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명품 감성숙소, '포도봉봉'에서 느낀 감동과 힐링
얼마 전, 강릉으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갔을 때 워낙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서 올해도 3시간 거리의 강릉까지 기꺼이 떠났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도 맘껏 보고, 맛있는 음식도 배부르게 먹었다. 아기자기한 편집샵이나 소품 상점도 여유롭게 구경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좋았던 강릉이었다. 이러다 매년 가는 거 아닐까.
이 글에서는 '숙소'에 대해 얘기할까 한다. 첫날은 동해 바다를 만끽할 요량으로 바닷가에 있는 '세인트 존스 호텔'을 예약했다. 16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탁 트인 뷰가 속을 뻥 뚫어주는 기분이었다. 또, 밤에는 해변으로 나가서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파도멍'도 했다.
'세인트 존스 호텔'에서 2박을 했어도 좋았겠지만 살짝 모험을 시도했다. 소위 '감성 숙소'에서 묵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동-영주 여행에서 한옥 숙소의 매력에 푹 빠졌던 터라 강릉에서 비슷한 추억을 쌓고 싶었다.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엄청난 검색을 통해 선택한 숙소는 바로 '포도봉봉'이다.
숙소 이름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포도봉봉'의 위치를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강릉의 핫플 중의 하나인 '버드나무 브루어리'까지 걸어서 3분 거리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또, 명주동 카페거리까지 도보로 13분 거리이니 휴식과 힐링을 목적으로 강릉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위치이다.
'포도봉봉'은 강릉남대천을 끼고 있는 둑(방)길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주차를 하고 집을 바라보니 소개 사진에서 봤던 것과 같이 소담하니 참 예뻤다. 입구로 들어서면 포도나무 2그루가 맞이해주고, 마당 천정에 포도나무 덩굴이 인상적이다. 시골 외할머니댁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친근하고 따뜻한 공간이라는 첫인상을 줬다.
감동은 내부로 들어가면서 더욱 배가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사장님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하얀색 벽에 바닥과 천정,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이 우드로 되어 있어서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줬다. 식물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취사가 가능한 주방은 단정한 느낌이었다. 각종 주방도구들도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교동빵집'의 페이스트리 식빵과 '홍제맨션'의 커피, 차와 잼 등이 놓여있었다. 후에 검색해보니 교동빵집의 식빵은 강릉에서 상당히 유명한 빵집이다. 결국 다음 날 숙소를 떠나자마자 교동빵집부터 들러 식빵을 사고야 말았다. 마찬가지로 홍제맨션도 호평 리뷰가 탄탄한 카페였다.
욕실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집 '포도봉봉'에서 가장 평범한 공간이었다.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워낙 깔끔하고 깨끗해서 불만은 없었다. 샤워기와 세면대 사이에 유리벽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살짝 했다. 그래도 수압도 세고, 각종 어메니티가 충실히 갖춰져 있다. 욕실 바로 앞에는 수건, 휴지, 머리끈, 면봉, 각종 상비약 등이 놓여 있는데 섬세함의 극치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포도봉봉'의 키포인트는 창밖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담하고 안락한 공간인데, 이곳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를 떠나는 날 아침에 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차와 함께 책을 읽었던 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최고의 순간이다.
침실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다. 침대가 정말 푹신푹신하고 포근해서 온몸이 잠이라는 달콤한 늪에 스르륵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침실에서도 프로젝터로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데, 진짜 집이라면 추천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여행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았다. 침대 마리맡에 무선 충전기와 콘센트도 있어서 그냥 하루종일 침실에만 있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감성 숙소 '포도봉봉'은 조용히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명 관광지와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그만큼 '나'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강릉 여행을 여러 번 해서 굳이 많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면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기분이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시간을 본래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집에만 있기가 조금 지루하다면, 명주동 카페거리에 있는 카페(오월커피, 오뉴월 커피)에 가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녁에는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피자와 맥주로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포도봉봉' 덕분에 강릉에 대한 애정도가 더 높아졌다. 이러니 강릉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