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인천상륙작전>이 헛짚은 세 가지 포인트

너의길을가라 2016. 8. 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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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의 흥행 돌풍이 심상찮다. 개봉 9일 만에 443만 8,149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성공적 기운의 이면에는 영화를 둘러싼 '내전(內戰)'이 불을 뿜고 있다. '국뽕(애국심을 억지로 조장한다는 뜻의 신조어) 영화', '반공 영화'라는 날선 비판과 함께 '애국 영화'라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이념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무난히 천만 영화의 궤도에 진입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의 '상업 영화'로서의 성공에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 것 같다. 


이 영화는 성공했다. 관객들은 열광하고 있다. 절반의 대중들도 환호한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상륙작전>이 '좋은 영화' 혹은 '잘 만든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이 영화는 분명 분명 촌스럽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무엇이든 간에 지나친 노골성은 오글거림을 동반한다. '반공'이든 '애국'이든 간에, <인천상륙작전>은 그 언저리에서 나뒹굴고 있다. 두 번째는 영화의 만듦새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차차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자. 



1. 인천상륙작전 VS 맥아더, 제목이 뭐야?


다들 알고 있다시피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장군은 '연결성'이 매우 강하다. 둘을 떼어놓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이다. 물론 유엔 총사령관이었던 그가 인천상륙작전에서 중요한 키를 담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한국 해군 첩보 부대와 켈로 부대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명의 영웅에 역사를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민중이 역사를 움직였다고 말할 것인가. 


제작사 측에서 이 영화의 제목을 '맥아더'가 아닌 '인천상륙작전'으로 선택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여러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자리에 '맥아더'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놓고 싶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 자리엔 장학수(이정재)와 함께 북한군에 침투했던 한국 해군 첩보 부대와 서진철(정준호)를 비롯한 켈로 부대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제목은 5000 : 1이라는 성공 확률을 뚫고,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기필코 성공시킨 수많은 개인들의 '희생'을 조명하고 싶었다는 방증이다.  



이범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천상륙작전이) 연합군들의 노력으로 작전이 이뤄졌고, 이에 우리나라가 연합군에 신세만 진 것처럼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나라 해군 첩보부대, 즉 켈로(KLO)부대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 한 사람을 추앙하는 영화가 아니라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켰던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한 영화라는 설명이다. 


그랬다면, 그 '목적'과 '지향점'을 드러내려면 '맥아더'의 부분은 최대한 도려냈어야 맞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속의 맥아더는 마치 '신'처럼 군림한다. 소년병을 비롯해 장학수는 맥아더를 우러러 본다. 마치 신을 바라 보듯이. 맥아더는 그에 화답해 그들은 어여삐 여긴다. 또, 불쌍히 여긴다. 그 모습들이 결국 이 영화는 '맥아더'의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고(리암 니슨을 캐스팅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애초의 목적성과는 달리 결국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사이에서 방황한 꼴이 됐다. 



2. 섣부른 경계 짓기, 선악이 존재하는가?


영화에서 가장 불편했던 지점은 바로 '이념'을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한 부분이었다.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나름대로의 '계보'를 형성한다. 남과 북의 첨예한 대립을 그려냈던 <쉬리>를 출발점으로 그 이후의 영화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남북 관계를 묘사해낸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의 군인들 간의 인간적 유대감을 그려내 전환점을 마련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군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웃음'으로 '아픈 역사'에 한걸음 더 접근한 시도가 돋보였다.


그러니까 북한군을 '악'으로 규정짓는 것이 합당하냐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전쟁의 책임이 북한 측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군' 전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한국전쟁은 300만 명 이상의 '죽음'을 야기한 끔찍한 전쟁이었다. 그들은 왜 죽어야 했는가, 다시 말해서 한국 전쟁은 왜 일어나야만 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악'하기 때문에? 악한 사상인 '공산주의'에 물들었기 때문에? 



한국 전쟁의 발발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의 슬픈 운명이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지 공산주의에 미친 빨갱이들이 저지른 패악으로밖에 기록될 수밖에 없다. 또, '공산주의'와 '북한군'을 악으로 묘사하는 섣부른 선택을 한다면, 1950년 7월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민간인 200여 명 사망)과 1951년 2월에 발생한 거창 양민 학살(민간인 500여 명 사망) 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인천상륙작전>에서 림계진(이범수)과 장학수(이정재)는 영화 속에서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마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게다가 림계진은 철저한 '악'으로 묘사되고, 장학수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이런 식의 섣부른 경계짓기는 매우 불편하다. '북한군은 무조건 악인가?'라는 질문에 <인천상륙작전>은 너무도 쉬운 대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반공 영화'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3. 만듦새의 촌스러움, 극복이 안 된다.


장학수와 부대원들이 북한군에 침투해 '첩보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들은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또,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과 장학수의 대립 구도도 긴장감을 더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림계진을 극단적인 캐릭터로 그리면서 오히려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 없이 그의 잔혹성만 부각되기 때문에 몰입이 쉽지 않다. 그래서 림계진은 영화가 부여한 롤인 '악'을 수행하는 평면적 캐릭터로 전락해버렸다. 


림계진이 한채선(진세연)을 대하는 태도도 명확치 않다. '사랑'인지 '연민'인지 불확실한 감정들이 오가는데, '이념'에 충실하고, 그에 반하는 자는 가차없이 쏴죽이는 림계진에겐 그런 눈빛들은 어색할 뿐이다. (애초에 두 사람의 '멜로'가 설정돼 있었다고 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한채선'이 <인천상륙작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인데, 사실 한채연은 '없어도 그만'인 캐릭터다. 어쩌면 '남자'였어도 무방하다. 그만큼 이야기와 관계가 없다.


여성 캐릭터를 처음에는 '짜증 유발자'였다가 다음에는 '눈물 유발자'로 만드는 사용법은 진부할 뿐더러 무성의하기까지 하다. 또, 전반부의 제법 성공적인 흐름과는 달리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억지 감동을 연출하려는 무리수가 돌출하면서 영화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특히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BGM은 참아 넘기기 힘들 정도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대로' 흘러가는 시나리오는 하품을 자아낸다. 게다가 긴장감이 넘쳐야 할 상륙 직전 함대 이동은 어색한 CG 덕분에 김이 빠진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의 소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승리가 한국 전쟁의 승패를 바꾸는 전환점이 된 것도 사실이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또,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도 들여다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처럼 <인천상륙작전>은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일깨워주는(어쩌면 애국심을 고취해주는) 고마운 영화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이 조금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전쟁 영화'로 그려내기에 '한국 전쟁'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 얄팍하게 '선악'으로 결판내기엔 훨씬 더 첨예한 갈등이 내포되어 있지 않은가. 맥아더 장군에 대한 평가라든지 한국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 등 좀더 진지한 접근, 좀더 깊은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인천상륙작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참고로, 아래의 1과 2는 모두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인터뷰 발언이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심'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일 것이다. 


1. "영웅들의 노고를 알리고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품을 위해 쏟아낸 모든 이들의 열정과 진정성은 진심이었다. 단순한 정치색으로 폄하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2. "정신 무장을 하고 안보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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