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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당신도 맹승지를 비난했나요?

너의길을가라 2014. 9. 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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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되고 있는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은 시청률 대박을 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군대는 남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여군'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입소부터 훈련소 생활이 그려졌던 지난 8월 24일 방송에서는 시청률 17.1%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9월 7일 방송도 16.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걸스데이의 혜리는 특급 애교 한 방으로 그야말로 '대세'로 자리잡았다.  



필자는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기획되던 때부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 이유는 '진짜사나이'가 국방부 홍보 방송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국방부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방송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최대한 은폐되거나 미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그러한 논란들은 지속적으로도 제기되어 왔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군대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사건들을 보면 '진짜사나이'를 통해 예쁘게 만들어진 군대와 실제 군대가 천양지차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임 병장과 선임병에 의한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한 윤 일병의 사례는 대한민국 군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않았던가?



'진짜사나이'를 통해 보여지는 끈끈한 '전우애'와 현실 속에서 드러나는 구타와 가혹행위 중 어느 한 쪽만 '진실'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양 쪽 모두 진실이다. 다만,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들은 '편집'된 것이고, '미화'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인간관계인 것처럼, 군대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훈련이 아니라) 내무반 생활이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24시간을 붙어 지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온갖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군대는 철저한 계급 사회가 아닌가?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의 남자들이 모여 있는 그 곳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마저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이 군대이다.



방송에서 이런 모습들이 다뤄질 리가 없다. 고작 고된 훈련의 일부분만 보여질 뿐이다. 또, 잠깐 만나는 연예인과 굳이 나쁜 관계가 형성될 리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화목하고 정다운 모습들이 연출된다. 냉철하고 엄격한 교관들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카리스마에 잠시 놀랄 뿐 이내 안정을 되찾는다. 어차피 방송은 독사와 같은 교관들의 차갑고 무서운 행동 뒤에는 따뜻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보여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이라는 말로 설명될 정도로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군대라고 하는 낯선 환경에 무난히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 뒤쳐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군대에서는 흔히 뒤쳐지는 사람들을 '관심병사'으로 분류해서 따로 관리를 한다. 군대 용어로는 '고문관'이라고 한다. 한 명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부대원 전체가 연대 책임을 지고 '단체 기합'을 받기 때문에 동료를 '고문'시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맹승지와 지나(지나는 캐나다 교포라는 점이 정상참작돼 비난의 화살에서 다소 비껴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방송이 아니라 실제 군대였다면 '관심병사' 급에 해당할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개성 넘치는 엉뚱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맹승지가 엄격한 규율로 통제를 가하는 군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방송이 나간 후, 관련 기사에 맹승지에 대한 악플이 엄청나게 달렸던 것을 보면 그가 전 국민의 '고문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큰 문제가 있다. 군대라는 환경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군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버거운 일이다. 실제로 부딪치는 것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시키는 대로 해라', '시키는 것만 해라'라고 말하는 군대, '효율'만을 강조하는 군대라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일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만 행동에 옮기는 삶의 방식을 갖고 있기도 하고, 명령과 복종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 빠르게 움직이기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는 패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제각기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모두' '한꺼번에' '군인'으로 개조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에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대는 '조금 느린 사람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상명하복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모두 '관심병사'이라는 편견의 틀에 가둬버렸다. 게다가 이들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가 맹승지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에 '반성'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물론 악과 깡으로 버텨냈던 홍은희나 김소연에 대해 두 사람이 다소 열심히 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에겐 '자신만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만의 '최대치'가 있는 법이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잣대로 가늠할 수는 없다. 'A는 잘 하는데, 너는 왜 못해?'라는 말이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기는 군대야!'라는 말로 모든 사안을 접근한다면, 윤 병장과 김 일병과 같은 끔찍한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 방송되던 지난 7일 강원도 속초시 육군 모 부대에서 송모 일병이 목을 맸다. 부대 관계자는 "송 일병은 부대에서 관심병사로 분류해 관리를 해왔다"고 밝혔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진짜 마주해야 할 '진짜' 군대는 어느 쪽일까? 제작진의 선택에 의해 '구멍'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맹승지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비난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맹승지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무엇을 말하는가? '관심병사'를 바라보는 군대의 시선,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 아닐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만약 당신이 윤 병장과 김 일병과 함께 복무하는 동료였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손을 건네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불편한 '짐'이라고 여기고, 비난과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이었을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앞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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