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함부로 청춘은 아름답다 하지 마라. 우린 지옥에 살고 있다.

너의길을가라 2012. 5. 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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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랭'이 책을 썼네? 2년을 준비했다는데, 일단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깔 거니까..ㅎ

 

제목은 '아름다운 청춘' 

 

한동안 잠잠했던 청춘 장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중년은 어떤가? 그렇다면 노년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애초에 있던가? 생물학적 나이로 규정되는 청년 말고, 청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청년이다.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들은 정말 아름다운가? 이 물음에 대해 'YES'라고 대답하는 것은, 마치 청춘들을 '지옥'에 몰아 넣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땀 흘리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며 '아~ 청춘은 아름답구나!'라며 감탄사를 내뱉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낸시 랭이 말하는 청춘은 다를까? 아시다시피, 낸시 랭은 존재 자체가 이미 자본주의적이다. 그는 '미술이 달러가 되길' 기원하는 솔직한 속물이다. 이택광은 낸시랭을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극명한 본보기라고 표현했다. 낸시 랭이 청춘을 위로한다? 웃기지 마시라. 낸시 랭을 통해 희망을 얻는 청춘들의 미래는 뻔하다. 

 

청춘은 아름다운 거야. 힘든 게 청춘이야. 힘들어야 청춘이야. 너의 고통은 당연해. 하지만 그것을 견뎌내면 넌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어. 지위도 높아지지. 나를 봐. 옷을 벗고 이상한 짓을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고 있잖아. 나? 아주 행복해! 청춘은 아름다운 거니까! 

 

우습지 않나? 사회는 이미 지옥으로 변해 있다. 그 지옥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득권이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친구와 동료를 무참히 학살하고) 아주 좁은 구멍을 향해 악착같이 기어 오르는 '청춘'을 향해 무미건조한 박수와 함께 말한다. "청춘은 아름다워~" 

 

그것이 낸리 랭이건 김난도이건 공병호이건 상관 없다. 우리가 부동산을 몇 채 이상 가지고 있지 못한 이유, 우리 통장에 현금이 몇 십 억 이상 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때, '네가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그 꿈을 노트에 적고, 매일 간절히 기도하고,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쓰고, 자투리 시간을 절대 흘려 버리지  말고..' 와 같은 개소리를 늘어 놓는다면, 그들은 이 지옥을 유지하길 원하는 기득권과 그 기득권에 기생하는 얼빠진 인간들에 불과하다.

 

청춘은 아름답다? 콘크리트 건물 속에 갇힌 채, 수능이라는 또 다른 지옥으로 향하는 해방구로 돌진하는 수십만 청춘들이 아름다운가? 등록금 낼 돈이 없어 사채까지 끌어쓸 수밖에 없는 청춘이 아름다운가? 알바와 알바와 알바로 이어지는 청춘, 쥐꼬리 만한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청춘,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청춘, 운이 좋아 대기업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10년도 일하지 못하고 잘려야 하는 청춘.. 과연 청춘이 아름다운가? 


함부로 청춘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마라. 불쌍한 청춘들을 헛된 희망 앞에 줄 세우지 마라. 속지 마라. 우리 모두의 '청춘'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이 지옥을 깨버려야 한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말해야 한다. 지옥을 깨지 않고선, 그대와 나의 청춘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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