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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스페셜] 불타는 물의 천국 '판타날', 이상 기후와 자연 훼손 탓이다

너의길을가라 2021. 12. 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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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서남부에 위치한 판타날(Pantanal)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습지이다. 전체 면적이 약 22만 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면적과 비슷하다.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판타날에는 약 4,500종의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카이만악어의 세계 최대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물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곳, 판타날이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9일 방송된 KBS2 <환경스페셜> '불타는 물의 천국 판타날' 편은 현재 판타날이 처한 상황을 다뤘다. 판타날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자연 사진작가 루치아노 칸디사니는 10년 넘게 이곳을 찾았다. 그는 판타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루치아노가 유명세를 얻은 건 수 천 마리의 카이만 악어가 늪에 있는 사진 덕분이다. 최초로 근접 촬영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루치아노는 3년 만에 푸소 알레그레를 다시 찾았다. 카이만악어가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데 루치아노는 급격히 달라진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이 보이지 않았다. 건기(5월~10월)가 진행된 상태라는 걸 감안해도 눈에 띠게 물이 말라버렸다. 그 많은 카이만악어 떼도 모두 사라졌다. 비쩍 갈라진 땅 위에 카이만악어들의 시체가 처참한 몰골로 남겨져 있었다.

판타나를 관통하는 파라과이 강(Rio Paraguai)을 돌아보던 제작팀은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코를 찌르는 듯한 연기가 가득했다. 매캐한 연기의 원인은 들불이었다. 대습지의 한 곳에서 시작된 불길은 끝없는 평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고 있었다. 2021년 8월 한 달 동안 판타날에는 무려 1,50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미 인간의 통제 수준을 벗어난 대재앙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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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날의 총 강수량이 10년째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물 부족과 가뭄으로 인해 대부분의 판타날 지역에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판타날의 담수 면적이 평균 70%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이 결과는 매년 우기에 평원이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산드로 메네제스, 도라도스 국립대학교 생물학교수)


판타날의 산불 발생 95%는 불법 벌목이 원인이다. 이상 기후(91년 만의 최악의 가뭄)로 극도로 건조해진 날씨에 불을 놓아 목초지 개간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도라도스 국립대학교 산드로 메네제스 생물학교수는 앞으로 판타날에 물이 부족한 가뭄 지역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치아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불이 "지속 불가능한 삶의 방식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판타날 북쪽에서 대대로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온 현지인들은 매일 가뭄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름답고 큰 저수지의 물이 마루면서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다. 그들은 판타날이 사막으로 변해버렸다고 절규했다. 과거에는 건기에도 몇몇 호수는 남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뭄이 심해지며 대부분 바닥을 드러낸 실정이다. 물이 마르자 물고기들은 집단 폐사하고 말았다.

한편, '브라질의 카우보이'라고 불리는 판타니에로는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식민지로 만든 16세기 이후 판타날에서 소를 키우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광활한 땅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고유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이어왔다. 하지만 판타날의 가뭄이 심해지면서 그 생활도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인공 연못을 설치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판타날의 우기(12월~3월)는 어떤 모습일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판타날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모한다. 죽음과도 같았던 대지는 싱싱한 초록으로 바뀌고, 잠자던 모든 생명이 깨어난다. 파라과이 강에 홍수가 나서 작은 강이 큰 강으로 흐르지 못하게 되면 파라과이 강이 큰 댐이 돼 그 안에 물을 가둔다. 건기 동안 메말랐던 땅은 수중생물들의 경연장이 된다.

진흙 속에서 굶주림을 견딘 카이만악어는 천국을 만난다. 입을 벌린 채 가만히 기다리며 먹이를 사냥하는 특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건기에 살아남은 카이만악어들은 이 시기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긴다. 물고기가 늘어나면 새들도 찾아온다. 왜가리, 판타날의 상징 검은머리황새 등 판타날에서는 650여 종의 새들을 볼 수 있다. 모두 물이 만들어낸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큰 쥐처럼 생긴 카피바라의 모습도 보이고, 기니피그를 사냥하고 곧장 먹어치우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재규어의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이들의 삶마저 바꾸어 놓았다. 판타날에는 매일 수십 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많은 재규어와 야생동물이 타죽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물의 천국 판타날이 불타는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판타날은 포르투갈의 식민지화가 시작된 16세기 이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판타날에 온 사람들은 사냥과 개간에 몰두했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해 동물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뒤늦게 브라질 정부는 동물보호정책을 실시했고, 그에 따라 밀렵이 사라지며 발등의 불은 껐다. 하지만 개간으로 인한 자연 훼손이 기후 변화와 맞물리며 판타날을 뒤흔들고 있다.

현재 브라질의 콩 재매면적은 2천294만 8천870ha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판타날이 속해 있는 마토그로소 주는 70%가 콩 재배지역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개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벌목과 토지 개간이다. 산드로 메네제스 교수는 "1970년대부터 정부의 장려로 산림을 농토로 바꾸기 위해서 무분별한 불법벌목과 개간이 이루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바뀐 농토에 사용한 모래흙이 빗물에 씻겨 강으로 흘러들어갔고, 강바닥에 쌓이면서 강물의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그 때문에 홍수 발생이 빈번해졌다. 최대 습지이자 초원인 판타날은 가뭄과 불, 홍수로 고통받고 있다. 물의 천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찬란히 아름다운 저 판파날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을 줄이고 자연이 만들어낸 물의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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