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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잔치 'tvN10 어워즈'가 저지른 나쁜 편애 두 가지

너의길을가라 2016. 10. 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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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상식은 없다. 시상식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상식은 애초에 방송사 측의 입장과 관계자들, 그리고 초대받은 배우들의 입맛을 모두 맞춰야 하는 '숙명'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몰아주기'도 욕을 먹고, '나눠주기'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실 '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상은 '몰아주기' 아니면, '나눠주기'가 아니던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말은 '누가 받아도 이상하다'는 말과 동의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상은 준다지만, 그 판단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완벽한 '객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답은 '하나'일 테지만,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객관성의 허구를 알 수 있다. 기준을 정하는 방식은 다분히 자의적이고, 그렇게 정해진 기준조차도 어차피 '제멋대로'다. 


tvN이 수상작과 수상자 선정기준을 '내부 전문가 심사 40% + 외부 전문가 심사 30% + 네티즌 투표 30%'로 정한 건 꽤나 신중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비중을 그리 정한 까닭을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겠는가. tvN을 탓하는 게 아니다. 시상식이라고 하는 '쇼'의 한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tvN10 어워즈는 근래의 어떤 시상식보다 제법 괜찮은 '페스티벌'이었다.



이토록 '고급진' 시상식이 또 있었던가? 5시간에 이르는 긴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은 tvN10 어워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작정하고 차린 상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다. 그럴만도 했다. tvN의 무려 '10년'을 기념하는 자리니까 말이다. 1년마다 시상식을 열었다면, 죄다 '대상'이었을 작품들과 그런 배우들이 자리를 채웠으니 그 풍성함이 오죽하겠는가.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미생>의 이성민, 임시완, <오 나의 귀신님>의 조정석, 박보영, <시그널>의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또 오해영>의 서현진, 에릭,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동일, 이일화, 라미란, 김성균, 서인국, 정은지,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이동휘, 혜리까지..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지상파 시상식에서조차 쉽사리 볼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tvN의 높아진 위상을 또 한번 실감케 했다. 



예능 쪽도 만만치 않았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삼시세끼> 시리즈의 이서진,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도 자리를 빛냈다. <택시>의 이영자와 <SNL 코리아>의 신동엽을 비롯해 '기적을 만들어내는' 크루들, <코미디 빅리그> 팀의 퍼포먼스도 시상식에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초대가수인 싸이의 등장은 시상식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축제의 그것으로 바꿔버렸고, 깜짝 출연한 이문세는 시상식에 감동과 품격을 더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상식엔 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기에 '누가 받았고', 누가 못 받았고'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일각에서 문제 삼고 있는 최신 작품에 대한 '편애'는 인간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기억은 늘 갱신되기 마련이라 지난 것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들 게 돼 있다. <나인>, <로맨스가 필요해>, <인현왕후의 남자>, <식샤를 합시다> 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많지만 어찌하겠는가. 


또, 인기 배우들이 포진한 작품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인지상정이 아닌가. <미생>이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시상식에선 한 켠에 비켜서 있어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네티즌 투표를 30% 포함시켰을 때부터 이와 같은 논란은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비단 네티즌'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말했지 않는가. 누가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tvN10 어워즈에 문제제기하고 싶은 '편애'는 오히려 다른 데 있다. 안영미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저희 코미디 빅리그 분들, 개그맨 분들, 그리고 SNL 분들 많이 오셨는데, 카메라 한 컷을 안 잡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까 너무 빈정이 상해 있었거든요. 저희 개그맨들 많이 좀 잡아주세요"라며 아쉬움을 잔뜩 드러냈다. 배우와 코미디언의 비대칭 구조는 여타 시상식에서도 계속 되어 왔는데, tvN조차도 이를 답습하는 우를 범했다. 


배우에 비해 코미디언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게 되는 건 방송의 생리이고, 워낙 '대단한' 배우들이 잔뜩 출연한 탓에 tvN 측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더라도, 수상자가 저리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정도라면 그 편애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코미디언들이 배우들을 흉내내고, 그 앞에서 마치 재롱을 떠는 듯 개인기를 펼치는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남겼다. 물론 류준열을 묘사한답시고 손가락으로 눈을 찢은 양세찬이나 김혜수를 흉내내던 장도연이 가슴을 언급한 건 수준 이하의 콩트였다.



"미생 찍을 때, 김원석 감독하고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스태프 상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tvN은. 스태프들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저희 <미생>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예능 프로, 드라마 스태프들께, 그들과 함께 이 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습니다. 다음에 10년 뒤에 tvN이 또 상을 만든다면, 꼭 그런 상을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편애'는 이성민이 잘 지적했듯이 '스태프'가 완전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헌신하는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어찌 <미생>이 있을 수 있고, <시그널>이 있을 수 있으며, <삼시세끼>가 존재한단 말인가. tvN10 어워즈는 그야말로 '배우'들을 위한 잔치에 불과했다. tvN의 10년 역사를 훑어보는 기념비적인 자리였던 만큼 많은 준비를 한 것이 역력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함'만 좇은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시나리오, 촬영, 미술, 의상 등 스태프와 관련한 상을 시상할 때,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참신하고 확기적인 발상들을 토대로 다양성을 도모했던 tvN이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노예상', '개근상' 등 이색적인 상을 고안해낼 아이디어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성민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김혜수, 아마 수많은 시청자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기약할 수 없는, 그 언젠가 다시 찾아올 tvN의 시상식엔 꼭 '스태프'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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