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타 한세계(서현진)는 한 달에 한번씩, 특정한 주기가 되면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건 은유가 아니다. 정말 모습이 변한다.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마법 같은 현상이 한세계의 세상에선 펼쳐진다. 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노인이었다가 아이였다가, 심지어 외국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발병했던 그 이상한 병을 한세계는 10년째 앓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한세계에게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일주일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온갖 루머들이 생겨났고, 그의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신비주의'는 감지덕지한 수식어다. 생방송을 펑크내거나 갑작스러운 잠적으로 인해 방송가에 낙인이 찍혔고, 엄청난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쩌면 배우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직장인은 애초에 될 수 없었을 테니까.
2015년 여름에 개봉했던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2018년 가을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개봉 당시 205만 7896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뷰티 인사이드>는 많은 관객들에게 '예쁜 영화'로 각인돼 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모습이 변하는 남자(우진)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이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는 흡인력이 있었고, 영화 속 장면들은 마치 CF를 연결해 놓은 듯 아름답고 고급스러웠다.
JTBC <뷰티 인사이드>는 '얼굴이 바뀐다(다른 사람이 된다)'는 콘셉트를 가져오긴 했지만, 세부적인 설정들을 많이 수정하면서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우선, 영화에서는 남자가 변화의 주체라면, 드라마에서는 여자가 변화의 주체다. (서현진은 1회와 2회에서 손숙, 김준현, 김성령 등으로 변했다.) 주인공의 성별이 달라지면서 관점과 시선에서 큰 차이가 불가피해졌다.
또, 영화에서는 매일마다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었다. 그래서 우진은 어떻게든 잠을 자지 않으려 애쓴다. 얼굴이 바뀌면 이수가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반면, 드라마에서는 한 달에 일주일씩 바뀌는 것으로 변경됐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야 할까? 어찌됐든 그 일주일만 제외하면 '자신'이라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한세계는 잠깐의 일탈을 견뎌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듯하다.
2시간짜리 호흡의 영화를 16부작의 드라마로 늘려 놓았으니 뭔가 새로운 설정이 필요했을 터. <뷰티 인사이드>는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 서도재(이민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세계와의 로맨스를 그려 나간다. 얼굴이 바뀌는 여자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의 조합은 제법 '천생연분'이라 할 만 하지 않은가. 과연 그들은 '외면(外面)'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뷰티 인사이드>는 사랑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內面)을 향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아무리 얼굴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영화는 애초부터 '잘 생긴 배우(박서준, 서강준, 유연석, 이동욱, 이진욱 등)'와 '못 생긴 배우(김대명, 김상호, 김희원, 배성우, 조달환)'를 명확히 구분짓고, 전자를 로맨스에 활용하고 후자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에서 소비한다.
또,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나 엔딩의 청혼 장면 등 중요한 장면마다 '잘 생긴 배우'들을 투입하면서 결국 '외면이 중요하다'는 속마음을 들켜 버렸다. 자기 모순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주장에 매몰된 나머지 '외면'과 내면'을 쉽사리 분리하는 섣부른 이분법에 갇혀버리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감(五感)의 경험을 통해 발현되고 성장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1회 시청률 2.882%(유로플랫폼 전국기준), 2회 시청률 2.827%로 무난한 출발을 했다. 1회에서는 한세계의 입장이, 2회에서는 서도재의 입장이 그려지면서 빠르게 이야기의 틀을 잡아 나갔다. 무엇보다 서현진의 다채로운 연기가 눈길을 끈다. 영화가 풀지 못했던 이런 물음들을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사뭇 궁금하다. 약간의 유치한 분위기를 어떻게 다잡아나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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