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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를 포기할 수 있냐'는 강형욱의 말, 보호자는 오열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0.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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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혼자서 세 마리를 보살피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지난 1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지난 주에 이어 시베리안 허스키, 골든 레트리버, 몰티즈와 함께 살고 있는 보호자의 고민 상담을 이어갔다. 우선, 한눈에 보기에도 견종 궁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형욱 훈련사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이라며 애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몰티즈 수리(수컷, 4살)
허스키 쭈구리(수컷, 1년 4개월)
레브리터 보리(암컷, 1년 7개월)

그렇다면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보호자의 일상은 어떨까. 얌전히 앉아서 쉬는 반려견의 옆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우아한 삶? 그런 건 없었다. 오전 6시에 눈을 뜬 보호자는 곧바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세 마리를 차례차례 시키다보니 어느새 7시 40분이 됐다. 반려견들의 밥을 챙기고, 식사를 하는 틈에 배변 등을 청소했다. 그것만으로도 진이 빠져 보였다.

보호자가 출근을 준비하는 사이 쭈구리와 보리의 싸움이 벌어졌다. 대형견들의 싸움은 살벌하기까지 했는데, 보호자가 뜯어 말려도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겨우 진정되나 싶었는데, 기회를 노리던 주꾸리가 보리의 목덜미를 물고 흔들었다. 강형욱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대형견 두 마리 사이에 위태롭게 섞여 있는 수리의 상황도 걱정스러웠다. 실제로 물릴 뻔한 경험도 있었다.


보호자는 퇴근 후에도 쉴 틈은 없었다. 방 안의 상자는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곳곳에 뭉개진 변들이 가득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쭈구리는 분리불안이 있어 보호자의 부재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 한바탕 청소가 끝난 후, 저녁 산책이 시작됐다. 총 3시간 이상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마무리 정리까지 하면 밤 12시가 돼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낭만 따위는 없는 고된 일상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세 마리를 다 책임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자는 임신 중이었을 때 활동량이 많은 쭈구리가 배를 툭툭 치자, 이를 보고 화가 난 엄마가 쭈구리를 시골로 보냈던 일을 떠올렸다. 주변에서 쭈구리를 시골에 계속 두라고 만류했지만, 기를 쓰고 데려왔던 까닭은 혼냈던 기억밖에 없어 미안했기 때문이다. 쭈구리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픈 손가락이자 가족이었다.

"저도 정말 용기를 드리고 싶은데, 그 방법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아서 그래요." (강형욱)


강형욱은 고민을 거듭했다. 보호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지만 그 방법이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쭈구리와 보리는 아직 어린 강아지이고, 저렇게 뛰어노는 게 지극히 정상이었다. 강형욱은 "아이가 뛰어논다고 뭐라 할 수는 있지만 다리를 부러뜨릴 수는 없"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다만, 보호자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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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만난 강형욱은 간단한 훈련팁부터 전수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고 잠을 잘 때는 목줄을 풀어주라고 조언했다. 마치 양말을 신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하라는 뜻이었다. 체격이 크고 활동성이 많은 반려견은 실내에서도 목줄을 착용하는 게 좋다. 엉켜서 다툴 때 신속히 분리하기에도 수월하고, 산책을 갈 때도 유용하다.

강형욱은 '올바른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쭈구리, 보리는 장난기가 많이 생기는 시절에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심한 장난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강형욱은 위험한 것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반려견들이 서로 다툴 때 보호자가 몸으로 블로킹을 하라고 조언했다. 이때 '단호한' 움직임은 필수이다.

그리고 반려견들이 소파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수리의 경우 대형견인 쭈구리와 보리가 주위에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보호자 옆에 가서 숨을 요량으로 소파로 올라오려 했다. 문제는 보호자에게 의지하며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정의 균형을 생각한다면 보호자가 소파에 있을 때 반려견들이 소파에 올라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질투심 유발을 막아야 했다.

"보호자님도 훌륭한 것 같아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응원하는데, 너무 무거운 짐을 진 거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강형욱)


강형욱은 보호자와 마주 앉아서 위로를 건넸다. 책임감 하나로 무거운 짐을 견뎌온 보호자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반려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행복한 삶도 경험하게 해줘야 하는데, 보호자의 일상을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한 마리씩 산책시키는 정도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물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세 마리의 반려견 모두 세상에 대한 호가심과 장난기가 충만한 시기인데, 하루의 대부분을 작은 창 앞에서 지내야 했다. 강형욱은 욕구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반려견들에게 그저 얌전히 있으라고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훈련사의 입장에서 충분히 불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호자의 고충도 이해가 됐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강형욱은 머뭇거리며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포기하자고 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 말을 들은 보호자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았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졌던 모양이다.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예상은 했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으리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라며 도전해 보자고 제안했다. 반려견에 대한 보호자의 애정과 책임감을 믿어보기로 한 듯했다. 강형욱은 열심히 키워보자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훈련의 포인트는 '균형'이었다. 다견 가정의 경우에 보호자의 섣부른 행동이 다른 개들의 질투심을 유발해 싸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단호한 보디 블로킹으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보호자가 움직일 때에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한 마리씩 예뻐하는 것이다. 한마리씩 개별적으로 불러 애정을 주고, 다른 반려견이 다가오면 블로킹을 하며 막아섰다. 만지거나 간식을 주지 않고도 반려견이 기분을 업시키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그게 바로 말로 예뻐하는 것이다.

어느덧 세 마리의 반려견은 적절히 떨어져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동시에 예뻐하고 동시에 간식을 주는 게 가장 나쁘다고 강조했다. 그건 곧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분리불안이 있는 쭈구리의 나쁜 버릇을 없애기 위해 켄넬 안에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대신 쭈구리의 아침 산책 횟수를 2번으로 늘렸다. 10시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촬영 후에도 보호자는 훈련을 생활화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세 마리의 반려견들은 조금씩 균형을 찾아갔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의 답을 만들어 간 것이다. 부디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하지만 강형욱이 걱정했던 것처럼, 보호자들이 무작정 반려견을 늘리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환경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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