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박노자로부터 듣는 노르웨이의 출산(육아) 복지 시스템

너의길을가라 2012. 7. 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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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박노자'와 '박노자'라는 텍스트는 여전히 내게 큰 스승입니다.
일부 자유주의자들 중에는 그에게 '좌파근본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박노자 읽기'를 그만둔 이도 있지만.. 그건 일종의 오만 아닐까요?
 
이제부터 '박노자'를 인용하고자 하는데, 국내 정세와 관련된 부분은 피하고, (100% 공감하는 것이 아니기에) 노르웨이의 복지와 교육에 대한 그의 말(경험)을 옮기고자 합니다.
  
내용이 좀 긴 편인데, 인내를 갖고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우선, 노르웨이의 육아 복지 시스템부터! 특히 여성들 입장에선 정말 부러운 시스템일 듯.. 좀 길지만 한 번 읽어보시길..^^*

 

박노자 :  

··· 임신한 걸 확인한 뒤, 아내는 저희가 사는 지역의 보건소에 등록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초음파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저희들 개인 비용이라곤 한 푼도 들지 않았죠. 아내는 음악교사인데, 예상 출산 날짜에 앞서 3주 전에 학교에서 유급휴가를 받아 그때부터 완전히 출산 준비에만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노르웨이 법으로는 출산 관련 유급휴가란 46주 정도입니다. 만약 월급의 80퍼센트에만 만족한다면, 56주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10주를 아버지가 받아야 하는데, 언제 받는가는 부부 사이의 합의에 따라 본인이 알아서 결정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부가 함께 휴가를 받기 때문에 출산휴가라고 하지 않고 부부휴가라고 부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직장에서 무조건 복지휴가라는 이름으로 2주의 유급휴가를 추가적으로 주니까 급한 불은 충분히 끌 수 있기 때문이죠. 아내의 경우에는, 출산 이전의 3주와 출산 이후의 6주는 의미적 출산 휴가에 속하기 때문에 그걸 제때에 받을 의무가 있습니다. 나머지 37주는 본인이 알아서 기간을 정해 받는 것입니다. 좌우간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출산 3주 전부터는 직장 등을 다 잊고 거의 8개월간 아이를 챙기는 데에만 전념해도 되는 것이죠. 물론 월급도 그대로 받고 원래의 직장에도 당연히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아는 현지인 부부 대부분은 아이를 두세 명씩이나 키우고, 아이 키우는 즐거움을 인생 최고의 낙으로 삼죠.

 

출산이 임박했을 때 저와 아내는 저희들이 사는 곳의 종합병원으로 가 출산과에서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절대다수의 남성 배우자들이 여성의 출산과정에 꼭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심부름을 해줍니다. 출산과에서는 남성 배우자에게까지 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도서관까지 다 갖춰져 있습니다. 출산을 준비하면서 문화 생활을 하도록요. 


출산 과정이 끝난 뒤에 저희 두 사람은 같은 병원 다른 층의 산후조리과 가족실로 옮겨졌습니다. 거기에는 통산 이틀에서 나흘까지 지내게 되어 있는데, 하는 일은 수유 훈련부터 산모와 신생아의 혈액 검사, 황달 감염검사 등까지입니다. 역시 담당 간호사가 배정돼 언제든지 수유기술의 문제라든지 분유를 가장 효과적으로 타는 법이라든가 등등을 일대일로 상담받을 수 있어 초보 부모에게는 거의 '생존 훈련'에 가깝습니다. 

 

산후조리과에서 만나는 산모들은 대단히 피곤해 보였지만, 무한한 여유로움 역시 풍겨왔습니다. 그들은 출산이라는 인생의 꼭대기에 올라가 그 산행을 즐기고, 사방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출산과도 산후조리과도 다 무료였습니다. 병원에 왕래하면서 쓰게 된 택시요금까지 사회복지 사무실에서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노르웨이의 사회제도를 무조건적으로 찬양할 생각은 없습니다. 노르웨이도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분이고, 노르웨이 사람들이 즐겁게 타는 자전거를 만드는 중국노동자들에게 노르웨이의 풍요로운 복지제도의 이야기는 그림 속의 떡일 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죠. 기업들과 부자들이 세금만이라도 제대로 내고, 국민이 낸 세금을 4대강 죽이기와 북조선 동포를 죽일 무기를 사재기하는 데 쓰지 말고 민중의 기초적인 복지에 쓴다면, 이렇게 고통이 많을 수밖에 없는 출산도 어느 정도까지 즐겁고 여유로운 일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여유라는 것은 계급투쟁에서 나름의 성과를 쟁취한 노동자들에게 생길 수 있는 것이겠죠. 지배자들에게 '하사'받는 게 아니고 싸워서 얻는 것입니다.

 

- 박노자 + 지승호,『좌파하라』中 - 


어떤가요? 정말 괜찮지 않나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꿈 같은 것이 아니길,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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