 '외계인 미스터리'와 '미래 사회'라는 신선한 이야기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2%대의 시청률에 그치고 있고, OCN <듀얼>도 1.938%(2회)라는 냉담한 반응 속에 반전을 꾀하고 있는 처지다. 두 드라마의 시청률이 급반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장르물 운명의 키는 조승우와 배두나가 출연하는 tvN <비밀의 숲>(10일 방송 예정)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듀얼>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 것일까. 1회 2.028%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오히려 더 떨어져 1.938%를 기록했다. 약간의 차이지만, 1%대의 시청률이라는 수치는 상당히 비참하게 느껴진다. 전작인 <터널>과 비교하면 좀더 명확히 이해가 된다. <터널>은 1회(2.760%)부터 제법 높은 시청률로 시작해서 2회(3.131%)에는 완전히 탄력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게다가 <듀얼>은 <터널>이 착실히 모아왔던 시청률 6.490%(마지막 회)를 밑천으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 가지 추측은 역시 장르물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을 가능성이다. 아무래도 범죄와 수사를 다루는 장르물의 어두운 분위기는 시청자들을 긴장시키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것이 아무리 연출된 영상이라 하더라도 살인을 비롯한 끔찍한 범죄들을 접하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당연히 한 텀(term) 정도는 쉬어가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이지 않을까. 결국 지금의 <터널>이 거둬들인 성적은 순수한 장르물 마니아층이 보내고 있는 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외부적인 원인을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자. 좀더 냉정해질 차례다. 이야기의 큰 얼개는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 인간과 딸을 납치 당한 형사의 이야기'인데,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 자체는 제법 흥미롭다. 베테랑 형사 장득천(정재영)은 납치된 자신의 딸 수연(이나윤)을 찾는 과정에서 검사인 최조혜(김정은)와 대립 관계를 형성한다. 핵심은 수연을 납치한 범인인데, 양세종은 복제인간 두 명(악은 이성훈, 선은 이성준)을 연기한다. 얼마나 차별성을 보여주느냐가 드라마 몰입에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밥상이 어떻게 차려졌는지 확인했으니, 이제 반찬들의 '맛'을 확인할 차례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는 좀 식상하고 올드한 편이다. 정재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과격하고 정열적인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 절박함을 꾹꾹 눌러 담은 동물적 연기는 이미 여러 차례 보여준 것이기에 결코 색다르지 않다. 약간의 기시감도 드는데,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 이상현 역에서 보여 줬던 광기어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 장득천을 '오빠'라고 부를 만큼 과거에 밀접한 관계였던 최조혜는 성공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인데, 이를 연기하는 김정은의 연기는 다소 어색하고 딱딱하다. 오랜만의 복귀이기 때문일까. 장득천과 균형을 맞춰야 할 역할임에도 그 카리스마와 무게감이 약해 되레 몰입을 저해한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양세종은 1인 2역을 소화한다. 아직까지 많은 대사를 소화하진 않았지만, 눈빛과 분위기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정재영과 어떤 케미가 형성될지 지켜볼 일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듀얼>에는 <터널>과는 달리 쉬어갈 타이밍이 없다. 숨쉴 틈 없이 밀어붙이는 것도 좋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잠깐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난무했던 터널>에서도 박광호와 김선재의 브로맨스(커플상을 줘도 충분할 만큼의 케미를 보여줬다), 김선재와 신재이의 로맨스, 강력계 팀원들 간의 케미 등이 전개되며 사막의 오사이스와 같은 기능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듀얼>은 시종일관 시청자들을 압박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장득천이 딸 수연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는 수연의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만 한다. 더군다나 '딸이 납치된 상황'이라는 암울한 조건이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라 '숨쉴 틈'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듀얼>의 초반 부진은 결국 각종 '피로감'들이 쌓인 결과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장르물에 대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그리고 꿉꿉한 상황에 대한 피로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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