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물도 못 내리게 하는 엄마, 오은영은 브레이크를 걸었다
절약은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명제이다. 전기를 아끼고 물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걸 비난할 사람은 없다. 장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는 법, 절약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본인뿐만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삶의 지표가 되는 부모(양육자)가 병리적 수준의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면 그 자녀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게 자명하다.
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5학년, 2학년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찾아왔다. 엄마는 금쪽이가 분노로 가득 차서 동생에게 과격한 행동을 한다고 염려했다. 실제로 금쪽이는 동생과 잘 놀다말고 갑자기 폭력을 행사했다. 엄마 눈앞에서 뒤통수를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그런데 엄마는 적극적인 훈육에 나서지 않고 제자리에서 꾸짖고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
오은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며 그 때문에 싸움에 빨리 개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변호했다. 엄마는 형제 싸움을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폭력을 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갖게 된다며, 오히려 부모가 다툼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자녀가 폭력을 사용하면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넌 원래 이런 애가 아니잖아. 때리는 건 절대 안 되는 행동이야. 이 방법으로 원하는 걸 가질 수 없어."
오은영은 당장은 이런 말을 하면 아이가 언짢아 하겠지만, 지침이 되는 부모의 말은 결국 혼란과 불안을 줄여줄 것이라 설명했다. 만약 부모가 형제 사이의 다툼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면, 동생의 경우 강한 사람과 직면했을 때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반대로 힘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물리적인 힘을 잘 사용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금쪽 형제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관찰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포착되지 않았다. 아빠는 제작진과 면담을 신청해 형제 갈등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엄마의 '이상 행동'이 눈에 띠었다. 엄마는 요리 후 의문의 냄비를 화장실 변기 위에 올려놓았다. 이후 불을 켜지 않은 채 양치를 했다. 냄비에는 잔열로 덥혀진 물이 담겨 있었다. 엄마는 그 물로 세안과 발 씻기까지 완료했다.
엄마의 '기적의 절약법'은 스튜디오를 충격 속으로 밀어넣었다. 아이들이 실수로 불을 끄지 않으면 (과거에는) 화를 냈고, 30년째 버리지 못한 속옷도 발견됐다. 가족 모두가 심각함을 느낄 정도로 도를 넘은 듯했다. 또, 아이들 앞에서 아빠의 월급을 가지고 험담을 늘어놓았다. '돈 좀 많이 벌어와라. 맨날 쥐꼬리만큼 벌어와'라며 힐난했다. 친구와 비교해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에 집안이 어려워져 친정 엄마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짐작했다. 오은영은 절약만이 삶의 최우선 순위가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닌게 아니라, 엄마의 절약은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없었다. 절약 자체만이 기준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런 엄마의 행동은 분명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줄 게 분명했다.
가족들은 화장실에서 다녀온 뒤 곧바로 물을 내리지 않았다. 아빠가 소변을 보고, 아이들을 불러 차례로 화장실을 가게 했다. 그렇게 소변을 모아서 한 번에 물을 내렸다. 경악스러운 장면은 계속 됐다. 아이들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얼굴, 팔꿈치, 발을 차례로 씻었다. 흐르는 물을 쓰지 않고 제한된 물로 엄마가 씻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다. 물론 화장실은 소등된 상태였다.
교육적인 지원은 어떨까. 엄마는 웬만한 건 해준다고 말했지만, 정작 금쪽이가 축구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유로 학교 축구팀 입단 제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그 결정의 주체가 엄마였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입단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엄마는 돈을 모으기 위한 극단적인 절약이 성격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모든 결정의 최우선 순위가 절약이었다.
불도 안 켜고 작은 불빛에 의지해 생알로에를 갈아서 피부에 문질러 발랐고, 휴대폰 불빛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다. 사용한 화장솜을 재활용했고, 택배 상자의 테이프도 그냥 버리지 않고 청소에 재사용했다. 오은영은 두루마리 휴지를 산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엄마는 외부에서 쓰다 남은 휴지를 가져왔고, 공공장소의 물을 가져와 쓴 적도 있었다.
오은영은 엄마의 과도한 절약이 병리적이라고 진단했다. 전쟁 같은 극한 상황도 아닌데, 지나친 절약을 강요받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게다가 엄마의 절약은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분노와 억울함이 내재되어 쌓여갔으리라. 금쪽이의 폭력성은 그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은영은 푼돈을 지키려다 소중한 걸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엄마에게 돈은 안정과 안정을 읨했다. 어린 시절 목격한 가정의 몰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모아야 해.'라는 압박을 심어줬으리라. 필사적으로 절약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소모되는 소비재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체면과 자존심도 필요없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 대한 존엄성, 남편의 자존감도 챙기지 못했다. 경제적인 안전망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 쓰고 싶어. 마음껏 샤워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물 많이 쓰지 말라고 했어. 엄마가 왕이니까 우리 집에서는.." (금쪽이)
하지만 그로 인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금쪽이는 충격적이게도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평범한(?) 소원을 말했다. 또, 엄마랑 있으면 무섭다며, 한참을 망설이다 따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꺼내 놓았다. 함께 잘 살고자 했던 엄마의 행동이 낳은 결과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은영은 "바뀌기 쉽지 않을 거"라며 금쪽 처방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미 엄마의 성격이 되어버린 절약은 삶의 기준이나 철학이 되어버렸다. 솔루션이 시작된 후 처음 며칠은 변화한 듯 보이겠지만, 방송 이후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아이는 완전한 무력감을 경럼할 게 걱정됐다. 우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해결의 시작이었다. 엄마는 오은영에 진단에 반발했다. 너무 절약 쪽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일부의 문제를 확대했다며 동의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끔쪽이의 속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금쪽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은영은 아빠의 적극적인 개입도 요구했다. 금쪽이의 요구와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1:1 면담에 나선 오은영은 위축된 금쪽이에게 "너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제야 금쪽이는 눈을 마주치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녹화 후 오은영을 찾아간 엄마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을 토로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겁이 났던 모양이다. 하지만 곧이어 문제를 인정하고 솔루션 참여를 다짐했다. 엄마의 변화 과정은 다음 주 방송에서 다뤄질 예정인데,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쳤고, 금쪽이는 더욱 거칠어졌다. 심지어 동생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과연 금쪽이네는 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