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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상철이 귀엽다고? 소통 불가, 집요한 상철에 지친다(나는SOLO)

너의길을가라 2023. 9.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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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솔로 나라'인가, '빌런 나라'인가. ENA '나는 SOLO' 16기에는 매 회 새로운 빌런이 등장해 충격을 준다. 남의 말에 휘둘리는 줏대 없는 광수, 영숙과 옥순을 갈등의 늪으로 빠뜨리고 쏙 빠진 순자, 자뻑에 취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은 영수, "나니까"를 연발하며 오지랖을 부린 영철 그리고 압도적인 그 이름, 영숙까지.. 누가 더 최악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대결을 벌이는 듯했다.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선택 해줬으면 좋겠어? 안 해줬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 봐." (상철)


이번에는 상철의 차례였다. 지난 27일 방송된 '나는 SOLO' 116회(16기 10회 차)에서 영숙과 영자를 오가며 똑같은 질문을 무한반복했다. 마치 '답정너'처럼 정해둔 답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도 줬다. 상대방의 말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다. 물론 최종 선택을 앞둔 예민한 시점이라 마음이 급했다고 해도 상철의 이런 집착적인 모습은 스토커처럼 보일 정도였다.

상철은 영숙과 영자에 대한 마음이 50:50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종 선택에 있어 확답을 주는 쪽을 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영숙은 상철에게 호감이 있음에도 "미국에 안 간다."며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에 갈 가능성이 있는 영자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상철의 거듭된 질문에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대답했지만, 상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웃던 영숙은 결국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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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선택에서 반드시 짝를 찾는다'는 명령어가 입력된 상철의 다음 타깃은 영자였다. 질문은 같았다. 영자는 최종 선택을 확정짓기에는 시간이 짧았다며 에둘러 대답했다.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망하던 영숙은 상철이 계속 영수 이야기를 꺼내며 비교하자 "그만 하세요."라고 말을 끊고 자리를 떠났다. 거실에서 다시 영자를 만나 상철은 "사과하면 돼요?"라며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 상철은 빌런 밭인 유일하게 시청자의 호감을 샀던 출연자였다. 그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엉뚱한 매력이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 각종 동물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나왔고, 피규어와 인형 모으기가 취미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입력값'을 최선을 다해 현출하려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보잉사에서 공급망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는 반전 매력도 한몫했다.

특히 기가 센 영숙과의 티키타카가 인상적이었다. 영숙의 포스에 눌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귀여웠고, 어쩌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숙의 지시를 꿋꿋하게 수행하는 모습은 킬링 포인트였다. 돌이켜 보면, 워낙 영숙이 판을 흔드는 빌런 역할을 하는 바람에 상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제지 않았다. 이번 116회을 통해 상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상철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밥을 먹으면 설거지는 고사하고 뒷정리도 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곧바로 소파에 가서 눕는다고 말했다. 또, 집안일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면을 끓이는 것도 대학 졸업 후 몇 십년 만이라고 말해 경악하게 했다. 영숙은 '유교 보이' 상철의 가치관에 학을 뗐다.

여기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차이'라고 받아들였다. 상철은 외벌이로도 충분할 정도로 수입이 많은 듯했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집안일에 대해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물론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기 힘든 사고방식인 건 맞지만, 대놓고 자신만만한 상철의 태도와 조곤조곤한 화법이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상철은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일방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또, 집요한 질문 공세를 쏟아부었다. 상대방이 대답을 해도 솔직하지 않다며 자신이 생각한 답을 강요하듯 몰아붙였다. 이쯤되니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느꼈고, 그건 스튜디오의 MC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상철을 최애 캐릭터라고 칭했던 데프콘도 "마취총 없어?"라며 답답해 했다.

"왜 여자의 마음을 보고 간을 봐요?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해도 이 사람이 내 커리어를 싹 다 버리고 따라올까 말까인데, '내 마음은 네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미친 여자가 그걸 선택을 하겠어?" (정숙)


숨막힐 듯한 갑갑함 속에서 들려온 정숙의 일갈은 너무도 반가웠다. 정숙은 '답정너' 짓을 반복하는 상철을 향해 사이다를 날렸다. 앞서 영숙의 '경각심' 발언으로 한바탕 사달이 났을 때도 여성 출연자들을 모두 불러놓고 '말이 와전됐으니 당사자끼리 직접 얘기를 하라'며 적절히 개입했던 순간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과연 상철은 자신의 아둔함을 깨우쳤을까.

16기에 유독 '빌런'들이 많은 까닭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이번 기수 출연자들의 개성이 유독 강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논란을 진정시키보다 오히려 불을 지피는 제작진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까. 촬영 기간 중 문제 상황이 있었던 것은 '팩트'지만, 그 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엄연히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16기는 11회차로 마무리될 예정인데, 이는 7, 8회로 마무리되는 보통 기수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아무래도 시청률(116회는 4.058%)과 화제성이 높다보니 이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출연자들은 방송이 공개될 때마다 릴레이 사과를 하는 마당에 제작진은 뒷짐만 지고 달콤한 꿀만 빨고 있는 모양새가 썩 보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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