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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 아들과의 갈등, '이벤트 엄마' 정영주는 깨달았다

너의길을가라 2021. 10. 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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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신통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 분석하는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그것이 자녀의 입장에서도 최선이냐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찾았다. 그는 오은영 박사와 친분이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정영주는 성인이 된 아들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아들은 아빠와 조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3년 전부터 정영주와 함께 지내게 됐다. 이혼 후에도 자주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같이 생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정영주는 아들이 분노 조절이 힘들고 폭력성을 보이는 등 감정 컨트롤에 곤란을 겪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부분에서 아빠와 수없이 부딪치며 갈등이 지속되자, 아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엄마와 살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조금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정영주도 아들과 살고 싶다는 갈망은 있었지만,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환경이 바뀐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정영주는 폭력성을 보이는 아들과 수없이 부딪쳤다. 매일마다 다툼의 연속이었다. 화내는 엄마와 폭력적인 아들의 갈등은 1년 넘게 지속됐다. 서로에게 안정적인 관계를 주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처를 주게 됐다.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현실은 가혹했다. 정영주는 본인도 병이 드는 것 같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정영주는 아들의 폭력성을 볼 때마다 '저건 내 모습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때 분노 조절이 어려웠던 자신을 보고 배운 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었다. 양육에 있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혼을 결정했고 가족 상담과 치료를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들은 방치되어 있었다. 이혼의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들은 '나 때문이잖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의 어려움이 표면적으로 육아로 드러났을 뿐인데,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부모가 다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오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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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엄마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엄마한테 유독 심하게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짚었다. 정영주는 아들이 화를 내는 주된 상황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라고 설명했다. 남들이 보는 상황에서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 들어주기 시작했더니 '화를 내면 얻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쌓여 어느덧 습관이 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편, 정영주는 아들이 5~6살 무렵 자가 진단을 통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동네 병원에 다녔으나 호전될 기미가 없어 결국 오은영을 찾아가 상담을 시작했다고 했다. 등장부터 서로를 반갑게 맞이했던 두 사람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정영주는 아들의 ADHD와 폭력성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ADHD는 치료가 잘 되는 편이나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ADHD는 사람 됨됨이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조절 기능이 덜 큰 것이며, 나이에 맞는 조절 능력이 발달되지 못해 커갈수록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주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학부모들이 자신을 따로 불러 아들의 전학을 강권해 무릎까지 꿇고 버텼던 일을 떠올렸다.  

정말 ADHD가 원인일까. 오은영은 아들의 마음 안에 '섭섭함'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마도 그 섭섭함이 건드려질 때마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으리라. 정영주는 오은영이 진단을 들은 후 아들이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는 내 곁에 없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엄마는 나에 대해 모르잖아."라는 말도 정영주의 마음에 비수로 꽂혀 남아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막 고민을 하면서 하는 말인데.. 엄마 정영주는 '이벤트 엄마'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이벤트 엄마'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표현이라 굉장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정영주는 싱글맘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생계 부담이 있었다. 당연히 바빴고, 바빠야만 했다. 하지만 바쁜 만큼 아들에게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부담도 있었다. 문제는 가장 좋은 것들로만 이벤트처럼 선물하고 시간이 되면 사라져버렸다.

아들은 마음속 빈구석을 채운 허전함과 섭섭한 마음이 해소되지 않은 채 성인이 돼 버렸다. 오은영은 한순간의 이벤트 엄마가 아닌 지속적인 엄마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아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해결사'였다. 난관을 뚫어줬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끔 도와줬다. 하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없었다. 그 때문에 엄마에게 거절당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오은영은 단순히 ADHD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로서 정당한 요구를 수용받지 못했던 경험이 누적되어 나타난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들은 정영주는 엄마 입장에서 편리한 최선만을 다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착각을 인정했다. 아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결과물보다 엄마의 아주 평범한 응원과 공감이었으리라. 아들의 자존감이 바닥은 건 그런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은영 매직'은 '일상의 파트너'가 되어 주라는 것이었다. 오은영은 어려움이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하기 죄송할 따름이라 전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함께 쌓아 올리라고 조언했다. 교감과 공감의 시간이 쌓이면 오래된 상처에도 새살이 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정영주도 위로를 받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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