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이 지금보다 훨씬 심심찮게 사용되던 시절에 '동음이의'를 활용해 말장난을 쳤던 기억이 있다. "에이, 사과가 심심해?"라는 식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이 '심심'이 그 '심심'이냐?"며 면박 아닌 면박을 줬고, 서로 실없이 웃었다. '심심(甚深)하다'라는 단어의 뜻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하찮은 농담이었다. 물론 원래부터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뜻을 헤아리기 위해 국어사전의 도움이 필요했다. 언어의 확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 세상의 모든 어휘를 다 알 수 없기에 모르는 단어와 마주할 때마다 배워서 습득하면 된다. 아마 동음이의의 농담을 알아듣지 못해 주춤했을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