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30. 돈의 가치를 고민하는 아이유의 어른스러움

너의길을가라 2018. 9. 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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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400회 특집에 출연했던 아이유 -


"제가 일기장을 좀 봤어요, 어제. 마침 스케치북 나온 날, 처음 나온 날, 그때 쓴 일기가 있더라고요. 저는 정작 그날 '망쳤다, 무대 망쳤다'고 써놨더라고요. 그걸 보고 제가 400회 특집에 초대를 받아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뿌듯하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1학년, 17살 조그마한 체구의 소녀가 작디작은 손으로 기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능숙하고 야무지게 연주를 시작했다. 더 놀랐던 건 그의 음색이었다. ‘얼마나 하겠어?’ 시큰둥하게 지켜보다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쇳소리가 약간 묻어 있는 목소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또, 힘이 실려 있었다. 그 또래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어쿠스틱 감성은 놀랍기만 했다. 그저 넋을 잃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매의 눈'을 뜬 건 유희열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방송을 지켜봤던 수많은 사람들이 TV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유'라는 이름을 아로새겼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를 넘어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명징했다. 정작 아이유는 ‘무대를 망쳤다’고 생각했다지만, 정작 무대를 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실망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 아이유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이 된다. 



2008년 9월 18일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데뷔 무대(미니 음반 ‘Lost and Found’ 발매는 9월 23일)를 가졌던 아이유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10년이라니! 2017년은 아이유가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해였다. (물론 그의 정점은 계속해서 갱신될 것이다.)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밤편지’로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사실, 아직 조금 많이 슬픕니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수상소감을 꺼내 놓았던 아이유는 동료 가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상기시키며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던 슬픔의 조각들이 차분히 정리되는 듯했다. 20대의 젊은 뮤지션이 건넨 마지막 인사, "모두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는 그의 성숙한 내면을 분명히 보여줬다. 


아이유에게 2018년은 매우 특별한 해로 기억에 남은 것이다. 자신의 주영역인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그가 인생작이라 할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바로 tvN <나의 아저씨>였다. 여러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아이유는 따뜻한 힐링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연기자 이지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속에서 이지은은 극중 캐릭터 ‘이지안’ 그 자체였다. 분명한 터닝 포인트였다. 



음악적 성취, 연기자로서의 성장, 내면의 성숙. 그밖에도 아이유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또 있다. 그건 바로 기부와 선행이다. 아이유는 데뷔 이래 꾸준히 사람들에게 ‘좋은 날’을 선물해 왔다. 2011년 6월 9일 열린 '다문화 가정돕기 희망콘서트' 출연료를 기부했고, 6월 18일 데뷔 1004일을 기념하는 팬미팅의 수익금 역시 기탁했다. 또, ‘첫사랑이죠’, ‘사랑을 믿어요’, 얼음꽃’의 음원 수익금을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수익을 기부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와 그 구성원들을 살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아이유의 기특한 행동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유는 2014년 4월부터 6월까지 열었던 소극장 콘서트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해 기부했다. 당시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지금의 카카오M)은 “(아이유가) 세월호 피해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돕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모교인 동덕여자고등학교(아이유는 96회 졸업생이다.)를 향한 애정도 꾸준하다. 아이유는 2013년 후배들을 위한 도서 구입비로 사용해 달라며 발전기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의 대학등록금 지원을 위해 2000만 원~2500만 원의 장학금(‘아이유(이지은)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쯤되면 기특함을 넘어 그 어른스러움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예전에 비해 많이 벌고 있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커져 돈의 가치를 잃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했다. 오랜 생각 끝에 지금 이상의 재산은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부모님도 나의 뜻에 동의해주셨다." -2015년 9월 패션 매거진 <쎄씨>-


숨이 차지만 좀더 이어가보도록 하자. 어린이날을 앞둔 올해 5월 3일, 아이유는 글로벌 아동복지 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원이라는 큰 돈을 기부했다. 한편, 아이유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건 처음이 아니었는데, 2015년 5월 5일 한부모 밑 조손가정의 아동을 위해 1억을 기부한 적이 있다. 또, 5월 16일에는 농아인협회에 ‘어르신들을 위해 써달라’며 5천만 원을 기부했다. 


아이유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올곧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방영됐던 JTBC <효리네 민박1>을 통해 엿본 아이유는 분명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체구만 작을 뿐 누구보다 큰사람이었다. 무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연예계라는 결코 녹록치 않은 세계 속에 머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유, 아니 사람 이지은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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