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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잡힌 한국석유공사 · 현대차 그룹, 진정한 호갱님은 누구?

너의길을가라 2014. 9. 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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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虎口)를 잡다'는 말이 있다. 마치 비속어처럼 들리는 '호구'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의 비유'란 뜻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어휘다.



요즘에는 어수룩한 고객이 바가지 쓴다는 의미로 '호갱님(호구+고객님)'이란 신조어로 활용되어 쓰이고 있다.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현대차동차의 '뻘짓'을 보고 있노라면, '호구를 잡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누가 더 진정한 '호갱님'인지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자세한 내막을 알고나면 정말이지 뒷목을 잡을 판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1조 원에 사들였다가 10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헐값에 매각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베스트에너지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애시당초 구입할 의사도 없었던, 고작 1달러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부실덩어리 기업을 '끼워 팔기'에 당해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다. 


난 20009년 한국석유공사는 MB정부가 내건 국정과제인 '자원외교'의 성공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39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캐나다 일대 석유 생산광구와 오일샌드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는 하베스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애시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상류부문(upstream) 자회사 4곳만 인수했다면 지금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강영원 사장 -


하베스트는 골칫덩어리인 하류부문(downstream) 정제 자회사 NARL의 '끼워팔기'를 시도했고, 한국석유공사는 NARL 의 공장이 섬에 위치해 입지 조건이 불리하고, 장비가 노후(1971년 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하베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스스로 '호구(혹은 호갱님)'가 되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수금액은 기존의 31억 4,000만 캐나다 달러에서 9억 3,000만 캐나다달러가 증가한 40억 7,000억 캐나다 달러로 부풀어 올랐다.


손해는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NARL의 영업손실은 2011년 1억4100만 캐나다달러, 2012년 1억4400만 캐나다달러, 2013년 2억3200만 캐나다달러로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NARL이 워낙 큰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하베스트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부채감축 압박이 거세지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MB정부 하의 한국석유공사가 부실기업을 인수한 탓에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감수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와 같은 '호구 잡히는 짓'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캐나다 우미악·혼리버 가스전)를 비롯해 광물자원공사(파나마 구리광산), 한국전력공사(호주·캐나다 지녁의 유연탄·우라늄 사업)도 각종 에너지 사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자원 외교'라는 미명 하에 마구잡이로 투입된 것일까?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1달러 가치의 NARL을 1조 원에 매입해 1000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에 매각한 한국석유공사의 사례는 MB정부의 '자원외교'가 얼마나 부실하고 형편없이 진행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박근혜 정부가 무리할 정도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정상화'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으로부터 비롯된 대표적인 공기업 자산의 헐값매각 사례이다.



이번에는 '또 하나의 호갱님' 현대자동차 그룹의 '호구 짓'도 감상해보자. 현대차 그룹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서울 삼성동 한국 전력 부지를 무려 10조 5,500억 원이나 배팅해서 낙찰받았다. 감정가인 3조3,346억원 보다 훨씬 높은 금액일 뿐만 아니라 경쟁에 참여했던 삼성전자가 써낸 것으로 알려진 5조 원 가량보다 약 2배가 많다.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앞서 한국석유공사의 사례를 들면서 1조 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10배인 10조 5,500억 원이라는 단위가 등장한다. 사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액수이다. 여러 언론들과 SNS를 활용하는 누리꾼들은 현대차 그룹이 쏟아부은 '10조 5,500억 원'이라는 액수를 보다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잠시 '10조 5,500억 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감상해보도록 하자.



일단, 10조5,000억 원이면 3.3㎡(평) 당 4억3,879만 원이다. 허탈한 웃음이 배어져 나온다. 한 평에 4억이라니. <일간스포츠> J비즈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10조6880억8100만원)은 (거의) 몽땅 인수할 수 있고, SK하이닉스, 현대증권 등 범현대가의 재결합도 가능한 금액이라고 한다.


아직까진 잘 와닿지 않는다. '2014년도 전국 토지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제주도의 땅값을 계산해보면 고작(?) 432억 3,500만 원 가량이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의 총 건설비용은 기껏해야(?) 3조 5,000억 원이다. 실생활에 적용을 해보자. 백도날드 빅맨(4,000원)을 26억 3,750만 개를 구입할 수 있고, 담배(2,500원)로 치면 43억 2,000만 갑을 피울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엄청난 돈이 건물 하나에 쳐박힌 것이다. 현대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정부한테 사는 것이어서 (금액을)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면서 놀라운 '애국심'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의 속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여전히 '미래를 위한 훌륭한 결정'이라고 알랑방귀를 끼고 있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거래 시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감정가인 3조3,346억원이있고 삼성전자는 5조 원 가량을 적어냈다는 사실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로 '호구 잡힌' 것을 '애국심'으로 포장하는 정몽구 회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혹시 정몽구 회장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위의 사진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 주변의 측근들은 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숨기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다소 가볍게 쓰고자 했지만, 사실 이 사안은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외교를 주도한 공기업)의 투자 비용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당시 석유공사 사장이었던 강영원 씨의 주머니에서? 혹은 MB의 통장에서? 당연히 그 돈은 국민의 세금이고, 엄청난 금액의 손해를 메우는 것 역시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그룹은 민간기업이라 사정이 다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넣은 후폭풍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방식은 하청업체를 압박해 단가를 후려치거나 혹은 자동차 가격 상승 등 매우 다양할 것이다.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표정 관리에 들어간 현대차의 오버스러운 액션이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현대차 그룹을 위하여 강남의 땅값은 매년 계속해서 상승해야만 한다는데, 다 함께 기도를 드리는 건 어떨까? 오로지 현대차 그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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