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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착하게 살자>, 시청자의 몰입을 깨뜨리다

너의길을가라 2018. 1. 3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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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효과'가 한 주만에 빠져 버렸다. JTBC <착하게 살자>의 하락세가 눈에 띤다. 첫 회만 해도 시청률이 3.487%가 나오면서 호기로운 출발을 했다. '본격 사법 리얼리티' 혹은 '교도소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착하게 살자>는 실제 경찰서, 법원, 교도소에서 촬영을 하면서 높은 현실감을 제공했다. 출연자들이 예기치 않은 죄를 짓고, 그로 인해 교소도에 입감하는 과정에서의 리얼함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특히 '항문 검사'는 압권이었다. 


'교도소 미화'의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일각에선 신선하다는 평도 있었다. 또, 박건형이 인피 교통사고를 낸 지인에게 차를 빌려줘 '범인 도피죄'를 범한 부분에서는 잘 몰랐던 법 지식을 배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반응들이었다. 제법 호기로운 출발이었다.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 시청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거라 예측됐다. 그러나 2회 시청률은 첫 회보다 1.267%나 하락한 2.220%로 나타났다. 



시청률 폭락의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호기심이 충족된 시청층이 일거에 빠져나갔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실제 교도소 내부와 그 실상이 어떠한지 궁금했으리라. <착하게 살자>는 교도소를 춥고, 불편하며, 자유가 없는 곳이라는 '뻔한' 설명을 반복했다. 첫 회를 통해 의문이 상당 부분 해결됐고, 더 이상 시청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시청자들은 이탈을 선택했다. 한걸음 더 들어가보자. 왜 많은 시청자들이 <착하게 살자>에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결국 '딜레마'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착하게 살자>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결코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진지하기만 해선 프로그램이 살 수 없다.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 그 사이에서 헤매다 길을 잃은 꼴이다. 출연자들이 겪는 교도소 생활은 애초부터 협조를 구한 것이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교도소 체험'이라는 핀잔이 나오게 된다. 그 역시 체험이라 놀림받았던 MBC <진짜 사나이>의 리얼함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또, 출연자들의 상황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유병재는 방송 촬영을 하다가 산불을 내 방화죄(뒤에 공소장 변경으로 실화죄로 죄명이 바뀐다), 김보성은 의리와 정의 때문에 물건을 훔쳐 절도죄, 권현빈은 석화가 굴이라는 걸 모른 채 멤버에게 먹여 중상해죄에 의율됐다. 물론 이 모든 상황들은 제작진에 의해 연출된 것이었다. 그럴 듯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궁리한 티가 역력했음에도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다. 게다가 출연자들은 누가 봐도 억울해 보였다. 


심성이 너무도 착한 출연자들은 전혀 '죄인'처럼 굴지 않았고, 실제로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감정이입이 될리 없었다. <착하게 살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착하게 살자'라는 메시지는 공허하기만 했다. 오히려 '죄를 짓지 말자' 쪽에 훨씬 가까웠는데, 명백한 고의에 의한 범죄가 없었기에 오히려 '죄에 얽히지 말자'에 근접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흔들리자,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결적정인 패착은 허경환의 출연이었다. 유병재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허경환은 시종일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실소를 머금게 했다. 연기를 하는 그조자초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순간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던 변호사들의 등장에도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던 팽팽함이 깨졌다. 진지해야 할 재판이 장난처럼 여겨졌다. 이 또한 예능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착하게 살자>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리라. 


익숙해진 교도소 내의 풍경과 생활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 또 다른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극복할 수 없다. (그밖에 가족과의 면회라는 사건도 남아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일 게 뻔하다.) 3회에서는 돈스파이크가 장물취득죄로, 김종민이 사기죄로 수감될 예정이다. 그런데 돈스파이크의 외모를 보고 "언제 와도 왔어야 될 분이구나"라는 유병재의 발언은 외모에 대한 선입견에 의한 것이라 불편하고, 김종민은 워낙 예능적인 캐릭터라 불안하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착하게 살자>는 실패하면 매우 곤란한 프로그램이다. 무려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기라고 할 수 있는 교도소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던 만큼 실패의 고통은 더욱 쓰라릴 수밖에 없다. 2회만에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건, '발버둥'이 시작될 거라는 의미다. 어쩌면 무리수가 난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연 <착하게 살자>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초심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 그리고 이것 한가지는 꼭 기억하자. 애초에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대한민국에서 <착하게 살자>에서처럼 저리 '쉽게' 구속되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구속의 사유(형사소송법 제70조)는 1. 주거가 없을 때 2. 증거를 인멸할 염려 3.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사실상 '과실(아무리 확대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에 의해 구속되는 건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이었다. 그러므로 <착하게 살자>를 보며 괜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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