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국가대표2>, 신파를 뚫는 세 가지의 힘 앞에 눈물 흘리다

너의길을가라 2016. 8. 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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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선 남북이 서로를 향해 총과 칼을 겨누며 악을 쓰는 영화가 성황리(盛況裡)에 상영되고, 또 한켠에는 '자매'로 만난 남과 북이 손을 맞잡는 따뜻한 영화가 개봉을 했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전자는 <인천상륙작전>이고, 후자는 <국가대표2>이다. 성적표는 판이하다. 마치 지금의 냉각된 남북 관계를 반영하는 듯 하다. <인천상륙작전은> 관객 600만 명을 돌파(603만 6,594명)하며 순항 중이다. 반면, <국가대표2>는 기존의 경쟁작들에 밀려 박스오피스 6위로 처졌다. 누적 관객 수는 30만 2,306명이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 지금을 개봉 시기로 잡았던 모양이지만, 애석하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매일마다 TV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굳이 영화를 통해 그 장면들을 챙겨 볼 생각이 들 것 같진 않다. 가령,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9-13으로 뒤지던 상황, 모두가 포기했던 그 벼랑 끝에서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읊조리며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박상영 선수의 경기는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지 않던가?


그렇다고 <국가대표2>를 이대로 사라지게 만들기는 좀 아쉽다. 그러자면 먼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좀더 정확히는 '무시'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뻔히 예상이 되는 시나리오에, 뻔히 예상 되는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종목'만 바뀐 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스키 점프'가 '아이스 하키'가 된 것뿐인 영화 말이다.




전작인 <국가대표>도 그랬지만, <국가대표> 시리즈의 전략은 단순하다. 비인기 종목 스포츠의 열악한 현실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제각각이던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는다. 거기에 지금은 '국뽕'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한, 달콤한 초콜릿을 뿌려 그럴듯한 모양새로 진열대 위에 올려놓는다. <국가대표2>는 성공한 전작의 전략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거기에 여자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생순>을 결합한 느낌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봤을 때, <국가대표2>에는 아쉬운 점이 '수두룩'하다. 스포츠 드라마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감동'을 향해 치닫는 여러 설정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초반에 보여지는 캐릭터 간의 불협화음은 나중에 보여줄 닭살스러운 '팀워크'를 위한 것임을 눈치채게 만든다. 더구나 리지원(수애)가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박채경(오연서)의 태도는 그것이 2002년이라고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 '일억 요정' 오달수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웃음 포인트는 아쉽고, 성차별적인 유머가 남발되는 것도 민망하다.




그럼에도 <국가대표2>에 놀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스포츠'만에 머무리지 않고, 그 이상을 준비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또 한번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눈치챈 걸까? '스포츠 + α'의 선택은 영리하고 주효했다. 그 α는 바로 '남북(민족)'과 '가족'인데, 신파를 뚫는 세 가지 요소(스포츠, 남북, 가족)이 적절히 벼무려지면서 영화는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그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했다면, 실패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표출되는 이 개별성들의 총체성은 빠져나갈 수 없는 최루성(催淚性)을 선사한다. 


자격 미달인 국가대표 감독 강대웅(오달수), 북한 국가대표 출신 탈북자 리지원, 이기적인 행동으로 국민 밉상으로 등극한 쇼트트랙 선수 박채경, 시간외수당을 챙기기 위해 합류한 아이스하키협회 경리 미란(김슬기), 필드 하키 선수인 아줌마 고영자(하재숙), 전직 피겨요정 김가연(김예원), 중학생 신수현(진지희)이 팀을 이뤄나가는 초중반은 되려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 경기를 뛰는 모습은 제법 박진감 넘치게 표현됐다. 또, 해설자로 깜짝 출연한 조진웅은 신선한 재미를 준다. 



'스포츠'라는 마약이 힘을 발휘하고 난 후, <국가대표2>는 진짜 하이라이트로 향한다. 분단의 아픔과 함께 리지원의 가슴 아픈 가족사가 얽히면서 영화는 관객을 또 다른 지점으로 이끈다. 동메달을 획득을 두고 최후의 일전을 펼치게 된 남북의 아슬아슬한 대결은 진부하지만, 스포츠라는 형식 안에서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또, 빙상장에서 남한의 선수로 뛰게 된 리지원과 북한의 선수로 출전한 리지혜의 맞대결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공항에서의 이별 장면은 신파의 진면목을 보여주지만,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2>는 남북 관계를 '가족'으로 엮고, 거기에 '스포츠 정신'을 덧댄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핵심은 '스포츠'가 아니라 '남북과 가족'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신파에 박수를 쳐줄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신파, 그러니까 신파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영화라면 두손 두발 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주요 배급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국가대표2>가 흥행 대열에 합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뻔한 영화'라고 흘려버리기엔 지나치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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