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하는 독일-스위스 겨울 여행,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잠깐동안의, 여행 하나가 끝났다. 12박 13일 일정(11월 25일-12월 7일)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다녀왔다. 독일에서는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쾰른, 뷔르츠부르크, 슈투트가르트를 여행했고, 스위스에서는 바젤, 브베, 몽트뢰, 로잔, 취리히, 루체른, 필라투스 산을 둘러봤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인, 아웃을 했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렌트해서 스위스를 돌고 슈트트가르트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이런 일정을 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아시아나 기준) 코로나19의 여파로 취리히는 직항 노선이 없다. 환승하기는 싫었다.
둘째, ‘비용’ 때문이다. 비행기도 그렇지만, 렌터카의 경우에도 인아웃이 다르면 비용이 확 올라간다. 게다가 국가가 다르면 ’헉‘ 소리가 나게 뛴다. 그 비용을 치를 바에는 다시 독일로 돌아와 슈투트가르트를 둘러보면 좀더 알찬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혹시 겨울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여행할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궁금해할 만한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해 정리해볼 생각이다.
1. 날씨는 어떨까?
가장 궁금한 건 역시 날씨 아닐까. 우선, 일정을 다시 설명하자면, 전체 일정은 11월 25일부터 12월 7일까지였다. 독일에서 머문 기간은 11월 25일부터 11월 29일, 그리고 12월 6일과 7일이었다. 스위스에서 머물렀던 기간은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였다.
두괄식으로 말하면, 겨울 독일과 스위스는 춥다. (저 기간 동안 한국에는 한파가 몰아쳤다고 하니 춥다고 하기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추운 편이다. 기온은 전반적으로 영상을 유지했고, 눈이 아니라 비가 오긴 했다. 그래도 제법 칼바람이 불어 만만치 않았다.
열이 많은 체질이 아니고서야 경량 패딩으로는 쉽지 않고, 두꺼운 패팅이 한 벌 꼭 필요하다. 맨투맨이나 니트 안에 입을 목티도 몇 장 챙기자.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언제나 불안한 것보다 든든한 쪽이 낫지 않은가. 핫팻도 꼭 챙기기를 바란다. 사진 찍느라 당신의 손은 늘 시려울 테니까.
그렇다고 여행 기간동안 계속 추웠던 건 아니다. 생각보다 포근하다고 느껴졌던 날도 있었다. 적어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으니까 말이다. 내가 여행을 했던 기간은 유럽이 전반적으로 ‘구름 많음’이었고, 3일 정도만 구름 없이 맑았다.
기후와 날씨는 매해 다를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날씨를 검색하며 상황에 맞추는 게 좋을 듯하다. 실제로 매일 체크할 때마다 날씨가 바뀌기는 했다. 날씨 앱의 최고 존엄 'Windy'로 구름 양을 시시때때로 확인했다. 아, 추울 때는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미술관 일정을 꼭 넣자!
3. 소매치기가 있을까?
독일 : 청정
스위스 : 청정
결론부터 말하면 없었다. 파리를 여행했을 때는 곳곳에 포진해서 빈틈을 노리는 소매치기 때문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었는데, 독일과 스위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소매치기 비슷한 경험도 하지 못했다.
바젤 시청 앞의 맥도날드, 빅맥 세트가 12.4프랑이다.
3. 물가
독일 : 비싸다.
스위스 : 훨씬 더 비싸다.
물가는 부자 나라들이라 그런지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싸다. 체감상 독일이 1.5배-2배 정도라면, 스위스는 2.5배-3배 정도일까. 알기 쉽게 빅맥지수로 비교해 보면, 독일은 빅맥 세트가 9유로 정도(13,000원 안팎)이다. 이 가격도 입이 쩍 벌어지는데, 스위스에서는 빅맥 세트가 12.4프랑으로 17,000원 가량이었다. 정말이지 어마무시하다.
차를 렌트한 터라 주유를 여러 차례 해야 했는데, 독일에서는 대체로 리터당 1.7유로-1.8유로 정도였다. 변환하면 2,300원-2,500원 정도, 역시 후덜덜하다. 스위스도 비슷했으나 1.8프랑-1.9프랑 정도였던 것 같다. 기름 넣으려면 살떨린다. 물론 주유소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다르다.
4. 음식
독일 : 맛없기도 하고 맛있기도 하다.
스위스 :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하다.
여행을 갔으면 그 지역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 전통 음식 먹어야 한다. 다만, 한 번이면 족하다. 계속 먹을 수는 없다. 조식은 호텔에서 먹거나 근처 빵집에서 간단히 먹든 하고, 한 끼는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자. 현지 음식도 좋고, 유명한 맛집도 좋다. 그리고 저녁은 한식으로 마무리하자.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 한국 사람에게 한식은 필수다. 물론 없어도 여행이 가능하다. 맥도날드 등 익숙한 음식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한식이 있으면 여행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렇다고 현지의 한식 식당을 찾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 비싸기도 할뿐더러 맛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브베에서 제법 유명한 한식당이 있다길래 찾아갔는데, 무슨 김밥은 한 줄에 2만 원이 넘고, 떡볶이는 밍밍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련다. (물론 맛있게 하는 식당이 있을수도 있으므로 검색을 잘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식이 너무 간절하면 맛있을 수도.
대안은 한식을 챙겨가는 것이다. 햇반, 컵라면, 라면, 고추참치, 김 정도만 챙기면 천하무적이다. 컵밥도 좋은 선택이다. (레지던스 호텔에 묵으면 간단히 조리해서 풍성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만약 미리 챙기지 못했다면 현지의 한인 마트에 가서 사면 된다. 김치도 여기에서 구입하자.
물론 가격은 비싸다. 뷔르츠부르크의 한인 마트에서는 누룽지(작은 사이즈)가 무려 7,000원이었다. 후덜덜했지만, 어쩌겠는가. 따끈한 누룽지가 간절한데. 다음엔 더 철저하게 챙기겠노라 다짐했다. 참고로 뒤셀도르프의 하나로 마트는 물품도 다양할 뿐더러 가격도 합리적이다.
5. 콘센트
독일 : 한국과 동일
스위스 : 만능 어댑터 필요
독일만 여행할 거라면 한국에서 쓰던 어댑터를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스위스는 콘셉트 구멍이 더 작아서 만능 어덥터가 필요하다.
6. 그래서 겨울 유럽 여행 괜찮을까?
강추한다. 물론 따뜻할 때 가는 여행이 여러모로 편하다. 옷의 부피가 적다보니 짐도 가볍다. 겨울에는 알록달록한 꽃도, 푸른 들판도 (거의) 없다. 하지만 겨울 유럽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유럽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 약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도시(마을) 중심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는데, 각 도시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갖가지 조명과 다양한 상점들, 예쁘고 귀여운 소품들(오너먼트 지옥이다)이 설레게 한다. 특히 소도시의 경우에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스위스 몽트뢰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격인데, ‘날아다니는 노래하는 산타’를 만날 수 있다.
추위에 워낙 약하다면, 칙칙한 분위기가 싫다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자 한다면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럼에도 겨울 독일과 스위스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더현대나 명동 신세계 등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역시 원조는 유럽 아닐까. 잊고 살았던, 크리스마스 정서에 정말 흠뻑 젖어 지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