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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에서 흥타령을 4중창으로 듣다니! '블랙스완' 고영열이 해냈다!

너의길을가라 2020. 6.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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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는 걸 선호하지 않지만, JTBC <팬텀심어3>를 보고 있으면 그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같은 입장이었으리라. 이미 심사의 영역을 뛰어넘은, 감탄스럽기 그지없는 싱어들이 혼신의 노력을 쏟아 만들어낸 하모니는 온몸에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지상 최고의 찬사를 안겨주고 싶은데, 그리할 수 없는 빈약한 언어가 야속할 따름이다.

결선에 안착한 파이널리스트 12인과 심사위원들(윤상, 김문정, 손혜수, 옥주현, 김이나, 지용)은 최상의 4중창 조합을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 '레떼아모르(길병민, 김성식, 박현수, 김민석)', '라포엠(유채훈, 최성훈, 박기훈, 정민성)', '라비던스(고영열, 존노, 김바울, 황건하)' 3팀이 탄생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팀 구성이었다. 이제 남은 건 결승 무대를 향한 준비뿐이었다.

지난 26일, 드디어 <팬텀싱어3> 대망의 결승 1차전이 펼쳐졌다. 1차전은 총 2라운드로 진행됐다. 2라운드도 마찬가지로 2라운드로 진행된다. 총 4곡의 무대가 펼쳐지는 셈이다. 저들의 노래를 잔뜩 들을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난 주 '노래방 경연'을 통해 정한 순서대로 2곡씩 무대를 꾸몄다. 시즌 1과 2의 파이널리스트들도 참석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방청석이 비어 있는 아쉬움을 달랬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노래방 경연에서 꼴찌를 했던) '레떼아모르('사랑의 편지'라는 뜻)'였다.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을 주축으로 테너 김민석, 바리톤 박현수, 팝보컬 김성식까지 모든 음역대의 가수들이 모여 있는 팀 구성이었다. 성부적으로 크로스오버 곡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레떼아모르'는 더 테너즈의 'You and I'를 첫 번째 곡으로 선곡했는데,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곡이었다.

두 번째 곡(이지만 순서상은 4번째 무대)은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였다. '고립된', '자초된'이라는 제목의 곡으로 불안한 청춘들을 위로한느 노래였다. 1라운드에서 정통 클래식을 기반으로 승리의 정서를 전달했던 '레떼아모르'는 2라운드에선 기존의 틀을 벗어던지고 내면의 두려움과 불안을 표현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무대의 완성도도 높았다.

이어서 테너 유채훈을 중심으로 구성된 라 포엠(LA POEM)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테너 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까지 유일하게 성악가로만 구성된 팀이었다. 아무래도 키포인트는 카운터테너의 활용이었다. 이들은 불어로 보헤미안을 뜻하는 라보엠과 영어로 시를 뜻하는 포엠을 합친 팀명을 설명하며, 자유롭게 음악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한 편의 시처럼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첫 번째 곡은 안드레아 보첼리의 'Nelle tue mani'이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OST로 쓰였던 곡으로, 검투사의 비장한 패기와 자유에 대한 갈망하는 노래였다. 2라운드에선 분위기를 180도 바꿔서 자우림의 '샤우닝'을 선곡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쓸쓸함과 외로움에 대한 노래였다.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게 포인트였다.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였던 두 번째 무대가 첫 번째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간에 라틴음악의 몬투노(montuno, 즉흥 연주 형태의 악절 가 나오는데, 그 위에 재즈의 즉흥 창법인 스캣이 나오고.. 도대체 이 음악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돋보였던 팀은 '라비던스(Rabidance)'였다. '미친, 광적인'이라는 뜻의 'Rabid'와 안내라는 뜻의 Guidance의 합성어로 미친 광적인 음악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다는 뜻의 이름답게 '미친' 무대를 선보였다. 소리꾼 고영열의 존재는 보물 같았다. 천재라 불리는 존 노는 첫 번째 곡으로 '국악'을 부르자고 제안했고, 고열열은 남도 민요 '흥타령'을 끄집어냈다. 인생의 무상함을 처연하게 풀어낸 곡이었다.

국악을 4중창으로 듣게 되다니! 정말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몬투노 위에 고영열과 존 노가 주고받으며 쌓아올린 스캣은 넋을 잃게 만들 정도였다. 안정적으로 소리를 받친 김바울의 베이스와 이미 고영열의 에너지를 받아낸 적이 있는 황건하의 열창도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국악의 창법을 배우고, 온몸으로 소리를 표현한 '라비던스' 4면의 싱어에게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선물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팬텀싱어> 최초로 국악을 선곡한 '라비던스'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최고점을 받아 마땅한 무대였다. 첫 번째 무대를 통해 한국인의 '한'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라비던스'는 두 번째 무대에선 한국인의 '흥'을 표현했다. 스티비 원더의 'Another Star'는 자유롭고 흥겨운 무대를 만들기에 더할나위 없는 노래였다. '라비던스'는 각자의 뚜렷한 색깔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강렬하게 표현해내면서도 블렌딩 해냈다. 역시 '역대급'이었다.


1위 '라비던스' 1175점(591점, 584점)
2위 '레테아모르' 1150점(580점, 570점)
3위 '라포엠' 1148점(572점, 576점)

결과는 '라디번스'의 압승이었다. (물론 2라운드가 남아 있고, 온라인 시청자 투표, 대국민 문자투표 등이 남아 있어 결과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사실 고영열은 <팬텀심어3>에서 '블랙 스완(Black Swan)'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예외적이었고 의외성을 띠고 있었다. 국악과 성악이 블렌딩이 될까? 국악과 4중창이 가능할까? 그의 뒤에는 숱한 의문들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고영열은 언제나 자신만의 대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매번 설득해냈다. 획기적이고 기발하며 창의적인 무대는 언제나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건 고영열과 호흡을 맞췄던 여러 싱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1위가 결정된 후 고영열은 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국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앞으로 두 번의 무대가 남았다. 어느 팀이 우승할지 알 수 없지만, 시청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또 다른 역대급 무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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