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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견 입마개 의무화? '개훌륭' 강형욱의 소신은?

너의길을가라 2021. 11. 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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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에 대한 흥분과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였던 페터테일 테리어 보리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정신의 방문에도 얌전했고, 물고 있던 장난감도 선뜻 내려 놓았다. 로트와일러 하트는 과거 맹견의 흉폭함을 잊은 듯했다. 인형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육견 농장에서 구조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도사견 다루도 건강을 되찾았다. 뜬장 생활로 기형이 된 다리도 회복됐다.

2019년 11월 4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2 <개는 훌륭하다>가 100회를 맞았다. 단명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요즘 예능 풍토에 또렷한 한 획을 그었다. 특집으로 꾸며진 <개훌륭>은 그동안 만났던 반려견들의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여러 행동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 출연 후 달라진 보호자들의 노력이 반려견과의 행복한 삶을 가능케 했으리라.

<개훌륭>은 (준)훈련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경규의 활약까지 담아낸 후 논란의(!) 토론을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제작진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중대형견 외출 시 입마개 의무화'라는 토론 안건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해당 안건이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데다 '중대형'을 타깃으로 입마개 의무화를 논의하는 게 옳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후 강형욱 훈련사가 자신의 SNS를 통래 입장을 밝히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터라 과연 토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궁금했다. 토론에는 '아강(아이돌 강형욱)'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정신, 'god'의 막형 박준형,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표창원이 참여했고, 반려인으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비롯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312만 9000가구에 달한다.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인구·가구 기본 항목) 전체 2092만 7000가구 중 14.9%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중 강아지를 키우는 가구가 242만3000가구(11.6%)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많이 키우다 보니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바로 개 물림 사고이다.

대형견이 산책 중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고의 발생이 잦아졌고, 사람이 물리는 일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 산책 중 입마개 여부를 두고 사람들 간의 시비가 비일비재해졌다. 한 쪽은 반려견 산책 시 입마개는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 쪽은 일률적 입마개 착용은 반려견의 행동 자유를 뺏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입마개의 역사는 광견병이 유행했던 18세기부터 시작됐다. 당시 광견병에 걸린 개가 사람을 물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광견병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유럽 국가들은 일부 반발에도 '입막음 법'을 시행했고, 광견변 통제에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1866년 뉴욕에서 설립된 동물학대방지협회는 '철제 입마개는 중세 시대의 고문 기구와 같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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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요. (정부 기준에서) 그냥 위험한 견종 선정해서 '이 견종은 위험하니 입마개 하시오'하는 게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처럼 느껴져요." (강형욱)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 발생 건수는 얼마나 될까.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는 2,114건이었다. 일 평균 5.79건이다. 물론 많은 숫자이다. 하지만 과연 개 물임 사고가 5대 맹견(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탠퍼드셔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탠퍼드셔불테리어)이나 그밖의 중/대형견들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걸까.

강형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5대 맹견에 대해서만 입마개를 의무화한 정책에 대해 "일이 많아지니까 손쉽게 해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표창원은 이를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이정신은 소형견의 경우에도 개 물림 사고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순히 체구를 기준으로 삼아 입마개를 강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동주는 사고 이력이 있는 개는 씌우는 것이 맞지만 모든 개에게 강제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박준형 역시 셰퍼드라고 다 사나운 건 아니라며 구분 없이 의무화하는 건 반대했다. 사고를 막지 못한 사람이 문제인데 개한테 모든 짐을 씌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표창원은 금연 구역과 흡연 구역을 나누듯 공공 구역에서는 의무화하되 풀어줄 수 있는 곳도 만들자는 조건부 찬성이었다.


장도연은 소/중/대형견 기준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출산과학원의 분류 기준은 무게인데, 그에 따르면 소형견은 몸무게가 10kg 미만, 중형견은 10~25kg미만, 대형견은 25kg 이상이다. 사실 모든 중/대형견이 나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인명구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마약탐지견 등 실제로 인간과 공생하며 큰 도움을 주는 중/대형견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개훌륭>에도 많이 등장했다시피 크기는 작지만 공격적인 소형견도 많다. 결국 논란의 중심은 '왜 중형견 이상인가?'에 있다. 표창원은 사람들이 체구를 문제 삼는 이유는 '노인과 청소년 등 약자들도 제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개체에 관한 이해와 세분화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비용과 직결되므로 일률적인 기준을 만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동주는 미국에서는 강아지를 입양하면 가족들이 펫코나 펫스마트에 가서 교육을 받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면 교육을 통한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창원은 동물보호기구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행력을 가진 기구가 있으면 시시비비를 가려줄 수 있을 텐데, 동물보호기구의 공백이 결국 폭력 및 폭언을 동원한 시민의 자발적 개입을 유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개통령' 강형욱의 의견은 무엇일까. 강향욱은 입마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착용시키는 게 맞지만, 중/대형견에 대한 일률적인 입마개 착용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강아지 생후 2~6개월은 사회화 시기로 매우 중요하므로 이 시기에 보호자들이 반려견에게 입마개 훈련을 열심히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형욱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예전 같으면 이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문제였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토론을 마무리하면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반려견을 키우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반려견이 얼마나 좋은 일들을 가져다 주는 존재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개훌륭> 100회 특집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반려견 문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담아냈다.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졌다. 입마개와 관련해서는 '중/대형견'이라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런 찬반 논란마저도 한국의 반려문화가 발전하는 과정, 과도기 상태로 접근했다. 일전의 시끌벅적한 논란을 머쓱하게 만든 깔끔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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