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금쪽이, 오은영이 분노한 이유는?
'과잉 돌봄'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양육자 간의 갈등' 역시 아이의 정서를 파괴한다. 명징한 인과관계다. 그럼에도 '나의 일'이 될 때 이 당연한 답을 놓치는 잘못을 범한다. 6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초3 남아를 양육중인 모녀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들은 모범생이던 금쪽이가 3학년 진학 후 급변하더니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관찰 영상의 첫 장면은 금쪽이를 케어하기 위해 할머니, 이모, 엄마 세 모녀가 총출동한 상황이었다. 금쪽이는 가족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쪽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대상이 할머니라는 점이 특이했다. 왜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걸까. 현재 엄마는 직장 때문에 금쪽이와 떨어져 지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금쪽이는 엄마와 서먹하고 할머니에게 집착했다.
이와 같은 호칭 문제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혼란일까. 그대로 둬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사소한 일일까. 오은영은 호칭은 가족관계를 이해하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기능을 한다며, 호칭 혼돈은 삶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헌데, 여러 차례 교정을 해줬고, 금쪽이도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휴대폰 삼매경 중인 금쪽이는 이를 제지하는 할머니에게 소리를 치더니 얼굴을 손으로 밀치는 과격한 행동을 취했다. 징징대다가 할머니에게 "야!"라고 고함을 치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급쪽이의 갑작스러운 위협적인 태도에 할머니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갔는데, 금쪽이는 급기야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더니 죽고 싶다며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
"저는 (금쪽이의 행동에) 매우 의도가 있다고 봐요. 아이 나름대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죠. 목적이 있는 거예요." (오은영)
이 장면을 본 엄마는 이전에도 혼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러자 금쪽이가 내복만 입고 집을 뛰쳐나가더니 일부러 소변을 본 후 보란듯이 찍어 먹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아이의 이상 행동이 엄마의 잘못된(?) 훈육 탓이라고 타박했다. 병원에 가면 아이와 엄마를 분리시키라는 말을 듣는다고 털어놓았다.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오래된 갈등 관계가 엿보였다.
엄마와 단둘이 식당에 간 금쪽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애정 표현을 했지만, 금쪽이는 할머니가 좋다며 밀어냈다. 말을 걸어도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모자 데이트가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길 원하는 듯 귀가를 재촉했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를 직접 씻겨주더니 양치질도 해줬다. 놀랍게도 소변 수발까지 봐줬다.
모든 걸 다 해주는 할머니의 '과잉 돌봄'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식사 중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먹기 편하기 반찬을 올려주면 금쪽이는 받아먹기만 할 뿐이었다. 당연히 옷까지 모두 입혀줬다. 할머니는 자진해서 금쪽이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오은영이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러지 않으면 떼를 쓰고 폭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과보호에 익숙해진 금쪽이는 이대로 괜찮을까.
"만3세 이전에 주는 사랑의 형태에 아직까지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과잉 돌봄'은 '자기효능감' 형성을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다해주는 할머니가 없으면 불안에 휩싸일 게 뻔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와 분리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오은영은 할머니는 내심 독립해 가는 금쪽이가 왠지 서운해서 뒤에서 붙잡는 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육아 방식을 두고 모녀가 의견 출동을 보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발언의 수위도 점차 격해졌다. 문제는 금쪽이가 이를 고스란히 듣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흠집내기가 이어졌고,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이 금쪽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어쩔 줄 몰라하던 금쪽이는 할머니와 살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집은 엉망진창인 것 같아요. 두 분 어른 아니십니까?" (오은영)
모녀의 갈등은 금쪽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또, 일관되지 않은 양육 방식도 문제였다. 금쪽이 입장에서 기준이 없다보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삶에 혼란을 줄 정도로 매우 심각했다. 오은영은 문제의 근원이 뿌리 깊은 모녀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스튜디오에서도 여전히 서로의 탓을 했다. 오은영의 질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엄마를 험담하고 비난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충격적으로 비춰졌다. 할머니와 이모는 짝짜꿍이 되어 부재중인 엄마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 말들은 과연 금쪽이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어른들의 편가르기에 갇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화합하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느낄 것이라 염려했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원위치 솔루션'이었다. 엄마가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양육의 중심에 서는 것이고, 할머니는 이제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맡긴 거'란 생각은 그만하고 엄마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녀는 '역지사지 심리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엄마 덕분에 달라질 것을 다짐할 수 있었다.
다음 스텝은 '가족 내 위치를 확인하고 올바른 호칭 연습하기'였다. 호칭 교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는데, 금쪽이는 할머니를 엄마라 고집했다. 거듭된 설명에도 계속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며 생떼를 쓰는 등 혼란스러워했다. 풋살장을 찾은 금쪽이네는 패스 연습을 통해 금쪽이가 엄마를 부르는 데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금쪽이의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육아의 주체가 된 엄마는 잠 깨우기부터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금쪽이는 스스로 아침을 먹는 등 제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혼자 씻기는 버거워했지만, 엄마가 차분히 설명하자 벌떡 일어나 스스로 해냈다. 내침김에 등교까지 성공했다. 솔루션 이전에는 육아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던 엄마라는 이제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었다. 육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