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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유리의 연기력 논란, 윤아를 벤치마킹하는 건 어떨까?

너의길을가라 2017. 2.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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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의 덫은 질기고도 질겼고, 기억상실의 늪은 깊고도 깊었다. 고립무원, 고군분투. SBS <피고인>의 박정우(지성)가 처해 있는 상황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피어난다. 어떤 정치인의 유행어 '어째쓰까'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드라마는 의문 투성이다. 미로를 헤매는 것마냥, 혹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제자리 걸음이다. 시청자들은 혈압을 높이고 급기야 뒷목을 잡게 만드는 '고구마' 전개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피고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피고인>이 '맛있는 고구마'라는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박정우 역할을 맡은 지성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지성의 열연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상쇄시키는 핵심적인 존재다. 슬픔, 분노, 혼란, 자괴, 허탈 등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 지성의 얼굴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감정이입을 가능케 한다.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들이 오버랩되는 순간들은 왜 그리도 짠한지..



그런데 호소력 있는 연기를 펼치는 지성과 밸런스를 맞춰야 할 여자 주인공, 감옥에 발이 묶인 피고인 박정우의 조력자 서은혜 역을 맡은 권유리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기 경력이 부족한 만큼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기의 신선함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그의 위치를 더욱 애매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서은혜는 '실력'보다는 '열정'이 앞서는 변호사다. 정의를 추구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이를 위해서는 판사에게도 큰소리를 치는 싸움닭 같은 캐릭터다.


문제는 초반의 발랄한 캐릭터 설정이 드라마와 조화되지 않아 이야기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포커스가 서은혜가 아닌 박정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tvN <굿와이프>의 김혜경(전두연)이 필요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설픈 변호사의 등장은 팽팽한 긴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동한다. 무엇보다 권유리는 어색한 표정과 목소리 톤, 그리고 발성과 발음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여자 주인공의 연기가 삐끗하다보니 지성의 연기만 훨씬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그가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없이 정상적인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면 과연 서은혜 역할을 따낼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의 연기를 지켜 본 시청자들이 대신 해주리라 생각한다. 물론 권유리가 OCN <동네의 영웅>, 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지만, 냉정히 평가한다면 여전히 그의 연기력에는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철저한 준비 없이 너무 큰 배역에 뛰어들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소녀시대의 다른 멤버들이 그러하듯, 권유리도 '배우'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노력 자체를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가 장기적으로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를 찾는 '선구안'부터 키워야 할 것 같다. 물론 연기의 기본기를 닦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중요한 건 '분량'이 아니라 '배역'인데, 그런 의미에서 같은 소녀시대의 멤버인 임윤아의 케이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임윤아는 tvN <THE K2>에서 '예쁨'만을 연기하며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자꾸만 '민폐'가 되고마는 고안나라는 캐릭터에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임윤아의 연기력에 부족함이 느껴졌던 건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송윤아라는 걸출한 배우가 함께 있으니 잔인한 비교가 자꾸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임윤아는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공조>에서는 강진태(유해진)의 처제 박민영 역을 맡아 톡톡 튀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감초 역할을 했다.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연기는 관개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물했다.


김성훈 감독마저도 소녀시대의 임윤아가 왜 이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의아할 정도로 박민영 역은 분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임윤아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마냥 제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역시 분량보다는 배역인 셈이다. 힘을 뺀 편안한 연기는 영화의 맛을 살렸고, 700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공조>의 순조로운 항해에 일조를 했다. 권유리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당장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에 목을 멜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연기의 보폭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


실전에선 실전의 기량이 필요하다. 물론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하나의 재미일 수 있지만, '짜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과정을 인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기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이라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청자는 진정한 배우들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보고 싶다. 20%를 목전에 두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피고인>이 한 계단을 더 오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거기에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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