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의 칠순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민지영과 '엄마 찬스'에 불려나온 친정 어머니가 하루종일 바쁘다. 미역국과 탕수육, 불고기 등 간단히(?) 준비한다지만, 음식 장만이라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위도 돕는다고 거들고 나섰다. 주방의 풍경은 시댁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깃든다. 장모는 '우리 사위'라며 편을 들어준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을 떠오르게 한다. 



"잠깐만, 근데 아버님 소원 안 빌고 끄신 거 아니에요?"

"지영아, 근데 소원을 말하면 골치 아픈데? 스트레스 받을 것인데?"


생일상을 받은 시아버지가 소원을 빌지 않고 케이크 촛불의 불을 끄자, 민지영은 거듭 소원을 빌라고 권유한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 지영이 스트레스를 받은 거라며 주저한다. MC들은 소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분위기를 몰아가지만, '뭔지 알 것 같다'는 박세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소원이 뭔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뻔한 거 아니겠는가.


시어머니는 "특혜를 주겠어요. 그냥 말하세요. 과감하게."라며 멍석을 깔아준다. 시아버지는 그제서야 입을 뗀다. "떡두꺼비 같은 손주 한번!" 시어머니는 속이 시원하다는듯 "옳소, 옳소. 좋아요. 나도나도!"라며 동조한다. 연기자답게 아닌 척하고 있던 지영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라며 초음파 사진을 건넨다. "아버님! 할아버지 되신 거 축하드려요." 시아버지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지영의 임신 소식이 전해진 순간, 집안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근데 그 몸으로 이걸 다 한 거야?", "지영이가 복인이네요." 시부모들의 걱정과 덕담이 오간다. 무엇보다 시아버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평소와는 달리 밥상 차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래봤자 고작 수저를 놓는 걸 돕는 정도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시아버지가 달라졌어요!



며느리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지영이는 앉아라~"라며 살뜰히 챙긴다. 일어나지 말고 앉으라고 성화다. 음식을 뎁혀 오겠다고 해도 그냥 두라고 한다. 이제 며느리는 고된 주방 일에서 해방됐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일견 화목한 가정을 보는듯 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장면을 보는데 씁쓸했다. 웃어 넘길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임신을 했을 때, 며느리는 그제야 시댁에서 '사람 대접'을 받는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볼까. '떡두꺼비 같은 손주'를 낳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에야 며느리는 사람 대접을 받는다. 서글프지만 이것이 현실인듯 싶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은 아무런 조건 없이 시전되지만,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은 특정 조건 하에서만 발현되는가 보다. 


시아버지로부터 자연분만을 강요받았던 박세미의 경우를 보더라도, 여성들이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얼마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산모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하기보다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의 IQ를 걱정하는 시아버지의 태도,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며느리의 주방일을 막아서는 시아버지의 태도는 매한가지다. 


출산 과정에서 시아버지는 그 어떤 고통도 분담하지 않고, 며느리의 시댁살이의 고충을 덜어주는 시아버지는 그 어떤 주방일도 하지 않는다. 그건 고스란히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단지, 몇몇 가정의 문제일 뿐일까. 국가는 여전히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사회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쯤으로 여긴다. 그 고통과 아픔을 나눠 짊어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 냈다. 뒤늦게 영상을 지켜 본 남편들은 '좀더 도와줬어야 하는데..(김형균)'라고 자책하고, "남편이 신경 써야 우리 집 식구가 되겠구나. 안 그러면 정말 남의 집 딸로 평생 갈 수 있겠구나. 아내에게 좀더 안테나를 곤두세워야겠다.(김재욱)"라고 쓸데없는 의욕을 불태운다. 


그런데 집안일은 도와줄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일이고, '아내를 우리 집 식구'로 만들겠다는 생각에는 가족의 주체가 부부가 아니라는 인상만 강조될 뿐이다. 정규 편성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스스로 던진 문제의식을 잘 풀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여전히 조선시대 어디쯤에 정체돼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정말 힘들게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건 아픔은 저만 겪은 게 아니라 신랑도 함께 겪었고, 오히려 아픔 속에 빠져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내 몸을 만들고,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게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다시 찾아와 준다면 그 아이한테는 정말.." 아울러 유산의 아픔을 딛고 카메라 앞에 선 민지영에게 심심한 위로와 무한한 응원을 건넨다. 그 무엇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