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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과 달랐던 청룡영화상, 천우희 향한 선배들의 진심 담긴 축하

너의길을가라 2014. 12. 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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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1회 대종상

 제35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명량

 변호인

 감독상 김성훈 (끝까지 간다)
 김한민 (명량)

 남우주연상

 최민식 (명량)

 송강호 (변호인)

 여우주연상

 손예진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천우희 (한공주)

 남우조연상

 유해진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조진웅 (끝까지 간다)

 여우조연상

 김영애 (변호인)

 김영애 (변호인)

 신인남우상

 박유천 (해무)

 박유천 (해무)

 신인여우상

 임지연 (인간중독)

 김새론 (도희야)

 신인감독상

 양우석 (변호인)

 이수진 (한공주)

 촬영상

 김태성 (끝까지 간다)

 최찬민 (군도 : 민란의 시대)

 조명상

 김경석 (끝까지 간다)

 유영종 (군도 : 민란의 시대)

 음악상

 모그 (수상한 그녀)

 조영욱 (군도 : 민란의 시대)

 미술상

 조화성 (역린)

 이하준 (해무)

 기술상

 윤대원 (명량)

 강종익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각본(시나리오)상

 양우석 · 윤현호 (변호인)

 김성훈 (끝까지 간다)

 편집상

 신민경 (신의 한 수)

 김창주 (끝까지 간다)


여우조연상과 신인남우상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수상자가 달랐다. 제51회 대종상과 제35회 청룡영화상은 그만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던 것일까?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상작과 수상자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대종상의 경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순간들이 훨씬 많다. 역시 경쟁의 치열함보다는 심사의 공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해보인다. 어느 쪽이 더 공정했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청룡영화상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심사의 공정성은 문제가 없다. 기계적으로 투표를 했고, 심사위원 간의 협의도 일절 없었다. 수상자도 당일 공개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이전의 권위는 없다고 봐야 한다. 달리 위상을 회복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 한계다."


51회 대종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영화계 인사가 내놓은 자성의 목소리다. 일반 관객들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면서 인기투표 양상이 되어버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본심에 올라오는 작품이 흥행작 위주로 구성되는 경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독립예술영화 등 한국영화 전반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충무로 상업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심사위원 구성에서 영화인총연합회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순수 예술의 권위와 명예가 살아 숨 쉬는 화려한 영화축제, 영화산업의 산실로서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던 대종상은 그에 걸맞은 심사와 수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상업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한공주>, <도희야> 같은 규모는 작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작품성 논란을 빚었던 <명량>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을 비롯해서 손예진이 수상한 여우주연상은 흥행 성적에 좌우된 측면이 강했다.



임지연이 수상한 신인여우상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파격적이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던 터라 관객들의 평가도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또, 표절 시비에 휩싸인 '수상한 그녀'의 모그 감독에게 음악상을 수상한 것도 문제였다. 그룹 페퍼톤스가 '수상한 그녀' OST 중 '한 번 더'가 자신들의 1집 수록곡인 '레디, 겟 셋, 고'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수상을 해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반면, 청룡영화상은 흥행 여부를 따지지 않는 심사와 수상으로 전문가와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흥행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에 휘둘린 대종상과 비교할 때, 청룡영화상은 권위는 더욱 올라가게 됐다. 수상작과 수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무려 4시간 동안의 설전(舌戰)이 펄쳐졌고, '심사표'를 공개하면서 투명성도 제고(提高)했다.



<변호인>은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면서 대미를 장식하는 쾌거를 이뤘고, <도희야>의 김새론은 여우신인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수상이 많지만, 역시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단연 돋보였던 수상자는 <한공주>의 천우희였다. 김희애(우아한거짓말), 손예진(공범), 심은경(수상한그녀), 전도연(집으로가는길)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천우희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한공주>는 작품성에서 전문가와 관객으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누적관객 224,556명으로 독립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종상에서는 철저히 외면을 당했지만, 청룡영화상은 <한공주>의 천우희를 여우주연상으로 선정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고, 천우희는 단상에 올라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며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이어서 천우희는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배우 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정말 자신감 갖고 열심히 배우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관심과 가능성이 열렸으면 좋겠다. 배우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다"며 수상소감을 똑부러지게 마무리했다.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함께 후보에 올랐던 김희애가 보여준 '물개박수'는 또 하나의 감동을 자아냈다. 진심으로 후배를 축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훈훈함을 더했다. 또, 천우희의 수상소감이 끝나자마자 MC 김혜수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실력 있는 천우희 씨 활약을 지켜보겠다. 영화를 너무 잘 봐서 (천우희가 아니라) 한공주라 할 뻔했다. 언제나 청룡영화상은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넘어서는 그런 수상자들이 나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조여정은 자신의 SNS에 "포기하지 말라고 주시는 상이라는 그녀의 수상소감은 모든 여배우에게 건네는 큰 위로와 응원이었다. 아침에 다시 생각해도 울컥"이라며 후배 천우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했다. 자신이 수상을 한 것도 아니지만,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수상이 공정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기에는 후배를 아끼는 선배들의 넓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역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상이 핵심이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이번 제35회 청룡영화상의 파격적인 수상이 앞으로는 일반적인 양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흥행 여부를 따지고, 심사위원들의 기계적인 투표로 얼렁뚱땅 결정되는 권위 없는 시상식이 아니라 열띤 토론을 통해 진짜 훌륭한 작품과 배우를 가려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상식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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