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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일상을 다룬<청춘시대>, 나 혼자 보는 드라마로는 아까워

너의길을가라 2016. 7. 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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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불행히도 SBS <닥터스>를 만나는 바람에 조기 종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공영방송'이라는 지위와 그에 걸맞은 의무를 저버린 KBS의 결정은 무책임할 뿐더러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만큼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평가받고, 그 사활(死活)마저 결정되는 처절한 방송가의 생리(生理)가 살벌하기만 하다.



한편,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모여 사는 20대 여대생들의 '청춘'을 그린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는 이제 고작 2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뷰마>에게 드리웠던 '불길한 기운'이 밀어닥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전작인 <마녀보감>의 마지막 시청률 2.986%을 자산으로 시작한 <청춘시대>는 1회 시청률 1.310%로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청춘의 고단한 삶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2회 시청률은 0.473%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tvN <굿와이프>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은 녹록잖아 보인다. 물론 지상파가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는 금요일과 달리 토요일에는 시청률을 하락을 감수해야 했던 편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0.473%는 지나치게 낮아 보인다.



어떤 기사는 '나 혼자 보는 드라마여도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라고 하지만, 나 혼자 보고 말기엔 그 퀄리티가 마음 아프기만 하다. 그래서 '소개'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뷰마>가 겪었던 불행한 사태가 재현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청춘'에 공감하고, '청춘'을 이해하고, 또한 '청춘'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이 드라마에는 '거대한 음모'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우 첨예한 '갈등 구조'도 없다. 또, 한 가지 이른바 '케미'를 형성할 '남자 주인공'이 부재하다. 그래서 <굿와이프>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 MBC <W>의 흥미진진함, SBS <닥터스>의 달달함을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카타르시스를 주는 '복수'도 없고, 뒷목잡게 만드는 '막장'도 없다. 그럼 도대체 무슨 재미로 드라마를 보냐고?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소재라 생각한다" (한승연)


<청춘시대>에는 공감을 전제한 '소소한 이야기'가 있고, 그 중심에는 캐릭터가 분명한 5명의 주인공이 있다. 1회에서 다른 인물들을 소개하는 '시선'이 되어 준 유은재(박혜수)는 순박하면서도 소심한 새내기다.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낯선 환경인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과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들이 공감을 자아냈다. 순수한 모습 이면에 '나는 사람을 죽였다'는 내레이션은 그가 안고 있는 '아픔'이 심상치 않다는 걸 짐작케 했다.


'거짓말'에 익숙해져 가는 연약한 청춘인 정예은(한승연)도 돋보이는 캐릭터다. 금남(禁男)의 집인 벨 에포크에 남자친구를 들이는 발칙한 여대생이면서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해버리고 뒷수습에 골치를 썩는다. 온갖 '척'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못난 모습을 탓한다. 자신의 몸만 사랑하는 듯한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예은 모습은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발랄하고 톡톡 튀는 예은이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섹시함과 당당함이 매력인 강이나(류화영)는 '공감대'가 가장 약한 캐릭터이지만, 그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현실의 청춘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적절하게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 경제적인 문제로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거짓말'이 들통한 이나는 사회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보내는 차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과연 비참함에 빠진 그가 다시 당당히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가수 출신(박혜수는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출신, 한승연은 카라의 멤버, 류화영은 <티아라> 출신이다)'인 세 명의 배우들이 자신과 잘 맞는 옷을 입고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삶이 버거워 연애조차 포기한 안타까운 청춘인 윤진명 역을 맡은 한예리는 차분하게 어린 배우들을 서포트했다. 그야말로 돈과 시간에 쫓긴 채 취업 전선의 맨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의 청춘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2회에서는 뒤늦게 나타난 송지원(박은빈)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박은빈은 기존의 단아하고 청춘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음주가무에 능할 뿐만 아니라 음담패설도 귀엽게 소화하는 모태솔로 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벨 에포크'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말썽꾸러기인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또, '귀신을 본다'는 비밀이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도 관심사다.



이처럼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5명의 여대생들이 펼치는 '일상'이 주요 소재다. 또, 가장 뜨겁고 화려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청춘'이라는 시절을 담아내고 있다. 그 말랑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청춘의 일상' 말이다. 자칫 밋밋하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공감'의 힘을 받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부디 이 드라마가 '나 혼자만 보는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소녀시대' 아냐? 그런 드라마가 있었어?"라는 슬픈 농담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또, <뷰마>가 겪어야 했던 그 잔인한 일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응원이 <청춘시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자, 저 청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비밀을 털어 놓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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