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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매'의 역습, '환승연애3' 재미없어진 이유 있었다

너의길을가라 2024. 3. 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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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리얼리티'의 시대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웨이브•JTBC '연애남매'이다.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이 예능은 알고 보면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인연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이다. 한 집에 모인 4쌍의 남매들은 서로의 존재를 숨긴 채 혈육의 연인을 찾아야 한다. 'X(전 연인)'을 찾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와 닮은꼴이다.

두 프로그램이 유사한 건 'DNA'가 같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연애남매'는 '환승연애'를 탄생시킨 이진주 PD가 JTBC로 이적하면서 내놓은 첫 예능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이 PD의 차기작인 만큼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색깔이 비슷한 것이다. 어쩌면 '자기 복제'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지만, '연애남매'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혈육의 여친을) 본 적은 있는데 그냥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고."
"내 혈육을 뭐라고 하고 꼬시나? 이런 거 좀 궁금해서 사실."


차별점은 '남매'가 함께 출연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남매 관계는 원수처럼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혈육의 정으로 엮인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다. 서로의 연애에 대해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상담사의 역할을 맡거나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연애남매'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남매 출연자들은 서로의 데이트 상대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공감을 하게 된다.

이진주 PD는 "따뜻하고 가벼운 시트콤처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는데, 결국 현실 남매의 케미가 프로그램의 흥망을 결정지을 요소인 셈이다. 첫회 시청률은 0.81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했고, 주말 웨이브 예능 장르 신규유료가입견인 지수 1위를 기록했다.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 PD의 섬세한 연출력이 호평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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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진주 PD가 떠난 '환승연애3'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여전히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티빙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확연히 임팩트가 약하다. 성해은, 이나연, 정현규 등을 배출했던 '환승연애2'와 달리 화제를 모으는 출연자도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환친자('환승연애'에 미친 자)'를 양산했던 '환승연애'의 부침은 무슨 까닭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출연자들에 대한 아쉬움과 늘어지는 연출이다. 우선, 출연자들의 매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띠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다보니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유정과 주원은 일찌감치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광태와 서경은 플러팅만 하는 캐릭터로 미운털이 박히고 말았다.

연애 리얼리티의 특성상 여러 커플이 출연한다고 해도 메인 서사를 이끌어 가는 확실한 주연이 필요한 법인데, '환승연애3'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 '과몰입'을 유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성패가 갈리는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실이 크다. 지나치게 시선이 분산되어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둘 곳이 없다.

'환승연애3'의 경우 ENA '나는 솔로'에 비해 출연자들이 훨씬 더 긴 기간을 함께 보내는데도 케미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직장 생활이나 학업 등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 촬영을 하는 것이라 해도 콘텐츠가 지나치게 부실하다. 휘현의 경우에는 시험 공부를 하느라 프로그램에 충실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상황적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무려 13년 동안 연애를 했던 동진-다혜 커플 등 메인 서사로 삼을 만한 내용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제작진은 이 부분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 동진이 철저히 선을 긋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영리하고 섬세하게 잡아내지 못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상황을 늘어지게 편집한 탓에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밖에도 '메기'를 허무하게 등장시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X를 공개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전 시즌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메기'를 총 4명(제주도에서 2명)이나 투입시킨 부분도 혼란을 자초했다. 가뜩이나 정돈이 안 된 상황에서 시선은 더욱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진전이 없는 '환승'에 시청자들은 '탈(脫) 환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연애남매'의 역습을 보면 이진주 PD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로 떠난 '환승연애3'가 잃어버렸던 긴장감과 몰입감을 되찾아 이 PD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지, '연애남매'의 발랄한 에너지가 '환승연애' 시청자들의 환승을 유도할지 그 결과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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