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어야.. 류승수의 한숨, 드라마 시장 궤멸 위기!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TV, 종편까지 드라마를 쏟아내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드라마가 방영되어 지겨울 지경이었다. 이 드라마가 저 드라마 같아서 내용 구분도 쉽지 않았고,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도 허다해서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 지금에 와서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방영 기준)는 2021년 총 116편에서 2022년 141편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23편으로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다. 올해는 107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022년에 비해 75%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라서 심상치 않다. 어째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감하고 있는 걸까.
"주연 배우 출연료가 치솟으면서 영화, 드라마 제작 편수가 반 이하로 줄었다. 1년에 120편을 제작한다고 치면 지금은 거의 50편 수준이다. 주연급이 아닌 배우들은 생활이 안 될 정도다. 투잡을 뛰기도 한다." (배우 류승수, MBN '전현무계획2')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작비'다. 2013년 한국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약 3억 원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30억 이상으로 뛰었다. 최대 10배가 오른 셈이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 tvN '눈물의 여왕'의 경우 회당 35억원, 총 56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최고 시청률 24.8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음에도 과도한 제작비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은 이제 회당 3~4억 원은 기본이고, 10억 원때까지 치솟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현무계획2' 2회에 출연한 류승수는 주연과 조연의 "출연료 차이가 거의 20배가 난"다고 설명하면서 주연은 "적게는 1억 5000만원에서 많게는 7억원"이라고 '증언'했다.
이런 구조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넷플릭스' 같은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뿐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주연 배우 출연료를 천정부지로 오르게 한 주요 '범인'이기도 하다. 지상파 3사와 종편이 움츠러든 사이 넷플릭스는 2022년 12편에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14편씩 제작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방송사와 OTT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반면, 국내 영상 콘텐츠 생태계는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위기가 가장 두드러진다. 한때 1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24일 기준) 3만 8800원으로 폭락했다. SBS도 장나라 주연의 '굿파트너'가 최고 시청률 17.7%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지만, 3분기 적자 폭이 무려 100억원~2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김태리 주연의 tvN '정년이'에 회당 28억 원, 총 336억 원을 쏟아부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매회 자체 기록을 갱신하며 최고 시청률 12.726%까지 찍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드라마 시정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연 배우뿐만 아니라 OST마저 화제가 되며 신드롬 조짐이 엿보이지만, 광고 시장이 침체라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내 드라마 시장의 침체는 관련 종사자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고, 류승수의 탄식처럼 주연급이 아닌 배우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차지에 내몰리고 있다. 앞으로 드라마의 파이는 점점 줄어들고, 예능과 쇼츠 콘텐츠만 쏟아지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