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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끄는 여자>, 사무장이 주인공? 최지우는 또 납득시켰다

너의길을가라 2016. 10. 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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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이힐을 신은 커리어 우먼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며 교도소로 향한다. 접견 시간을 기다리면서 사건 서류를 뒤적이더니 단호히 '有'라고 적어넣는다. '빼도 박도 못하는' 유죄라는 뜻이다. 그의 이름은 차금주(최지우)다. 피고인과 첫 대면한 자리에서 '당신은 유죄야'라고 단언하며, "자백하면 7년, 부인하면 20년.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면 제가 법정까지 쭉 동반해드리죠"하고 배시시 웃는다. "네가 판사야?"라고 으르렁대는 상대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유죄가 나올지 무죄가 나올지 미리 알려주는 거. 시간 낭비인이 아닌지 판단하는 거"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잘 나가는 변호사구나?' 그렇게 지레짐작할 즈음에 그의 정체가 한 꺼풀 더 벗겨진다. 차금주의 활약을 마뜩지 않게 여기고 있던 변호사 구지현(진경)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차금주가 자신의 '명품 가방(나중에 짝퉁이라는 게 밝혀지지만)'을 자랑하자, 약이 바짝 올라 그의 뒤통수에 대고 "저러다 철퇴 맞지. 너무 설친다니까. 변호사도 아닌 게"라고 한방 쏘아 붙인다. 어라? 변호사가 아니라고? 도대체 정체가 뭐지?



변호사인 동생 박혜주(전혜빈)가 변호하는 재판에 참석해 방척석에서 지켜보던 차금주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기지'를 발휘해 재판을 휴정시킨다. 자신의 원피스 지퍼를 내려놓고, 뒤에 앉아 있던 함복거(주진모)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자신의 언론사 '분륜 보도 소송'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에 와 있던 파파라치 언론사 '케이팩트' 대표 함복거는 졸지에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된다. 게다가 차금주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오히려 유도 신문에 말려 든다. 두 사람의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 '악연'으로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호사님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일하십니까?"라고 묻는 함복거에게 차금주는 "당신은 나의 동반자~"라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명함을 내민다. "차금주 사무장입니다" 두둥, 놀란 건 함복거만이 아닐 것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또 법정 드라마야?'라는 시청자들의 첫 반응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우리 드라마는 그 흔한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이끌어 가는 드라마'라는 선언이었다. 얼마 전 종영한 tvN의 <굿 와이프>와는 결이 다르다. 전도연이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면, 최지우는 특유의 해맑음과 사랑스러움으로 시청자들을 무장해제시킨다. 




'능력 있는 사무장'이라는 설정이 낯선 건 아니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최필재(김명민)는 '신이 내린 사무장'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사건 수임부터 정보 수집, 재판 전략 등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한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차금주는 사실상 여자 버전의 최필재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최필재가 철저히 '돈'을 좇는 속물적인 경찰 출신 사무장이라면, 차금주는 '시험 공포증' 때문에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무장에 만족해야 했다는 것 정도다. 


오히려 더욱 비슷한 캐릭터는 tvN <굿 와이프>의 조사원 김단(나나)일 것이다. 변호사 김혜경(전도연)과 함께 극강의 케미를 보여줬던 김단은 못하는 게 없는 조사원이었다. 조사원과 사무장이 무슨 차이냐고? '사무장'이 되는 방법이 따로 없다는 점에서, 변호사의 인정을 받고 있는 김단은 언젠가 '사무장'의 직함을 얻었을 게다. 변호사도 한 수 접는 조사원이라는 점에서 김단과 사무장 차금주는 매우 닮아 있다. 또, 자신의 위치에서 '변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기존의 '변호사'가 중심이 되던 법정 드라마가 '사무장' 중심으로 변주를 꿰하는 흐름이 제법 흥미롭다.



"이 안에 뭐가 들었냐고요? 잡상인처럼 뭘 그렇게 미어 터지게. 이 안엔 열심히 살고 있단 증거물이 들어 있어요. 내 땀, 내 눈물, 내 소중했던 커리어. 그리고 내 의뢰인이 쉬어갈 자리."


한편, '함정'에 빠진 차금주는 '변호사법' 위반이 들통나 징역 1년을 선고받게 되고,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를 몽땅 잃고 추락한다. 다시 재기를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미 떨어진 명성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는 죄다 등을 돌렸고,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다. 그 과정에서 국선 변호만 수임하고 있는 생계형 변호사 마석우(이준)을 만나게 되고, 그 선한 양심과 순수함에 이끌려 함께 일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의외의 케미를 이뤄내며, '스타팰리스 살인사건'을 맡아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차금주는 악연으로 맺어졌던 함복거가 자신이 설립한 로펌을 맡아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인다. "닳고 닳은 자신과 구지현 변호사와 달리 초심으로 매달리는, 반대편 시소에 앉아줄 사람마석우를 영입하자는 것이다. 또, 과거에 함께 일했던 황 사무장(김병춘), 오안나(배누리)를 다시 불러들인다. 여기에 자신을 조롱했던 구지현과도 손을 잡는 대범함을 보였다. 과연 몰락한 사무장 차금주의 화려한 비상이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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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물 특유의 긴장감 넘치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는 데 성공했다. 최지우와 주진모는 능글 맞은 연기와 유쾌한 호흡으로 '로맨스' 부분을 채웠고, 이준은 순수하지만 열정적인 변호사 역할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여기에 앞으로 차금주와 동생인 박혜주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차금주를 나락으로 몰아 넣었던 미스터리한 사건 등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예정이라 더욱 흥미진지해 질 것으로 보인다. 


최지우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또 한번 입증했다. 그는 어리숙한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영리한 연기를 통해 '차금주'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고 있다. tvN <두번째 스무살>에서 맡았던 '하노라'의 어수룩한 모습이 겹쳐보이는 듯 하면서도, '사무장'이라는 역할에 걸맞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면모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섬세한 차별성을 두는 최지우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차금주와 그 주변 인물들이 함께 엮어가는 쫄깃한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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