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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이어티 게임>, 체제가 아닌 리더와 사람에 대한 담대한 실험

너의길을가라 2016. 10. 1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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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사회 게임쇼'인 tvN 예능 프로그램 <소사이어티 게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400평 규모의 거대한 세트장인 원형 마을은 두 개의 사회(社會, society)로 나뉘어 있다. 매일마다 '투표'로 리더가 선출되는 사회인 '높동'과 소수 권력(반란의 열쇠를 가진 자)에 의한 쿠데타로만 리더가 교체되는 '마동'이 바로 그것이다. 개그맨 양상국, 아나운서 윤태진, 로드FC 챔피언 권아솔, 이종격투기 선수 엠제이 킴, 모델 올리버 장을 비롯해 파티 플래너, 래퍼, 의사, 명문대 대학생 등 총 22명의 참가자(남성 14명, 여성 8명)는 사전 능력 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선택하게 된다. 첫 번째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


담대한 실험이었다. <더 지니어스>의 연출진과 <빅브라더>, <마스터셰프>, <1대100> 등의 포맷을 개발한 글로벌 제작사 '엔데몰샤인 그룹(Endemol Shine Group)'과 의기투합한 만큼 게임의 설계는 탄탄했고, 진행 과정도 흥미로웠다. 리더 교체 방식으로 차별성을 둔 두 사회는 매일 '중립동'에서 챌린지를 통해 경합을 벌이고, 그 결과에 따라 승리 팀의 리더는 자신의 구성원들에게 상금을 원하는 방식에 따라 분배한다. 한편, 패배한 팀의 리더는 탈락자를 선정해야만 한다. 14일 간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각 팀은 파이널 챌린지에 참가할 멤버를 세 명씩 남기게 되고, 최종 승자가 누적된 상금(최대 1억 5,000만원)을 획득한다.



"사람의 리얼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종연 PD)


처음에는 '사회'에 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인가. 아니,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하자. 과연 어느 사회가 더 '우월(優越)'한 사회인가. 투표와 쿠데타? 대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방송을 지켜볼수록 제작진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건 '체제(혹은 시스템)'라기보다는 그 체제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체제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동'을 선택했던 박서현(연세대 작곡가)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제대로 간파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소사이어티 게임>의 관찰 포인트는 '리더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가.' 혹은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라는 질문이었던 셈이다. 첫 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개그맨 양상국이었는데, 마치 장동민의 재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뜨거운 활약을 보여줬다. 양상국은 '마동'을 선택하면서 "한 번 정권을 잘 잡으면 무사히 갈 수도 있겠다"고 대답했는데, 그는 처음부터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또, "여기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있어야 할 거 같"다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숫자인 6명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가 구성한 연합은 결국 '쿠데타'를 성공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양상국은 이해성(서울대 경영학과)이 온갖 벌레를 갈아 만든 충격적인 셰이크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담함으로 '마동'의 초대 리더가 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이해성이 양상국에게 "형 팀원들까지 지킨다는 보장을 못 드릴 것 같다"고 선을 긋자 "네가 우리 팀을 책임 못 져주면 나는 반란을 해야 돼"라고 대답한 후 곧바로 '반란의 징'을 울려 쿠데타를 시도했다. '연합'을 꾸려 '세력 다툼'을 할 수밖에 없는 '체제' 하에서 이와 같은 충돌은 예견돼 있었다. 양 측으로 나뉜 '마동' 사회는 쉽사리 분열했고,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상황의 반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외부의 적이 있을 때, 내부는 단결한다고 했던가? 


'높동'과 '마동'의 챌린지가 펼쳐졌고, 인간장기 게임에서 '마동'이 승리를 거두면서 양상국은 리더로서의 자격과 함께 능력을 인정 받게 된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양상국이 상금 1,000만 원을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에게 100만 원씩 골고루 분배한 결정이었다. 멤버가 탈락하게 되면, 그가 가진 상금도 사라지게 되므로 일부 멤버에게 몰아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었음에도 양상국은 그러하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연합에 상금을 몰아주는 효과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실 오늘이 첫 날이고 팀 내 반란도 있었다. 아직까지 남은 날은 많다. 오늘은 내가 희생하겠다"는 그의 담담한 말에서 리더의 품격이 느껴졌다.


또, 리더의 권한인 블랙리스트(두 번 이름이 적히면 탈락하게 된다)에 그 누구의 이름도 적지 않았다. 이로써 양상국 체제의 '마동'은 초기의 혼돈을 가다듬고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양상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고, 그가 발휘한 리더십은 그 누구도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쌓았다.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을 파이널 챌린지에 데려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만큼 양상국이 새로운 연합을 형성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물론 그의 말처럼 남은 날이 많기 때문에 양상국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쨌든 양상국의 리더십은 앞으로 <소사이어티 게임>의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면, '투표'로 리더를 결정하는 '높동'은 갈등이 표면화되어 나타나는 '마동'에 비해 은밀한 눈치 싸움이 이어졌고,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견제도 더욱 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마음을 떠보는 등 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계속했다. 챌린지에서 패배한 후, '탈락자'를 선택하는 과정도 '다수결(투표)'로 진행됐는데, 게임에서 활약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윤태진을 탈락시키는 결정으로 귀결됐다. 다수의 결정이었지만, 과연 이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집단에서 단 한 명의 희생자가 필요하다면 그가 희생당한다는 사실에 아무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을 그 누군가를 선택하겠다"는 내레이션도 서늘하기만 했다. 


'높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출연자는 올리버 장(모델)이었는데, 그는 특유의 설득력으로 끊임없이 '여론'을 형성해나갔다. 전반부에는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관계를 형성해나갔고, 후반부에는 리더인 파로가 챌린지에서 두 번이나 패배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투표'와 '쿠데타'라는 리더 결정 방식만 놓고 봤을 때, 너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았던 질문은 거기에 '사람(리더)'이 개입되자 전혀 다른 질문이 돼버렸다. 어떤 '체제'를 선택하느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소사이어티 게임>은 이 담대한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사이어티 게임> 1회는 특별 편성을 통해 120분 동안 방송됐는데, 평균 시청률 1.263%, 최고 시청률 2.1%(닐슨코리아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첫 탈락자가 나오고, 내부적인 갈등이 싹트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 빠질 수 없는 '연합(동맹)', 그리고 의리와 배신은 여전히 주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이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과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것이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리얼한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출되리라. 무엇보다 '새로운 리더'의 출현과 그 리더들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 구성원들을 이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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