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캣맘' 사건의 또 다른 후폭풍, 형사미성년자를 어찌할 것인가?

너의길을가라 2015. 10. 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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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迷宮) 속에 빠졌던 '캣맘(주인 없는 길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벽돌 사망사건의 용의자가 18층 옥상에서 '낙하실험'을 한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캣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뜨거운 논의,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행위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에 착안해 형사처벌의 기준을 낮추는 문제로 급선회했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연출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일본의 국민 여배우 마츠 다카코의 단호한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고백>은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천재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첫 장편 소설 <고백>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중학교 선생님인 유코(마츠 다카코)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자신의 학급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범인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벌을 내린다. 중학생인 범인들이 '14살 미만 청소년은 형법 41조에 의해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체포되지도 않는다'는 청소년법에 의해 보호받아 '제대로' 처벌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드는 흉악 범죄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청소년'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 어린 아이들이 저런 나쁜 짓을 하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공포감이 싹트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현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장(성숙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속도는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른 영양 섭취를 통한 육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이를 더욱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는 정신적 성장의 속도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비해 교육을 통해 차근차근 인성을 기를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현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통제할 수 없는 악성 '무기'가 되어버린 듯 하다.



<고백>이 그러한 고민의 산물인 것처럼,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을 낮추는 문제를 놓고 사회적인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14세 미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어떨까? 독일은 '14세 미만', 프랑스는 '13세 미만',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12세 미만', 영국, 호주 그리고 홍콩의 경우는 '10세 미만'이다. 미국은 주마다 6세에서 12세로 다르다. 


형법 제9조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지난 2011년 제18대 국회는 형사처벌의 기준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촉법소년의 연령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자동폐기 됐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바꾸는 문제는 사회적 근간을 휘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론이 무게를 얻었고,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예방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소년의 신체와 지능의 발달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 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 형사책임 연령을 1∼2년 낮출 필요가 있다."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기보다는 범죄와 그 피해에 따른 실상, 주변의 고통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쪽이 소년들의 범죄 예방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덕천 변호사)


양 측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14세'와 2015년의 '14세'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인 기준에 맞춰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형사처벌의 연령을 낮춰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좀더 본질적인 해결책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벌을 주는 것이 답이 아니라 '예방'을 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가 아닐까?



물론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캣맘'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용의자가 9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초점은 '촉법소년(觸法少年)의 연령에 맞추는 것이 마땅하다. 촉법소년은 연령적으로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하는데, 범법행위를 하였지만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호처분'을 원칙으로 한다. 형법에 의해 처벌을 할 순 없지만,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연령을 조금 낮춘다면, '캣맘'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보호처분 등 일종의 '처벌'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것과 매한가지다. 지나치게 이른 나이에 받게 되는 처벌은 오히려 낙인 효과가 되어 범죄의 나락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법적 처벌에 맡기고 뒷짐을 지는 것은 '어른'들이 찾은 너무 손쉬운 해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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