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2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84)

16세기 유럽 의학계는 아메리카에서 노예선과 함께 건너온 페루산 사리풀에 풀 빠졌다. 저명한 식물학자와 의사들이 앞다퉈 이 풀의 효능을 극찬하면서다. 스페인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니콜라스 모나르데스는 편두통 · 통품 · 치통 · 부종 · 열병처럼 흔하면서도 때로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20가지 빌병에 대한 이 풀의 효능을 소개했다. 영국 식물학자 존 제라드도 그 의학적 효능을 모두 논하자면 책 한 권 분량에 달한다고 말했다. 페루산 사리풀이란 유럽인이 담배에 처음 붙인 이름이다. 목화와 더불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비식용 작물로 꼽히는 담배는 이렇게 '만병통치약'이자 '기적의 치료제'로 문명 세계와 만났다. - 신동호, 「흡연 경고 그림」中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8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물론 백지처럼 자아도취에 젖고 마음이 흥분되며, 가슴 한쪽이 갑자기 아릿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관능이 새로이 꿈틀거리는 것을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일이 다른 뭔가를 가져다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랑의 고전적인 오류는 거기서 싹트는 것이다. 사랑은 지속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사랑은 한 줄기 바람일 뿐이다. - 카롤린 몽그랑, 『밑줄 긋는 남자』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