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민지영과 박세미가 힘들어 하는 동안 남편들은 무엇을 했나?

너의길을가라 2018. 8. 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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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이제 두 돌 다가오잖아, 며칠 있으면. 옛날에는 10살 때까지는 수수 팥떡도 해먹이고 그랬거든. 생일을 좀 밥 한 끼라도 해서 엄마가 와서 같이 해서 먹이면 어떨까?"


시어머니는 손주의 생일을 제법 성대하게 챙겨주고 싶어 한다. 축하해 주자는 의미에서 식사를 함께 하자는 제안에 며느리의 표정이 굳어진다. 친정에 내려간다고 완곡히 거부의 뜻을 표현하지만, 시어머니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제안'이 아니라 '통보'와 다름 없다. 며느리는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의 울상이 돼 대답한다. "네, 어머니.."


정말 궁금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표정을 보지 못한 걸까. 자신의 며느리가 결코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몰랐어도 문제고, 알았어도 문제다. 도대체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겠다는 저 굳은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손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는 '월권'이다. 도대체 왜 시어머니는 손주의 생일까지 '간섭'하는 걸까.



"정말 어머님이 다 가지고 오신다고는 하지만, 내가 차리고 치우고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거잖아." 


박세미가 시어머니의 제안을 마뜩지 않아 하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장만해서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모든 부담이 박세미에게 쏠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들은 김재욱은 "내가 볼 땐 귀찮아서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걸 하시니 내가 볼 땐 특이하거든, 우리 엄마가."라며 아내의 편을 든다. 고마운 일이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역할은 '중재'다. 직언을 하기 어려운 아내를 대신해 엄마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마치 제이블랙이 시부모들의 2세 압박에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2회 방송에서 제이블랙은 마리에게 "낳을 생각은 했어?"라며 2세 계획을 묻는 시부모들에게 자신과 마리의 입장을 명쾌히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껏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김재욱에게 그런 고난도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직까진) 어려워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는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윤우의 2돌 생일 잔치를 보게 될 것이다. 김재욱-박세미 부부가 갑작스럽게 하차를 선택하지 않는 한 말이다. '누구를 위해 잔치를 열었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될 텐데, 벌써부터 아찔하기만 하다. 



"근데 어떡하냐. 사실 따지고 보니까 어머니 제 솜씨가 하나도 없어요."


고부 갈등의 많은 사례들이 '뒷짐지고 있는 남편' 때문에 발생한다. 이번에는 민지영-김형균 부부의 경우를 살펴보자. 민지영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정확히 말하면 민지영'만' 바쁘다. 시부모님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민지영은 미리 친정에 들러 갈비탕을 공수해 와야 했다. 그렇게 아침부터 고생을 하면서도 계속 죄송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왜 그래야 할까?


정작 남편인 김형균은 그 시각까지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내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설령 가사 분담을 통해 주방일은 여성이 도맡기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시부모들이 와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남편이 중간자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 아침부터 고생할 아내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시부모들이 찾아왔을 때 며느리들은 음식 준비 혹은 메뉴 선정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다. 박세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매한 시각에 방문한 시어머니 때문에 햄버거 같은 간단한 메뉴를 제안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뚱하기만 하다.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건 결국 박세미의 몫인데 말이다. 이지혜는 마리에게 만약에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묻는다. "저는 그냥 햄버거 사 왔을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정답이다.



어차피 평생 함께 지내야 할 사이라면 좀더 솔직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 좋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며느리를 '이상한 나라'에 가두지 않기 위해서는 남편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된 '끼어들기'를 상황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남편들의 교과서 '제이블랙'처럼 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 후 일가(一家)를 이룬 자식들을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굳이 불편하다는 며느리를 데리고 한의원에 찾아가지 말고, 부부만의 영역인 자녀 계획에 더 이상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기보다 정중하게 묻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 그 당연한 일이 어째서 '며느리'에겐 적용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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