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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교환과 이주민 연합의 해체, 장동민의 빅 픽처가 빛났다

너의길을가라 2017. 10.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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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동 : 전원 투표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장동민(개그맨), 줄리엔 강(방송인), 정인영(방송인), 학진(연기자), 김회길(피트니스 모델), 박현석(대학원생), 유승옥(모델), 캐스퍼(래퍼)이준석(정당인), 김하늘(외국 변호사), 고우리(연기자),


마동 : 소수 권력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이천수(전 축구선수 ), 조준호(유도 코치), 손태호(취업 준비생), 권민석(MMA 선수), 알파고(기자), 구새봄(방송인), 유리(모델), 김광진(전 국회의원), 엠제이 킴(MMA 선수), 박광재(연기자)정은아(대학생)


관점에 따라 현상은 달리 보인다. 그 누구도 '온전한 코끼리'를 마주할 수 없다. 우리가 본 대상이 코끼리의 발이나 꼬리, 코와 같은 '일부'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시야는 온전한 코끼리를 포획할 수 없다. '전체'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뿐인가. 하나의 결과에 수많은 이유들이 제기되고, 수많은 원인들이 겹쳐진다. 어쩌면 말이다. 그토록 많은 이유와 원인들이 존재하는 건, 결과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결과의 중첩, 우리가 마주하는 건 매우 다양한 층위를 이룬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tvN <소사이어티 게임2> 8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겠지만, (내가 본 코끼리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장동민의 빅 픽처(big picture)가 빛났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장동민은 자신이 배팅 주자로 나섰던 챌린지 '기억의 홀덤'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승리 직전까지 갔다가 역전패를 당한 터라 충격은 몇 배로 컸다. 장동민은 "탈락하게 돼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까지 말했지만, 그의 이름은 탈락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학진이 장동민의 배팅을 문제 삼으며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고우리가 '장동민이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잘했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일단락 됐다. 높동은 장동민을 탈락자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책임을 질 만큼의 실수를 하진 않았지만, 그건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탈락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장동민이 높동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 아닐까. 줄리엔 강과의 확고한 연합도 그의 버팀목이었지만, 보다 든든했던 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게다.


장동민이 거듭해서 밝혔던 것처럼 그의 목표는 순수하게 '높동의 우승'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사람이 살아남아야 했다. 선결 과제는 '이주민 연합의 해체'였다. 마동에서 넘어왔던 정인영, 고우리, 학진은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합'을 구성했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한편으론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이들의 결속력은 매우 단단했고, 성과도 제법 이뤄냈다. 세 사람은 꾸준히 살아남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리더를 앉힐 힘을 발휘했다. 높동의 주인은 사실상 이주민 연합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주민 연합 개개인의 실력은 파이널 멤버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정(情)에 약했다. 이들이 유리에 비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우세한 김회길을 주민 이동을 통해 마동으로 보낼 계획까지 세우자 장동민은 참았던 칼을 빼들었다. 누군가는 그리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높동의 전력이 약해진다는 건 곧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장동민은 먼저 박현석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였고, 논리적으로 그를 이해시켰고 끝내 설득시켰다.


리더 투표에서 4:4 동률을 만들어 전임 리더(박현석)가 차기 리더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줄리엔 강을 리더로 만들었다. 그리고 김회길을 지켜냈다. 또, 리더가 된 줄리엔 강은 마동으로부터 밴(ban)을 당하지 않게 됐다. 일석이조의 결과였다. 어찌됐든 장동민은 높동에 있어 최상의 조건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비록 챌린지의 승리까지 챙기는 데까진 실패했지만, 장동민으로선 그가 할 수 있는 선까지 그림을 그려나간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전리품을 더 챙겼다. 

고우리가 '기꺼이' 탈락자가 되면서 초반부터 유지돼 왔던 이주민 연합이 해체된 것이다. 앓던 이가 빠졌다고 해야 할까. 패배의 고통은 쓰라렸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물론 약간의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예고편에서 살짝 보였듯, 당장 학진은 "솔직히 왜 이걸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블랙리스트 써줘, 그냥 나가고 싶어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시즌 1에서 마동의 양상국 연합이 해체된 후 '보이콧' 단계까지 갔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물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나 팀의 승리를 위해서 이 문제는 높동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빅 픽처를 그렸던 장동민은 남은 이주민 연합을 어떻게 설득시킬까.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높동의 명운을 좌지우지하진 않을 것이다. 높동으로선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높동의 파이널 멤버는 줄리엔 강, 장동민, 김회길, 박현석 중 세 명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설령 팀이 계속 패배하더라도 이들이 먼저 탈락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점차 탈락자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승리의 상품인 음식도 서로 나눠먹는 상황에서 '승리'에 대한 절박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보이콧'을 막을 이유가 없어진다. 골치 아픈 탈락자 선정의 과정을 손쉽게 해 줄 뿐이다. 만약 <소사이어티 게임> 시즌3가 제작된다면, 팀 승리에 대한 보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챌린지에서 마동이 승리하고, 이주한 유리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며 마동의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그러나 주민 교환과 이주민 연합의 해체라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던 장동민의 빅 픽처가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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