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버락킴의 맛집] 12. 합정 ‘천이오겹삽’을 다녀오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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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이 좋기로 이름난 음식집'을 흔히 '맛집'이라 부른다. 그런데 맛집이라 소개된 곳에 가면 으레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입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많이 소개된 곳을 위주로 찾아가는 편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다수결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지만, 다수의 의견이라 해서 항상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맛집도 마찬가지다. 낙담하지 않기 위해 많은 포스팅을 두리번거리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낚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합정 삼겹살'로 검색을 하면 '천이 오겹살'이 가장 많이 눈에 띤다. '서교동에서 가장 오래된 삼겹살집'으로 유명하다. 무려 15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제법 신뢰가 간다. 오래된 곳은 오래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잘못된 운명(?)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천이 오겹살'은 합정역 2번 출구(2호선)로 나오자마자 '파리바게트'를 낀 골목으로 조금만 직진하면 발견할 수 있다. 한 50m쯤 될까. 가게는 기울어진 지대를 그대로 활용한 건물의 1층과 반지하를 겸한 형태다.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내부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확실히 장사가 잘 되는 집이다. 

​문제는 통풍이다. 건물 형태 때문인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내부에 연기와 냄새가 가득 들어차 있다. 작은 환풍기로는 역부족이다. 겉옷이야 비닐 봉투에 담아두면 된다지만, 티셔츠와 바지는 그대로 사망이다. 고깃집에 가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욱한 연기는 식욕을 뚝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맛집'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손님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분명 엄청나게 맛이 있을 거란 믿음이었다. 우선, (냉동)삼겹살을 2인분만 주문했다. 요즘 유행(?)하는 두꺼운 삼겹살이 아니라 얇은 삼겹살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엔 특히 찾기 어려운 삼겹살이기에 과감히 오겹살을 포기했다. 

사장님의 말로는 원래 오겹살로 유명해졌지만, 최근에는 삼겹살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최근에는 거의 비슷하게 주문된다고 한다. 테이블에 간단한 반찬들이 세팅된 후, 불판 위에 한쪽에는 고기가 한쪽에는 김치, 파채, 콩나물, 무채가 올라갔다. 비주얼이 제법 먹음직스럽다. 

맛이 어땠냐고? 솔직히 말하면 '보통(보다 아래)'이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삼겹살은 지나치게 얇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만 더 도톰했더라면 씹히는 맛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김치 등은 간이 썩 맛깔스럽지 않았고, 고기의 맛도 좋다고 하긴 어려웠다. 가장 맛있었던 건 '마늘'이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천이 오겹살'은 장사가 잘 되는 걸까? 비결은 '가격'이었다. 삼겹살 1인분에 10,000원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가게들을 압살하는 정도다. 인근의 '제주삼다돈'은 삼겹살 1인분에 15,000원이고, 웬만한 곳은 13,000원에서 1,4000원인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그러다보니 저렴한 가격에 고기와 술을 곁들이고 싶은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고기의 맛을 음미하기보다 시끌벅적한 옛스러운 분위기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데이트를 할 생각이라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곳이고, 친구들과 함께 부담없이 즐기기엔 적당하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해 온 오래된 식당은 그만큼 많은 손님들을 불러모았고, 그 중에 일정한 비율의 손님들이 포스팅을 남겼다면 글의 양도 만만치 않을 터. 오래된 식당일 경우에는 많은 포스팅만 믿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바쁜 만큼 직원들도 지쳤는지 친절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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