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그토록 바라던 인사 청문회 지켜본 박 대통령의 소감은 어떨까?

너의길을가라 2014. 7. 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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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는 '친일 논란' 등 자신을 향한 언론의 비판과 여론의 반대에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사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했다"면서 아쉬움을 잔뜩 드러냈다. 인사 청문회까지 가지 못했던 것이 못내 한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른바 '문창극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이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했던 말과 궤를 같이 하는데, 한마디로 '인사청문회만 갔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짜증 섞인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과연 그랬을까? 인사청문회만 가면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 소명과 검증의 기회가 주어져 깔끔하게 해명을 할 수 있었을까? 언론이 지적한 내용들은 그저 오해일 뿐이라고,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낼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며칠 동안 진행됐던 인사 청문회 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해주었다. 아니, 부실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논문표절 의혹과 칼럼 대필 의혹을 받아 왔던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으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미 예고됐던 논문표절 · 연구비 부당 수령 등 각종 의혹들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5 · 16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겠느냐"면서 '쿠테타'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한사코 기피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헤매고 있는 김 후보자를 돕기 위해 나선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의 교육 정책을 묻는 질문('교육부 장관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저는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하신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이쪽에 초점을 맞출것이다"고 답한 김 후보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없다"는 답을 내놓아 여당으로부터도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했지, 백주대낮에 벌거벗겨 내놓으리라 생각은 안 했다"면서 청문회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인격과 모든 것이 무너져 물러설 곳이 없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뜻과는 무관하게 이미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여야의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면서 임명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고 대답했다. 그 이후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의 '참고하겠다'는 말의 뜻을 확인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임명이 어렵다는 데 큰 이견이 없지만 정 후보자는 여론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미 청와대는 김명수 후보를 버리는 카드로 활용하고자 마음을 먹은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여론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을 캐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MBN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59.7%는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만 정 후보자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임명 쪽에 무게가 좀 더 실려 있다고 본다"고 덧붙인 것을 봐선, 한 명은 괜찮지만, 두 명까진 버릴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지는 관철될 수 있을까? 



청와대의 의지를 꺾은 것은 야당의 날카로운 공격도 아니었다. 바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넣기 시작한 무한 자책골이었다. 정 후보자는 서울 일원동 아파트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 건물주 손 씨에 대해 "사무실 임대 전까지는 몰랐던 사람"이라고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위증 논란에 이어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정회 도중에 문체부와 아리랑TV 직원들과 함께 폭탄주 회식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 다 가라고 해서 산회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청문회 파행의 원인이 자신의 '위증' 탓이라는 점에서 과연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 처신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고, 그 때문에 파행된 청문회 도중에 '폭탄주 회식'를 한 사람을 대한민국의 장관으로 임명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사람을 장관의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청와대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이유를 내걸고 있지만,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국민들을 그를 신뢰할 수 있을까? 



또 한 명의 문제적 인물인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비리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자기표절, 탈세, 군 복무 특혜까지 특권층 필수라 불리는 항목에서 무엇 하나 빠진 게 없다. 특히 군 복무 기간 중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시간강사까지 나가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상 탈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안전행정부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못박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쯤되면 다시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그토록 바라던 '인사 청문회'가 열렸는데 현재 심정이 어떻냐고 말이다.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자신이 '간택'한 후보들이 모든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모두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만만해 하던 태도가 여전한지 궁금하다. 청문회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처럼, 멀쩡한 후보자가 한 명도 없다. 모두 비리 · 편법 · 위법 투성이다. 골라도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골랐는지 정말 한숨만 나온다. 



현재 야당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세 사람 모두 부적격하다며 반대했고,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결심뿐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상 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자신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할 수 있다. 따라서 청문보고서 채택 1차 마감 시한인 14일(정종섭 후보자의 경우는 13일)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후에 박 대통령이 다시 보고서 채택을 요구한다면 이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고, 만약 지명을 철회한다면 그 대상자가 몇 명이 될지가 중요하다.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위해 최소한 한 명(김명수 후보자)은 지명 철회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두 명의 후보자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서면으로 간략히 보고만 받았겠지만) 박 대통령은 무엇을 느꼈을까? 깊은 반성을 하고 그로부터 깨우침을 얻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나는 옳다'는 아집과 독선 속에서 '남탓'을 하는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을까? 그 대답은 14일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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