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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원수가 된 반려견들, 보호자를 바꾼 '개훌륭' 강형욱의 한마디

너의길을가라 2021. 1. 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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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다견 가정이 등장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모녀 보호자는 네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견종은 포메라니안과 미니어처 핀셔였다. 독일 북동부 지역의 포메라니아 지방에서 유래한 포메라니안은 북극에서 썰매를 끌던 개들의 후손으로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고 한다. 공처럼 둥글고 풍성하게 부푼 털이 특징이다.

미니어처 핀셔는 19세기까지 쥐와 같은 설치류를 잡는 개로 키워졌다. 도베르만과 외형적으로 비슷하게 생긴 탓에 도베르만을 축소한 버전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전혀 관련성이 없다. 포메라니안과 미니핀은 이미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적이 있어 제법 익숙한 견종들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영상 속에는 엄마 보호자와 포메라니안 두 마리밖에 눈에 띠지 않았다.

미미(암컷, 8살)는 뇌수막염 등 여러가지 병을 앓고 있어 안전을 위해 펜스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보호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미미의 새끼 공주(암컷, 7살)은 애교가 많고 애정을 갈구하는 타입이었다. 미미와 공주의 관계는 호의적이었다. 미미의 건강 문제는 안타까웠지만, 그 밖에는 별다른 문제가 포착되지 않았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미니핀 복돌(수컷, 6살)과 사랑(암컷, 6살)이 등장하자 집 안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둘은 무서울 정도로 활발했다. 알고 보니 엄마 보호자가 거실에서 미미와 공주를 보살피는 동안 딸 보호자는 방 안에서 복돌과 사랑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반려견을 분리해서 키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사랑이와 공주의 싸움 때문이었다. 마치 한 지붕 두 가족을 보는 듯했다.


"TV에서 보면 전부 견주(보호자) 잘못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제 잘못 같아서.. 제가 뭘 더 못 챙겨준 게 아닌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거실로 나온 사랑이는 다짜고짜 공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딸 보호자가 공부를 품에 안았지만, 사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점프를 하며 공주를 공격했다. 보호자가 없었다면 피를 볼 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딸 보호자는 이전에 헐거워진 안전문 틈 사이로 빠져나온 사랑이가 공주를 물어버렸고, 복돌이도 가세해 함께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랑이와 복돌이는 외부인의 방문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등 털을 세울 정도로 공격성을 보이며 짖어댔다. 원래부터 그랬을까. 딸 보호자는 예전에는 애견 팬션에 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변한 후에는 산책도 나가기 힘들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사랑이는 다른 개를 보면 사납게 짖었고, 복돌이는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문제는 보호자들이 사랑이와 복돌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당히 버거워 보였다. 네 마리의 반려견과 화목했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의 일이 되어 버렸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손쓸 도리도 없이 너무 변해버렸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보호자들은 속상한 마음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강형욱 훈련사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대부분의 다견 가정의 문제점은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 보호자, 많이 나서려고 하지 않는 보호자, 규칙을 만들기만 하고 유지하지 않으려 하는 보호자일 때 문제가 생겨요."

강 훈련사는 (언제나 그렇듯) 보호자의 적극성이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개들끼리 알아서 괜찮아질 리가 만무했다. 이제 사랑이는 공주와 싸우는 단계를 넘어서 자신을 말리는 딸 보호자를 향해서도 입질을 하고 있었다.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 눈에 훤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통제는커녕 쩔쩔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랑이(와 복돌이)는 솔루션을 위해 방문한 강 훈련사는 발견하고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뛰며 난리를 치다가 몸이 엉킨 둘은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다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당황한 딸 보호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을 캐치한 강 훈련사는 세게 해도 상관없으니 밀치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한 딸 보호자는 강하게 밀어내지 못했다.

"딸 보호자님, 마음이 여린 건 알겠는데 앞으로 계속 여릴래요? 아니면 여린 거 이겨내고 똑부러지게 키울래요?"

강 훈련사는 딸 보호자의 책임감을 자극했다. 좀더 적극적인 마음을 갖기를 원했던 것이다. 딸 보호자는 조금씩 의지를 드러냈다. 좀전보다 훨씬 강단있게 밀치기 시작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개보다 빨라야 한다고 조언했고, 딸 보호자는 사랑이와 복돌이가 움직이기에 앞서 먼저 제지하고 나섰다. 사랑이와 복돌이는 달라진 보호자의 단호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단지 '잘' 밀쳤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강 훈련사는 인사도 없이 훈련부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이와 복돌이가 싸우는 모습을 딸 보호자가 지켜보고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딸 보호자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괜찮아지기 때문이라 대답했지만, 그건 보호자답지 못한 무책임한 말이었다. 뜯어말리면 더 싸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뜯어말리지 못했던 것일 뿐이었다.

강 훈련사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랑이의 목줄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단호히 제지했고, 공주에게도 싸우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놀랍게도 사랑이와 공주는 강 훈련사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얌전해졌다. 보호자는 깜짝 놀랐지만, 강 훈련사는 이건 교육도 아니고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딸 보호자에게 주어진 숙제는 '단호한 보호자 되기'와 '확실하게 올바른 통제'였다.

간혹 어떤 반려견들은 보호자에 대한 애정을 공격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가 단호히 제지해야 하는데, 그런 규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싸움이 빈번히 발생했던 것이었다. 다음 단계는 '질투심 없애기'였다. 딸 보호자가 공주를 안아주려고 하자 사랑이는 곧바로 달려들었다. 딸 보호자가 밀치며 제지하자 사랑이는 딸 보호자의 발을 물어버렸다. 훈련은 쉽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사랑이와 공주의 경우) 지금 시기에 운동량도 많아지면서 사회성도 키워져야 하는데, 규칙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통제가 이뤄지니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랑이와 공주 모두 사회성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장 거기까지 가는 건 무리였고,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사랑이와 공주는 목줄을 맨 상태에서 집 안을 산책했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이내 적응했는지 편안해 보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사랑이와 공주는 근거리에 있어도 서로를 향해 짖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꾸준히 훈련하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응원했다. 역시 해답은 산책이었다.

사람에 유독 공격적이었던 복돌이도 산책 훈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졌다. 사람이 나타나면 옆쪽으로 피한 후 '앉아'를 시켜 기다리도록 하자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한 훈련은 결국 결과를 맺게 될 것이다. 이젠 단호해진 보호자가 3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을 잘 견뎌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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