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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14일'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너의길을가라 2014. 3. 2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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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반전의 미학'을 떠올리게끔 하는 스릴러 드라마다. 매회마다 유력한 용의자를 공개하지만, 이내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앙큼함을 보인다. 이제 시청자들은 눈치를 챘다. 유력한 용의자는 진짜 범인이 아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그러한 과정이 '뜬금포'는 아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조승우 분)의 관계를 형성한다든지, 기동찬의 형과 관련한 숨겨진 에피소드가 존재한다는 암시를 한다거나 김수현의 남편 지훈의 '불륜'이 밝혀지고, 그 너머에 또 다른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이 언급된다.

 

8회가 방송된 현재까지 '제거'된 용의자는 세 명으로 연쇄살인마 교사(강성진 분), 소아기호증 환자 장문수(오태경 분), 남편 지훈의 내연녀 민아(김진희 분)다. 이들을 용의선상에서 '제거'하는 과정에서 드라마는 '탄력'을 얻어가고 있다. 자칫 '반전 피로감'이 생길 법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제작진이 영리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가고 있는 듯 하다.

 


'허술한 설정'에 대한 애정 섞인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필자는 이 부분을 딱히 지적할 생각은 없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시청자 밖에 없는 것 같다"는 '비명'은 예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67분짜리 드라마 2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소 억지스럽거나 허술한 부분이 연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만큼 '신의 선물-14일'은 재미있다. 또, 배우들의 열연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하기도 하다.

 

드라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하자. '신의 선물-14일'은 드라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들이 풍부한 드라마다. 예를 들어, 기동찬의 형에 대한 사형(死刑) 집행과 관련해서도 곱씹어 볼 여지가 있다. 정부는 여론의 압박에 따라 본보기로 '사형 집행'을 고민한다.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기동찬의 형이다. 


향후 드라마에서 다뤄지겠지만, 아무래도 기동찬의 형은 자신의 범죄 이외에 다른 누군가의 범죄도 함께 뒤집어 쓴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 썼다기보다 '안고 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오판의 가능성은 사형제 반대의 주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과 정부이 고작(?)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등 카드로 사형 집행을 꺼내들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고민은 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외국의 시선과 여론의 압박 사이에 묶여 있다. 

 


이런 건 어떨까? '신의 선물-14일'이 가끔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은 엄마인 수현의 태도이다. 수현은 14일 후 자신의 딸이 살해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임 워프'를 통해 2주 전으로 돌아온 수현은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만, 정작 돌아오는 건 운명의 무지막지한 실현력, 그 절대성이다. 한편, 수현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남편조차 그를 믿지 않았다. 함께 타임 워프를 경험한 기동찬 말고는 아군이 없는 상황이다.

 

딸을 지키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모성애를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딸을 '부속화(附屬化)'시키는 엄마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샛별이를 '위해서' 외국으로 데려가보려고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그 앞에서 울기도 한다. 정작 샛별이는 그 이유를 모른다. '엄마가 왜 이럴까?'라고 과민해진 엄마를 이상하게 여길 뿐이다. 

 


드라마 설정상 샛별이는 9살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 나이에 '죽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자신의 딸에게 '죽음'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또, 피하고 싶은 일일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샛별이는 '곧' 죽게 된다. 죽음을 맞아야 하는 당사자인 샛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죽음에 한 발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타임 워프' 따위를 '어른'들이 믿어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9살 샛별이는 엄마의 말에 귀 기울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샛별아 놀라지 말고 들어줘. 너도 잘 안 믿기겠지만, 엄마가 2주 후에 네가 나쁜 사람 때문에 위험해지는(죽는) 걸 경험하고 왔어. 전후사정을 따져보니까 그게 꿈이 아니라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그래서 그런 거니까 샛별이가 엄마를 좀 도와줘" 


만약 수현이 샛별이에게 차분히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샛별이가 지금처럼 '돌발적인 행동'을 조금은 자제하게 되지 않을까? 무방비로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않았을 테고, 낯선 사람에게 문신을 그려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옷장 속에 위험한 물건('네메시스'라는 게임 관련 물건)을 숨겨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드라마의 재미가 급격히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걱정마. 엄마가 다 해결할게.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부모들은 매사에 아이들을 이렇게 설득한다. 아니, 제압한다. 아이의 모든 삶에 대해서 부모들은 그렇게 개입한다. 아이들의 의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에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그렇다면 어째서 목숨이 왔다갔다할 만큼 급박하지 않은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걸까?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샛별이를 살리기 위해서 사투(死鬪)를 벌이는 수현의 모습을 보면서 '슈퍼우먼 엄마'의 위대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엄마의 모습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신의 선물-14일'은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드라마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 풍성한 드라마다. 부모와 아이들 간의 관계 혹은 소통방식도 분명 그 중의 하나이리라. '신의 선물-14일'의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를 통해 각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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