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향한 적개심과 폭력, 오은영은 '상실감'을 발견했다
12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세 아들과 8세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고민이 소개됐다. 삼 형제는 서로를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우선 동생들을 향한 첫째의 폭력이 조명됐다. 셋째는 형 얼굴 조각상을 파괴하며 적의를 드러냈다. 엄마는 삼 형제가 두렵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4년 가까이 지속된 삼 형제이 불화는 부모조차 손쓸 수 없이 틀어져 있었다.
가족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금쪽이는 몰래 게임하느라 자는 척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강제로 압수당한 금쪽이는 밥을 다 먹고 옆으러 온 셋째에게 욕설을 하더니 이유없이 주먹질을 했다. 급기야 쫓아가서 때리기도 했다. 이후 삼 형제는 생태 체험관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관찰 후 그림을 그리던 금쪽이는 셋째를 향해 죽인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남겼다.
오은영 박사는 형제 간의 질투와 갈등은 흔한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금쪽이가 동생들에게 맺힌 게 많을 수 있다는 가정이다. 엄마는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조산기가 있어 갑자기 입원해야 했던 사연을 언급했다. 그 때문에 금쪽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6개월 동안이나 외가에 맡겨져야 했다.
3세 아이에겐 너무나 큰 변화였으리라. 아빠와 엄마를 상실하고, 거주지, 어린이집, 친구들까지 모두 잃어야 했으니 말이다. 동생들의 탄생으로 인해 박탈감이 동생들을 향한 원망이 됐을까. 그런가 하면 첫째는 셋째를 향해 "넌 엄마가 형 좋으라고 낳은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던졌다. 차에 타는 과정에서 엄마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 이후에 나온 얘기였다.
영상을 지켜보던 정형돈은 11세 아이가 하기에는 고차원적인 말이라며 누군가에게 배웠으리라 짐작했다. 엄마는 첫째가 외롭지 않도록 동생을 낳았다는 말을 한 적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동생이란 존재를 설명할 때 흔히 하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동생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함으로써 동생을 도구화할 위험이 큰 말이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쪽이가 늘상 폭력적인 건 아니었다. 누워 있는 엄마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에너지가 방전된 엄마는 그런 금쪽이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동도 없는 엄마를 두고 거실로 나간 금쪽이는 동생들에게 다시 폭력을 행사했다. 동생의 머리에 침을 뱉는 등 동생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까지 보였다. 충격을 받은 아빠가 혼을 냈지만 효과는 없어 보였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금쪽이의 입장에 빙의해 "엄마가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건 동생들 때문이야."라고 생각할 거라 설명했다. 속설없이 동생들이 미운 까닭이었다. 금쪽이 마음속에는 오로지 엄마가 중요했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다만, 스스로 해소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을 상대적 약자인 동생들에게 해소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마트에서 장난감을 고르던 셋째는 권총을 사달라며 조르더니 태연하게 형(금쪽이)에게 쏘고 싶다고 말해 엄마 아빠를 말문 막히게 만들었다. 깜짝 놀란 엄마는 집에 돌아와 셋째와 대화를 나눴다. 셋째는 형을 죽이고 싶다는 섬뜩한 말을 내뱉더니, 들고 있던 형의 얼굴 조각상을 패대기 쳤다. 명백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형의 폭력을 그대로 배워가고 있었다.
"첫째와 셋째는 맞서 싸우는 게 아니에요. 일방적으로 셋째가 당하는 거예요. 셋째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셋째 아이가 겪는 마음의 어려움 중에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감정이 무력감이라고 봅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셋째의 과격한 언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구조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안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셋째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헌데, 엄마는 심각한 상황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은영은 감당이 안 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지만, 적당한 말로 타이를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형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간절한 외침을 외면한 채 형제끼리 친하게 잘 지내라는 정도로 대응한다면 셋째의 무력감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은영은 이를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2차 가해'라고 적시했다. 엄마의 적극적인 보호와 중재가 절실해 보였다. 한편, 금쪽이와 셋째의 갈등 속에 배재되어 있던 둘째의 어려움도 공개됐다. 바로 '모야모야병'이었다.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소 질환으로, 일시적인 마비 증세나 급성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모야모야'는 '모락모락'을 뜻하는 일본어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뇌혈관들이 연기처럼 퍼진 모습을 묘사한다.) 따라서 뇌압을 올리는 상황, 가령 입으로 악기나 풍선을 분다거나 악을 쓰며 우는 건 금물이다. 부모가 둘째를 집중 케어하는 모습이 많았던 건 그 때문인 듯했다.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셔야지 당장 생사가 위협받는 것처럼 전전긍긍하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다 놓치게 됩니다." (오은영)
결과적으로 보면 둘째를 집중 케어하느라 금쪽이와 셋째는 소외된 상태였다. 오은영은 아이들 입장에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서운한 건 다르다고 꼬집었다. 금쪽이가 말하는 죽음의 의미는 '날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날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요'에 가까웠다. 부모의 사랑이 가장 목마른 셋째의 상황은 더 나빴는데, 형의 폭력에 노출되기까지 해 무력감이 가장 컸다.
아픈 둘째를 걱정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는 걱정이 걱정을 낳아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 오은영은 하루하루를 버겁게 버티는 그에게 우울증 치료를 권했다. 다행히 '문제'는 명확했고, '답'도 명쾌해 보였다. 아이들은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았는데, 형제들은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죽음을 말하던 아이들의 진짜 바람은 가족이 함께 누리는 행복이었다.
관계 회복의 답은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부모의) 사랑이었다. 엄마는 '애정 요일제'를 통해 공평하게 애정을 나눠주기로 했고, '허그 타임'을 정해 아이에게 온전한 애정을 듬뿍 쏟았다. 먼저, 첫째를 안고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오롯이 집중된 사랑을 느낀 금쪽이는 마음속의 불안을 차츰 지워나갔다. 또, 엄마는 지속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아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가족 칭찬 릴레이'를 통해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는 시간도 가졌다. 긍정적인 언어는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넘치는 칭찬은 웃음꽃을 피어나게 했다. 무엇보다 첫째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띠었다. 더 이상 폭력을 쓰거나 질투를 하지 않고, 동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책을 읽어주는 형이 되었다. 사랑과 관심은 주면 줄수록 배가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