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신다운의 성급한 해명, 잘못된 SNS 활용의 전형적인 케이스

너의길을가라 2014. 2. 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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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서 발췌 - 


트위터와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소통의 도구이다. 때로는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각종 선거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심지어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SNS가 사회적 · 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잘만 활용하면 더할나위 없는 'SNS'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과거라면 순간적으로 '욱'했을 때, 자신(유명인의 관점에서)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대중에게 드러낼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직접 기자를 통하거나 아니라면 소속사를 통하는 방법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메커니즘 자체가 바뀌었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손에 쥐고 있다시피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에 접속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에는 언제든지 '먹잇감'을 낚아채려고 대기중인 날라리 기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지 않은가?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 신다운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신다운 선수는 대한체육회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주된 내용은 '호석이 형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뜨거운 동료애를 보여주는 것을 의도했겠지만, 글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자신이 쓴 글 때문에 십자포화를 맞는 경우가 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드러나는 표정, 목소리의 톤과 크기, 심지어 뉘앙스까지 확인하더라도 오해가 발생하는 법인데 하물며 SNS상의 글이랴? 당연히 신다운의 글은 논란을 일으켰다.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글이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조금 '껄끄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 지난 14일, 신다운 선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 -



그렇지 않아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 신다운 선수의 '도발'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게다가 '후배들 군면제 시켜주실려고 고생 많이하셨습니다'는 내용은 (본의와는 다르게)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신다운은 또 다시 자신을 '먹잇감'으로 제공했다. 이번에는 페이스북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넘나드는 이 다양한 활용폭이라니! 



- 지난 16일, 신다운 선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역시 최대한의 선의를 발휘해 신다운 선수의 글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불편한 부분이 감지된다. 그의 어린 나이(93년생)를 감안하더라도 국가대표(아, 국가대표가 뭐길래!)로서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첫 문장에서부터 위험하다. '신다운이란 한 개인의 이름으로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는 일은 더는 없네요 이제 끝났으니까 글 하나만 남겨도 되겠죠?ㅎㅎ' 라는 부분은 진중하지 못한 태도로 읽힌다. 글이라는 것이 정말 예민한 것이라서 '쉼표' 하나에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모티콘의 영향력은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ㅎㅎ'와 같이 웃음소리를 표현하는 것은 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정도다. 


전체적인 내용은 '해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이 다급하겠는가. 스스로 생각할 때 '그게 아닌데…'라며 억울한 심정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섣부런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그 해명이 신중하지 못한 분위기와 방식에 의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대한 신다운 선수의 입장에서 위의 글을 받아들이더라도,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평창올림픽때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만약 제 실력 부족으로 올림픽에 출전을 못하거나 한다면 당당히 그때 가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그때 가게 된다면 잘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라는 부분은 읽는 이들에 대한 '조롱'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지난 2013년 6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더는 묵직해야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남기면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게다가 비밀 페이스북의 글(최강희 강독을 비난하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만 했다. 물론 일기장과 같은 비밀 페이스북의 글에서조차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가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티아라'의 왕따 논란도 결국 트위터가 발단이 됐고, 대통령에게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출연 중인 방송해서 하차해야 했던 변서은과 그런 변서은에게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훈계(?)를 늘어놓았던 이봉원도 SNS가 화근이었다. 소통의 도구인 SNS가 어느새 '덫'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을 SNS의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고 할지라도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소양에 따라 기능이 결정되는 것 아니겠는가?


SNS가 기자들의 보물창고가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를 비롯한 유명인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한 장의 사진을 게시할 때도, 한 문장의 글을 쓸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수고가 귀찮고 피곤하다면 과감하게 SNS와 이별해야 한다. 정말이지 '훅' 가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대중들이 누군가의 실수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니 어쩌겠는가. 



- <한겨레>에서 발췌 - 


다시 신다운 선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신다운 선수의 혈기왕성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 즉 국가대표라고 하는 위치의 무거움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주길 바란다. 또, 억울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끓어오르더라도 조금은 참길 바란다. 신중함이 결여된 섣부른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기 마련이다. 이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뜨거운 기름에 물을 부어보길 바란다. 결코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 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사실 이 조언은 신다운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부디,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글을 쓰지 말길 바란다. 새벽이라는 시간에 취해 손 가는 데로 휘갈긴 습작들을 다음 날 아침에 마주하고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인가? 전문가와 상의해서 어휘는 물론 조사의 사용까지 신경써서 작성할 수 없다면 감정에 휩쓸린 오늘 밤은 그냥 보내길 바란다. 물론 속은 좀 상하겠지만, 그것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아, 참고로 해명이나 사과는 가급적 짧을수록 좋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이 길어지면 구질구질해지는 법이니까. 


이쯤에서 우리 모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옹의 말씀을 떠올려보자. 물론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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