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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누리지 마세요"의 비밀, 강형욱의 매직이 통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5. 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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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의 역사를 보면 어쨌거나 맹견이 포함되어 있단 말이죠. 그런데 맹견이 아니다? 그럼 맹견류라는 걸 만들지 말던지."

아메리칸 불리(American Bully), 그대로 직역하면 '미국 깡패'쯤 된다. 생김새 때문에 붙은 별명 같은 이름이다. 탄탄한 금육질의 몸매가 녀석의 강인한 힘을 잘 보여준다. 아메리칸 불리는 5대 맹견에 해당하는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를 선택교배해서 오로지 투견을 위해 만들어진 견종이다. 사나운 성격은 순화시키고 덩치는 키우는 방향으로 개량됐다.

그럼에도 역시 공격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지난 42회에 출연했던 토비와 바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개 인형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강형욱 훈련사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그 녀석들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농립축산식품부는 아메리칸 불리가 맹견이 아니라고 발표했다.(2019) 당연히 입마개 대상 의무화 대상도 아니다. 이렇듯 조금은 헐거운 맹견 규정에 강 훈련사는 불만을 표시했다.


"초인종 절대 누르지 마세요!"

집 앞에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고민견 때문이리라. 우려와는 달리 아메리칸 불리 줄리(암컷, 4살)와 프렌치 불도그 마리(암컷, 4살)는 제작진을 반겼다. 하지만 줄리의 환영 인사는 조금 거친 편이었다. 자매 보호자들은 각기 한 마리씩 반려견을 케어하고 있었다. 그동안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 보기 힘들었던, 1견 1보호자의 이상적인 시스템이었다.

보호자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우선, 줄리는 외부인에게 너무 격하게 달려들었고, 마우스 펀치를 하는 등 예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초인종 소리에 대한 반응이었다. 기존의 고민견들처럼 예민한 정도가 아니었다. 줄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흥분해서 함께 있는 마리를 공격했다. 한번은 마리를 물고 질질 끌고다니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 앞에 붙인 경고문은 사실 간청에 가까웠다.

산책은 어떨까. 보호자들은 각각 한 마리씩 목줄을 채워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조깅하듯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듯했다. 강형욱은 자신이 아주 싫어하는 모습이라 강조했다. 게다가 줄리는 우연히 만난 다른 반려견을 만나자 엎드리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문제가 생각했다. 그 때문에 보호자는 평소에 다른 반려견을 피해 산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자 이경규, 장도연과 게스트 벤이 먼저 고민견 줄리를 만나러 출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낯선 사람들을 보고 흥분한 줄리는 가장 체구가 작은 벤을 향해 계속 점프하며 달려들었다. 보다못한 이경규가 제지했고, 강형욱은 안전을 위해 목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호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줄리는 마구 날뛰었다. 이경규는 "두 분이 감당을 못하네!"라며 안타까워했다.

우선, 개 인형을 두고 초인종을 눌러 줄리의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물림 대상을 마리가 아닌 인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였다. 인형을 갖고 놀던 줄리는 초인종이 울리자 멈칫하더니 이내 짖기 시작했고, 마리가 있는 펜스 쪽으로 거칠게 달려왔다. 그리고 마리를 위협했다. 줄리는 현관과 펜스 사이를 뛰어다니며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인형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리를 집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초인종을 눌러보기로 했다. 줄리는 역시 흥분했는데, 마리가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이경규를 향해 분풀이를 했다. 보호자들은 사람한테는 달려든 적이 없었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아직까지 그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 뿐 언제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보였어도 이상하지 않은 줄리였다. 그만큼 줄리의 공격성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게 저는 줄리의 행동이 놀자는 건지 공격하겠다는 건지도 헷갈리는 게 줄리가 바닥에 딱 엎드려서 안 가거든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걸(위험행동을) 판단하지 못하고 구분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거예요."

보호자들을 만난 강형욱은 위험성을 먼저 경고했다. 언니 보호자는 줄리의 행동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다른 반려견을 보고 납작 엎드리는 행동, 즉 공격 예고 동작의 의미를 몰랐다. 강형욱은 "얘(줄리)가 보호자님한테 키워지는 게 위험한 거예요."라고 재차 설명했다. 아픈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행동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좀 버거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생 보호자가 먼저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무슨 일이 터질까봐 항상 긴장 상태여야 하고, 산책을 나갈 때도 힘겹다는 것이다. 강형욱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매순간 반려견에 대한 생각뿐인 보호자들과 상담하며 마음을 바꿨다.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리더십 훈련부터 시작했다. 줄리의 공격성을 제어하는 동시에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러기 위해 목줄을 채우기로 했다. 가슴줄은 압박이 적어 통증이 없기 때문에 목줄을 채우는 편이 훈련에 훨씬 효과적이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원초적 리더'가 되라고 조언했다. 원초적 리더란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 주는 리더, 이 집을 지키는 실질적인 리더를 의미했다.


집 안 산책이 시작됐다. 보호자와 보폭을 맞춰 나란히 걷는 게 포인트다. 만약 줄리가 목줄을 당기면 다시 뒤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줄리는 이내 호흡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핀치 칼라'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핀치 칼라란 뭉툭한 강고리가 안으로 향해 있어 당겼을 때 압박감(어미 개가 새끼를 물어 옮길 때 정도)이 있는 목줄이다.

<개는 훌륭하다> 최초로 핀치 칼라 훈련이 이뤄진 것이다. 강형욱은 핀치 칼라 훈련이 내재된 공격성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격적인 개를 교정하려는 교육은 간혹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을 진행하기 전에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일관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할 때의 일관성이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도심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방법에 대해 세세히 가르쳤다. 앞에 다른 보행자가 불편해 하고 있다면 갓길로 비켜서서 보행자가 안전히 지나갈 수 있게 조치를 하라고 설명했고, 문을 보고 들어가려 할 경우(건물에서 사는 개는 문이나 계단을 보면 들어가려는 습성이 있다) 문에서 조금 떨어져 걷고 개의 시야를 살짝 가려주라는 등의 조언을 건넸다.

처음에는 불편해 했던 줄리는 이내 통제에 익숙해졌다. 남은 건 초인종 훈련이었다. 외부 자극이 아니라 보호자에게 집중시키는 게 포인트였다. 처음에는 노크 소리로 시작해 조금씩 강도를 높였다. 외부 소리에 반응하면 목줄을 당겨 집중시켰다. 교육을 할 때는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할 것을 당부했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줄리는 더 이상 초인종 소리에 반응하지 않게 됐다.

벤은 하루 만에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 있냐며 감탄했다. '강형욱 매직'은 오늘도 대성공이었다. 남은 건 보호자들의 꾸준한 훈련일 것이다. 강형욱의 경고처럼, 자칫 잘못하면 줄리의 공격성만 깨운 채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매 보호자가 '원초적 리더'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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