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침묵 깬 화영, 김광수의 '티아라 왕따설' 왜곡에 맞섰다
굳이 12년이나 지난 사건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도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된 결과일 것이다. '티아라 왕따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필요했을 테니까. 당시 소속사 대표였던 이의 입을 빌린다면 화제가 될 거라 판단했을 테니까. 하지만 객관적일 수 없는 제3자의 발언은 결국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9일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3 8회에는 조성모, 다비치, 티아라 등 수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한 김광수 프로듀서가 출연했다. 그는 '티아라 왕따 사건', '김종국 폭행 사건', '여성 연예인와의 스캔들' 등 자극적인 일화들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연예계에서 40년 동안 종사하며 겪었던 일들을 마치 옛날 이야기 보따리를 풀 듯 늘어놓는 수준이었다.
다른 주제들이야 우스갯소리로 치부해 넘겨들을 수 있었지만, '티아라 왕따 스캔들'을 언급할 때는 선을 넘는다 싶었다. 당시에도 그 후에도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유야무야 마무리됐던 터라 특정인의 입장만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소속사 대표가 입장을 밝힌다는 건 무리수처럼 보였다.
"제가 볼 때 너무 기가막힌 거예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중대발표한다고 그래. 그리고 화영이랑 효영이를 이것도 방송에서 처음 이야기하는데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찢었어요. 나가라! 너네 조건 없이 풀어줄 테니까 너네 일을 해라."
방송에서 김광수 대표는 일본 콘서트 당시 화영이 다리 부상을 당해 무대에서 빠지게 되는 바람(이를 결정한 건 김광수 대표 본인이었다.)에 다른 티아라 멤버들이 무대 동선을 다시 짜느라 힘들었다는 사정을 언급하며 류화영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투로 상황을 정리했다. 화영이 팀 활동에 영향을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알려진 대로 왕따설이 터졌고,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김광수 대표는 화영과 (언니) 효영을 불러 계약서를 찢어버린 일을 언급하며, "저 친구들 인생은 어떻게 하냐고 하다가 제가 죽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제작진은 '잘못을 했어도 아직 어린 화영의 앞날이 걱정',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상황' 등의 자막을 달아 화영에게 큰 잘못이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했다.
이어서 김광수 대표는 "내가 생각할 때 티아라 아이들은 잘못이 없으니까 방송을 강행했"다며 "티아라 애들이 제 생일 때 가끔 온다. 그때 최고로 많이 운다. 미안해서. 내가 그때 조금만 참을 걸. 기사 내면 안된다고 했는데 내겠다고 했다. (멤버들에게) 미안하다고"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젲가진은 출연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송이었다.
"저의 전 소속사 김광수 대표님께서 티아라 왕따 사건에 대해 발언 하시는 방송을 보고 백번, 천번 고미하다가 어렵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화영은 10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김광수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티아라를 사랑했던 모든 팬들과 비록 왕따, 불화라는 단어로 헤어졌던 멤버들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지만, 김광수 대표가 "굳이 12년전 사건을 편향되고 왜곡"하여 발언한 부분들을 바로잡기 위해 어렵게 진실을 말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조목조목 되짚었다.
우선, "왕따당했던 내용은 사실"이며 "기존 티아라 멤버들이 저에게 폭행과 더불어 수많은 폭언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발목부상을 당한 후 멤버들에게 몇 차례나 사과했"으며, "호텔에서 내일관리를 받은" 사실이 있으나 "손톱이 부러져, 무대 전에 수정받았던" 것이라 해명했다. 다른 티아라 멤버들도 네일관리 출장을 불러 관리를 받았으며, 혼자의 만족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덧붙였다.
화영은 계약해지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왕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김광수 대표가 함구하면 친언니도 계약해지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고작 스무살이었던" 화영은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결국 사과도 받지 못한 채로 탈퇴"하여 "12년을 함구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김광수 대표님께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12년이나 지난 그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 실명까지 거론하며 완전히 왜곡된 발언을 하신 저의가 무엇입니까?"라고 강하게 물었다. 40년 넘게 연예계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광수 대표와 일개 배우일 뿐인 화영의 싸움에서 그 힘의 우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화영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그 당시의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년 동안 침묵했던 티아라 왕따(설)의 피해자 화영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가보자GO' 제작진과 김광수 대표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분명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