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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의 시청률 부진,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너의길을가라 2014. 10.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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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 9.7% → 7.9% → 10% → 7.5% → 7.0%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 정도면 '외면'이라고 할 정도로 시청률이 추락하고 있다. '사도세자'라는 막강한 소재와 영조로 분(扮)한 한석규의 출연 등 많은 화제를 뿌렸던 SBS <비밀의 문>의 부진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는다'


혹자들은 '스포일러'가 노출되어 있는 사극의 한계라고 말한다. 물론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은 '스포일러'가 만천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결말이 예측된다는 것 때문에 시청률이 부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 2011년 방영됐던 KBS <공주의 남자>의 경우에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지만 24.9%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올해 초 방송됐던 KBS <정도전>도 최고 시청률 19.8%를 기록했다. 관건은 '스포일러'가 아닌 셈이다.


결국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린 문제다. <공주의 남자>는 달달한 로맨스를 통해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정도전>은 최근의 유행과는 정반대로 정통 사극을 표방하면서 중년 남성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았다. 그렇다면 <비밀의 문>이 내세운 무기는 무엇이고, 타식으로 삼은 시청층은 누구일까?


<비밀의 문>은 정통 사극이 아닌 만큼 중년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또,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관계는 견원지간에 가까우니 '로맨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가능성이 있다면 사도세자와 관련이 있는 서지담(김유정)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일 텐데, 안타깝게도 서지담은 지나치게 어려 보인다. 그렇다고 아이돌을 출연시켜 10대 팬덤층을 노린 것도 아니다. 이제훈은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이지만, 그가 김수현이 아닌 이상 20~30대 여성팬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비밀의 문>은 확실한 '타깃'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타깃이 불분명하다는 말은 역으로 생각하면 모든 연령층에 골고루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 관건은 '무기'다.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도록 만드는 '무기' 말이다. <비밀의 문>이 결말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재해석'과 '추리'였다.


세자 이선(사도세자)을 기존의 '광인(狂人)'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열혈 청년'으로 바꿔놓았고, 그 진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추리 기법'을 도입해 흥미를 더하고자 했다. 영조와 사도제사의 관계는 '맹의'라는 가상의 문서로 표현된 영조-노론 커넥션 사이의 줄다리기로 해석했다. 결국 <비밀의 문>은 진실을 사이에 놓고, 이를 밝히려고 하는 자와 감추려고 하는 자들의 싸움을 그려낸 것이다.


문제는 <비밀의 문>이 그 싸움을 지나치게 어렵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의 초반부터 등장한 '맹의'에 대한 불친절한 설명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극 중에서 영조가 영의정 김택에게 "쉽게 말해. 어려워"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사실 그 말은 시청자가 <비밀의 문>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백성을 하늘로 알고 섬겨야 한다는 말, 저하께선 공허하다 하셨지만 전 이 말이 좋습니다. 그 나라의 백성으로 단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바로 '서지담'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밀의 문>이 내세운 무기 중 하나인 '추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서지담은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드라마 내에서 중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서지담은 세책방 주인의 딸이면서 포교소설의 작가다. 또한, 열혈 소녀탐정이기도 하다.


영특한 재능으로 사도세자를 돕고, 비밀 수사관으로 활약을 하기까지 한다. 또, 사도세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을 상기시키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 정도의 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서지담은 <비밀의 문>의 활력소이자 해결사에 가까운 역할이지만, 극에 자연스레 녹아들지 못하고 다소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지담의 추리가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어야 할 추리가 어린애 장난처럼 여겨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캐릭터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서 <비밀의 문>에 남은 것은 연기자들의 '열연'뿐인 듯 싶다. 온통 적(適)뿐인 세상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도세자 역을 맡은 이제훈이 분전하고 있지만 다소 힘에 겨워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한석규뿐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아마 그가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표정과 손짓 하나에도 혼이 담겨 있는 듯한 한석규의 호연은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물론 영조가 빙의한 듯한 한석규의 연기는 누가봐도 훌륭하지만, 특유의 발성 탓에 대사 전달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하는 확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비밀의 문>의 부진이 안타깝기만 하다. 24부작 중 고작 6회가 방영됐다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될까? 지금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조금만 더 친절한 드라마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과연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기회가 있다면 사실상 다음 주가 마지막이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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