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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넘긴 정우성,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진 배우가 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 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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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다른 유형의 '어른' 양현석과 정우성, 누가 진짜 어른인가?)을 전면 수정한 글입니다.



나이 마흔을 가리키는 말, 불혹(不惑).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사십 해쯤 살다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시비분변(是非分辨)을 할 수 있고, 감정을 절제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다는 의미다. 만약 불혹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달려가 '정말 그런가요?'라고 물어보면 '그게 말이 되냐?'며 오히려 타박을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불혹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실수하고 고민하고 방황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찌됐든 간에 마흔 살이 되면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징징댈 수 없고, 남탓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나이가 되면 '기성 세대', 달리 말하면 '어른'이라 불러도 무방할 테니 말이다. 그때부턴 '책임'이 있다.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한 책임,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 더 살기 좋은 세계를 물려주지 못한 책임 말이다. 그래서 두렵다. 불혹이라는 나이가 말이다. 그렇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걸음씩밖에 움직일 수 없으니까 말이다.



여기 참 멋지게 나이 든 배우가 있다. 형언할 수 없는 '잘생김'이 가득한 얼굴에 우수에 찬 '눈빛' 하나로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배우, 청춘의 우상과 동의어였던 그 배우가 어느덧 '불혹'을 넘어 '어른'이 됐다. 여전히 미소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40대 중반의 기성 세대로 접어들고, 영화계에서 선배 대접을 받는다. 나의 직업을 통해 세상에 어떤 소통을 하고,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부딪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반(反)민주적인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내게 됐고, 어처구니 없는 시국과 관련해 쓴소리를 하게 됐다. 그래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쯤에서 이름을 밝히기로 하자. 바로 아티스트컴퍼티의 대표이자 배우인 정우성이다. 그는 73년 생으로, 불혹을 넘긴 '어른'이다. 또, 연예계에 오랫동안 발을 딛고 있었던 만큼 '경력(25년이나 된다)'으로도 '어른'이라 할 만 하다. 높은 위상을 지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연예계에 속한 어떤 어른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 정치나 권력 등 다른 쪽은 아예 관심이 없다."며 현실을 외면한다. 정치를 등진다. 그럴 듯 하다. 제법 쿨하게 들린다. 물론 연예계에 속한 사람들은 '공인(公人)'이 아니기에 자신의 영역이 아닌 정치나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말할 의무나 책임은 없다. 그들은 그저 유명인일 뿐이니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 살기에도 바쁜 게 인생인데, 정치나 권력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답할 수 있다.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당신이 틀렸다고.


당연하게도 우리의 삶은 '정치'에 귀속된다. 좁게는 어떤 대통령을 뽑고, 어떤 국회의원을 뽑고, 어떤 지자체장을 뽑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뒤바뀐다. 방향성이 달라진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팽배해진 결과가 어떠했는가. 정치를 소수의 기득권 집단에게만 맡긴 결과가 어떠했는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참담한 지경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라는 생각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닐까.



"박근혜 나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정우성은 <아수라>에 이어 <더 킹>에 출연하면서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부패한 권력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20일 있었던 <아수라> 단체 관람 행사의 무대인사 도중에 극중 자신의 대사를 패러디 해 "박근혜 나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 정치권과 검찰의 유착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더 킹>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어느덧 제 나이도 기성 세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지 고민했다"며 대답했다.


'어른'으로서의 자각,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최근 정치적(?)인 발언들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물음에 대해서는 "나는 상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적 발언이라고 이해되는 사회가 잘못됐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건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상식이 안 통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서로에게 불만 생긴다. 이제는 상식적인 것을 말하면 이상하게 취급 당한다.( <스타뉴스>, 정우성 "정치적 발언? 블랙리스트?..상식을 이야기 한 것")"고 자신의 소신을 담담히 밝히기도 했다. 



"체제와 자기 권력 유지, 이해와 충돌되는 이야기를 하면 종북으로 모는 색깔론은 이 시대에도 하고 있다. 자기들이 쟁취한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라는 의미다.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 상식에 대한 얘기다. 정권 속 사람들이 얼마나 사익으로 몰고 갔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의 불합리를 얘기한 것이다. 그걸 얘기 못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해럴드경제>, '더킹' 정우성의 세상을 보는 눈)


불혹을 넘긴, 사회적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 기성 세대에 접어든 배우 정우성의 언어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아, 우리에게도 이런 배우가 있었구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대중의 사랑으로 '존재'를 증명하기에,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연예계 종사자라면, 마땅히 정우성처럼 대중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대 정신에 부합해야 하고, 시대 정서와 호흡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기교'만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적 결과물에 어찌 대중들이 진심으로 화답하겠는가. 


"기성 세대로서, 선배로서 저들에게 무엇을 줬을까,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배우 정우성, 그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징징대지도 않고, 변명하지도 않는 '어른'이다. 또,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길을 무소처럼 걸어가는 진짜 배우다. 멀리 할리우드까지 눈을 돌리지 않아도, 우리의 곁에도 이런 멋진 배우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정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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