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육아의 악순환, 오은영은 왜 엄마에게 사과했나
몸은 어른이 됐음에도 심리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성인들이 있다. 건강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종속된 채 지내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당연히 자녀의 양육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30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엄마 뒤에 숨어 사는 예비 중1 금쪽이의 두 번째 사연이 공개됐다. 관건은 역시 '홀로서기'였다.
건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금쪽이에게 몇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먼저, 혼자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찾아오는 숙제가 제시됐다. 엄마는 차근차근 노선을 설명해주며 의욕을 북돋았지만, 금쪽이는 혼자 가지 않겠다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계속된 설득에도 칭얼대며 울먹였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금쪽이로 인해 솔루션은 난항에 빠졌다.
외할머니는 따끔하게 현실을 알려주며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엄마는 생각할 시간을 주자며 맞섰다. 설득 방식의 차이로 모녀 간에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4시간 만에 미션에 성공했지만, 짚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오은영 박사는 솔루션 전에 금쪽이 주변을 맴돌며 참견했던 엄마를 언급하며, 이런 식이라면 '수행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솔루션 2일차, 아빠까지 참여해 축구를 한 후 외식을 하게 됐다. 엄마는 에어컨이 커져 있는 걸 확인하고, 금쪽이가 춥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온도를 높이는 등 건강 염려증을 드러냈다. 두 번째 미션으로 금쪽이가 직접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하도록 했는데, 집중된 관심에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겨우 메뉴 선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동생과 달리 추가 주문을 스스로 하지 못한 금쪽이는 아예 젓가락을 내려 놓았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엄마는 주문을 대신 해주며 다시 금쪽이를 아기 다루듯 대했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관계가 계속 된다면 금쪽이는 간단한 일상조차 혼자 해내지 못할 게 뻔했다. 심리적인 허들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를 스스로 넘는 경험이 중요해 보였다.
"저는 엄마가 제일 걱정이에요. 죄송합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순간접착제마냥 딱 붙은 엄마의 모습을 지적했다. 금쪽이를 마치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처럼 다루고 있었다. 건강 걱정에 사로잡혀 사소한 일상마저 과도하게 염려했다. 이처럼 환경을 바꿔 편안함을 찾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금쪽이가 공깃밥을 못 시키자 대신 주문해줬던 일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이유로 모든 걸 다해주고 있었는데, 이는 아이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건강 염려증은 불안 장애의 일종인데,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상태이다. 하지만 엄마의 건강 염려증은 조금 달랐다. 오은영은 엄마가 몸 안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안이 높다고 봤다. 에어컨 냉기를 쐬면 감기 걱정, 냉수를 만시면 장염 걱정, 심지어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도 거부했다. 오은영은 건강 염려증이 금쪽이를 더 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미션은 혼자 라면 끓이기였다. 하지만 냄비 고르기부터 기초 준비까지, 엄마는 금쪽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 끊임없이 참견했다. 제작진이 나선 후에야 떨어졌는데, 그런 후에도 여전히 금쪽이가 신경쓰이는 듯 불안해했다. 금쪽이도 어려움이 생기면 곧장 엄마에게 달려갔다. 라면은 엉망이 되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설명서가 있음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지능 부분에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없다면서, 자립 능력이 서서히 퇴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금쪽이는 또래처럼 성숙한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서 무슨 일을 하든 두려워하는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퇴행된 채로 머물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래야 압박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한편, 금쪽이는 4번째 미션인 나홀로 장보기를 겨우 성공한 후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자신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예고됐던) 모녀 갈등이 터졌다. 의견 다툼은 과거의 앙금으로 이어졌고, 불편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쥐 죽은 듯 듣고 있어야 했다. 오은영은 유년기 때 친정 엄마에게 받았던 양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어렸을 땐 친정 엄마의 말이 법인 줄 알았던 여린 엄마는 순종적인 삶을 살았다. 친정 엄마는 딸의 진로, 연애 등에 영향력을 끼쳤고, 성인이 된 딸을 통제했다. 친정 엄마는 지금껏 불평 한 번 하지 않더니 이제 와 자신의 탓을 한다고 억울해 했다. 친정 엄마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이를 반박하는 친정 엄마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렸다.
오은영은 아이들은 힘을 가진 부모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며, 금쪽이 엄마가 힘을 가진 친정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짐이 되지 않고 손이 안 가는 착한 딸이 되어 인정받으려 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또, 격려 대신 던지는 친정 엄마의 제안을 반드시 따라야 할 명령으로 인식하고, 행여나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점도 포착했다.
문제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라는 현실 인식이 생긴 것이다. 주말부부, 독박육아,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며 불행해 하고 있는 와중에 친정 엄마의 양육 방식이 대물림될까 봐 걱정까지 하게 되니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금쪽이 엄마에게 친정 엄마에게서 독립하고, 금쪽이도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모녀는 역할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사건건 간섭했던 상황을 직접 겪어본 친정 엄마는 딸의 힘겨움을 체감했다. 엄마는 친정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을 건넸다.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또, 금쪽이와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향해 응원을 주고받았다. 비로소 제대로 된 솔루션이 시작될 수 있었다.
금쪽이는 거울 속 자신의 표정을 보며 일상 속 다양한 상황들을 미리 겪어보는 연습에 매진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변화를 차분히 기다리며 도왔다. 그 노력에 화답화듯 금쪽이는 용기를 내서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또, 집에 놀러온 친구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점차 편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금쪽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최종 점검의 날, 3시간 거리의 할머니 집에 혼자 가는 미션을 받은 금쪽이는 차분히 눈앞의 상황들을 타개해 나갔다. 드디어 금쪽이는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준비가 되었다. '자립심'이 한 인간이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듯 양육의 목적에 대해 부모가 항상 고민하지 않는다면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