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제대로 터진 <도깨비>, 성장한 김은숙의 마법이 시작됐다

너의길을가라 2016. 12. 9. 00:36
반응형




"은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맙소사, 그 도깨비가 그 도깨비? 그, 렇, 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이하 도깨비)의 주인공 도깨비 김신(공유)은 우리네 민간신앙의 초자연적 존재이자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그 도깨비가 맞다. 또, '매우 상스러운 갓'을 쓴 저승사자(이동욱)는 인간이 죽으면 저승으로 데려가는 그 저승사자가 맞다. 무려 5년을 준비했기 때문일까. 전통 샤머니즘의 과감한 재해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토속적인 소재들을 세련되게 살린 감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명불허전. 김은숙 작가의 준비는 헛되지 않았고, 세월은 '숙성'의 열매를 맺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뜬금없는' 전개와 작위적인 유행어 제조의 야욕("애기야 가자", "~하는 걸로", "나 너 좋아하냐?", "~이지 말입니다")도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섬세함은 판타지에 설득력을 더하고, 로맨스에 오글거림을 제거했다. 사실상 약점이 없다시피한 드라마, '공유 같은 도깨비라니, 이동욱 같은 저승사자라니'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도깨비>는 역대급 드라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는 물이고 불이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때. 인간이었다. 백성들은 그를 신이라 불렀다.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이었다"


예고편에서 갑옷을 입고 칼을 든 채 전장에 나선 공유의 모습은 다소 낯부끄러운 감이 있었지만, 어린 왕의 시샘과 이를 부추긴 환관의 음모 때문에 죽임을 당한 장수가 '신(神)'으로 거듭난다는 서사와 영화를 연상케 하는 훌륭한 CG가 곁들여지자 몰입도는 급상승했다. 무엇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공유가 내뿜는 존재감은 자칫 허무맹랑하게 여겨질 수 있는 판타지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트레이드인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와 로맨스에서 빛나는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회 시청률 6.322% (닐슨코리아 기준), 2회 시청률 7.904%.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SNS 버즈량을 기반으로 하는 화제성 지수에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언론은 <도깨비>가 <응답하라 1988>이 기록했던 tvN 최고 시청률(18.803%)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그것이 '설레발'이라 할지라도 그만큼 <도깨비>가 완성도 면에서 훌륭하고, 대중적 감각 또한 뛰어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반응이라 새길 만하다.



<도깨비>에 쏟아지고 있는 이 뜨거운 반응의 실체는 무엇일까? 물론 웅장하고 장엄한 판타지 사극을 표현해내고, 유려하고 섬세한 영상미를 추구한 이응복 PD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태양의 후예>에서 김은숙 작가가 상상한 세계를 완벽히 그려냈던 것처럼, <도깨비>에서도 김은숙이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더할나위 없이 구현했다. 그렇지만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은 기존의 '망했던' 드라마들도 얼추 해냈던 일이다.


결국 김은숙 작가의 힘이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그들의 만남엔 '설렘'이 가득하다. 김은숙은 자신의 캐릭터가 대중의 '사랑'을 받도록 만든다. 아니, 그의 캐릭터는 대중의 사랑을 스스로 쟁취한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그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질 만큼 말이다. (비아냥이 결코 아니다.) 어떤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수다스럽다'고 느껴지는 반면, 김은숙의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맛깔스럽다'는 표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과 서대영(진구)이 그랬듯, 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는 서로 티격태격거리면서도 묘한 '케미'를 뽐낸다. '9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신 도깨비'와 '인간의 생사를 결정짓는 저승사자'라는 거창한 소개를 무색케 할 만큼 유치찬란한 그들의 '브로맨스'는 <도깨비>의 웃음 포인트이자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가 그랬던 것처럼, 도깨비 김신과 지은탁(김고은)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드라마에 '달달함'을 잔뜩 입힌다.


김은숙 작가는 '전달력'을 위해 곁가지를 과감히 제거하고,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더욱 부각시키는 선택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간을 넘어드는 판타지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전혀 혼란스럽지 않다. 중요한 건,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도깨비 신부(만 김신의 몸에 박힌 칼을 볼 수 있고, 그것을 뽑을 수 있다)를 찾는 김신과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소녀 지은탁의 낭만적인 로맨스다. 그리고 이미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 이야기에 빠져들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 하다.


'약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등 공전의 히트를 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끊임없이 매력의 한계치를 경신해왔다고 할까. 급기야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은 부족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퍼펙트한 인간이었다. 더 이상 멋있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김은숙 작가는 태연스럽게 '신'을 데려다놓았다. 촛불만 '훅' 불면 공유가 내 옆에 나타난다니, 얼마나 아찔한 일인가. 


- 다소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에 비해 베일에 싸여 있는 4차원 캐릭터 써니(유인나)가 더욱 도드라진다 -


그런데, 남자 주인공의 진화와 달리 여자 주인공은 점차 '퇴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 그랬고, <신사의 품격>의 서이수(김하늘)이 그랬던 것처럼, 할 말을 조목조목 다 하고야마는 강단 있는 모습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결국 그들은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신데렐라'에 머물러 있다. <도깨비>에서는 한술 더 떠서 여자 주인공을 '여고생'으로 설정하면서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대놓고 '콩쥐팥쥐'의 가정사를 설정해 '구원자'를 향한 '판타지'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러한 '반복'은 기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드라마마다 소환하는 작가의 탓이라기보다는 이런 류의 스토리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한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멋진 남자 주인공을 창조하고, 얼마나 '맛깔스럽게' 로맨스를 엮어내고, 얼마나 판타스틱하게 신데렐라를 구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은숙은 그걸 누구보다 잘 해내는 작가이고, 우리는 또 다시 그의 마법에 홀딱 빠져들고야 말았다.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도깨비>가 보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