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진실 은폐와 거짓말뿐인 국방부, 제2의 임 병장이 나올 수밖에..

너의길을가라 2014. 6. 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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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면, 어김없이 '안보 교육'을 실시한다. 안보 교육 강사라고 해서 예비역 장성과 원로 안보전문가들이 (얼마를 받고 오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약 1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지루한 강연을 풀어 놓는다. 지난해부터 예비군은 '조기 퇴소'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하루 동안 받는 교육 과정에 점수를 매겨서 성적이 우수한 예비군을 많게는 2시간, 적게는 1시간씩 일찍 퇴소시키는 것이다. 물론 안보 교육도 평가 점수에 반영이 된다. 교육 중에 졸게 되면 감점 처리 되는데, 안보 교육을 받으면서 졸지 않는 것은 육체적으로 고된 야외 교육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교육의 내용과 질, 방식이 한참 '늙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물론 영상 등을 많이 준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안보 강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뻔한 내용들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또, 그 내용이라는 것이 별 게 있겠는가? 과거에 비해 안보 의식이 많이 떨어져 있다. 북한군의 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다. 특수전부대만 20만 명이 넘는다.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주적인 북한과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대충 정리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국방부'는 '안보'를 말한다. 자칭 보수(수구) 세력도 '안보'를 말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들은 '안보'에 프로페셔널한가? 보수 정권의 안보 능력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안보라는 것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무기를 잔뜩 사들이는 것 정도가 아니던가? 가장 훌륭한 안보는 '평화'라는 사실을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무리들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정권 하에서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다고 큰소리치는 '국방부'다. 정말 이들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방부'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필자가 이런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도 아니고,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국방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0월 2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당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동부전선의 4중 철책을 끊고 GOP(일반전초)까지 내려와 내무반 문을 두드렸다.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다. 물론 이런 북한군이 철책을 끊고 GOP 내무반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내려왔다는 것 자체는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국방부라면 도저히 얼굴도 들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어떠했는가? 


국방부는 뻔뻔하게도 'CCTV로 확인을 했다'고 둘러댔다.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국정감사장에서 추궁과 질타가 잇따랐고, 결국 국방부는 노크 귀순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죄도 구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노크 귀순' 사건 이후로 국방부는 잘못들을 시정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을까? 물론 그랬다면 '대한민국 국방부'가 아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난 21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군의 대처에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가령, '진돗개 하나' 발령이 너무 늦었다거나 임 병장의 메모에서 범행 암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 자살을 시도한 임 병장을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대역'을 써가면서 쇼를 했던 것들이 그러하다. 


임 병장의 메모에는 "그들도 잘못이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누구라도 나 같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사건이 벌어졌던 날 임 병장이 같은 계급인 김모 병장고 함께 근무를 하면서 부사수 역할을 한 것 등 임 병장이 부내 내에서 '왕따' 내지 '따돌림'을 당한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음에도 군은 이러한 부분들을 숨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국방부는 임 병장이 자살시도 직전에 남긴 메모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임 병장을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대역'을 쓴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칫 기자들이 몰릴 경우 벌어질 혼란 등을 피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밝혔다면 오히려 머리를 잘 썼다고 칭찬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또 다시 거짓말과 번복으로 일관했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밝혀지자, 국방부는 처음에는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자 이번에는 129 환자인수팀이 의견을 낸 것이라고 번복을 했다. 바로 이러한 모습들의 누적이 국방부에 대한 신뢰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개인, 군대문화, 구조적 문제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김관진 국방부 장관 겸 국가안보실장, "1, 2, 3번 순 아니겠느냐"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자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사람(김관진)은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임 병장'이라고 지목하면서 이 모든 일은 '개인 문제'로 돌려 버렸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가? 이쯤되면 김 장관은 국방부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GOP 경계부대의 방탄조끼 착용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2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우왕좌왕,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GOP 부대 방탄조끼 지급여부를 국방부 장관이 모르고 있다. 장관이 큰 일로 바쁘겠지만 우리 국민이 한두 명밖에 없는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 최전방에서 근무하는데 (국방 장관도 최전방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근무를)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원인은 '군대 문화'이고, 이를 철저히 은폐하는 '군대의 시스템'이다. 물론 고된 근무 환경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행정적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고생 좀 해라'라며 외면해왔다. 아마 이 부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정 정도 개선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폐쇄적인 군대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 국방부가 해오던 방식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형식적 의미뿐인 '인성검사'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고, 설령 본인이 '인성검사'를 통해 '관심병사'인 것이 확인되면 그 때부터는 '문제 사병'이라는 낙인 속에 군 생황을 해야만 한다. 과연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겠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군대 내의 수많은 문제들을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한 국방부다. 상처가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한다. 약을 바르거나 수술을 하는 등의 치료 행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회복 기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상처가 나면 소독도 안 한 상태에서 흙먼지로 가득한 천이나 세균이 득실대는 모포로 덮어버리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문제 없어'라며 손사래를 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임 병장' 개인의 문제로 '꼬리 자르기'를 할 생각인 듯하다. 군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또라이' 혹은 '괴물' 한 명이 벌인 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심산인 것이다. 과연 이것이 '임 병장' 개인의 문제일까? 우리는 이번에도 '임 병장'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국방부는 문제 없어, 대한민국은 문제 없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인가? 


'임 병장'은 그동안 군대 내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따돌림, 구타, 왕따 사건들이 보냈던 경고를 무시한 결과이다. '임 병장'은 또 다른 엄청난 비극의 '경고'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하루 이틀의 문제로 발생한 문제였는가? 우리가 수많은 경고들을 외면하고 무시했던 결과였지 않은가? 우리는 국방부를 어둡고 컴컴한 공간에서 '밝은 빛' 앞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임 병장', 제3의 '임 병장'은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또 다시 겪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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