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전효성은 민주화의 뜻을 모르고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너의길을가라 2013. 5. 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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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간단한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은 '민주화'라는 용어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는가?  


1. (기관이나 책임자가 국가나 그 체제 따위를)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되게 하다.

2. 강제로 일체화 시킨다. 획일화 하다. 다 없애 하나로 만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민주화'라는 용어를 2번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혹시 지금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혹은 장난 삼아) 그런 맥락에서 '민주화'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러지 않길 바란다. 몰랐다면 알면 되고,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면 고치면 된다. 





SBS 라디오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했던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은 방송 중에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말을 내뱉었다. 이후 이 발언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전효성은 '민주화'라는 말을 1번의 맥락이 아닌 2번의 맥락에서 사용한 것이 분명한데, 이는 우익 성향의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반대' 혹은 '비추천'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용어에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다. 





전효성 직접 해명 “민주화 단어 뜻 몰랐다, 깊이 반성” 공개사과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전효성과 소속사는 진화에 나섰다. 전효성은 사건 당일(14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안녕하세요. 시크릿 리더 전효성입니다. 오늘(14일)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저의 발언과 관련해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소속사 측은 "전효성은 '민주화'가 사전적 의미 외에 다른 뜻으로 쓰이는 줄 모르고 있었다. 일베에 대해 잘 모른다"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티아라 사태에서도 경험했듯이, 정확하지 못한 해명 · 불충분한 해명은 더욱 큰 논란을 가져오게 되어 있다. 소속사는 전효성이 민주화가 사전적 의미 외에 다른 뜻으로 쓰이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효성은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말꼬리를 잡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 해명들은 결코 명쾌하지 않다. 동영상을 통해 확인했겠지만, 전효성은 '민주화'를 '2번(일베에서 사용하는 의미)'의 뜻으로 정확하게 사용했다. 이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줄 몰랐다거나, 정확한 뜻을 몰랐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방송에서 쓸 정도의 말이었다면, 평소에도 많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변명을 하기로 했다면, '인터넷의 댓글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들었고, 별다른 경각심 없이 사용했다. 정말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필자는 소속사의 주장처럼 전효성이 '일베'라는 공간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베'가 아니라도 그와 같은 말들은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기 때문에, 전효성이 굳이 '일베'에서 그 말을 배웠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베'에서 비롯된 말인지 모르고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효성과 소속사의 잘못된 변명은 오히려 '전효성=일베충'이라는 공식만 강화시킨 꼴이 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전효성은 '진짜' 민주화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 역사를 제대로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효성이 몰랐던 '민주화'는 일베에서 쓰는 비하적 의미가 담긴 '민주화'가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흘렸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민주화'이다. (비단 이것을 모르는 것이 '전효성'뿐이겠는가? 굳이 지칭해서 '전효성'이라고 쓰고 있지만, 학생들을 비롯해서 20대, 30대들은 이같은 역사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필자도 마찬가지다.)





전효성은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된 지 27일만에, 마산 중앙부두 앞에서 눈에 알루미늄제 최루탄이 박힌 채 참혹한 주검이 되어 떠올랐던 김주열 열사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죽음은 이후 4.19 혁명으로 이어졌고,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의 12년 독재는 끝이났다. 이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전효성은 인혁당 사건을 통해 억울한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 1964년 8월 14일, 중앙정보부는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학생들을 검거하고선 "인민혁명당은 대한민국을 전복하라는 북한의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반국가단체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포섭, 당 조직을 확장하려다가 발각되어 체포된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974년 4월 민청학련사건 이후, 불안감을 느낀 박정희 유신 정권은 인혁당 재건위가 민청학년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관련자 23명을 잡아들였다. 그 중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는데,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18시간 만에 집행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175년 4월 9일, 서도원ㆍ김용원ㆍ이수병ㆍ우홍선ㆍ송상진ㆍ여정남ㆍ하재완ㆍ도예종은 군사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했다. 





- 5.18 기념재단(http://www.518.org) 에서 발췌 -



전효성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쿠데타를 잃으킨 전두환은 자신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1980년 5월 17일)하고, 계엄군을 동원해 민간인들을 처참하게 학살했다. 당시 사망자는 무려 165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2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죽음과 이들의 눈물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민주화'라는 말을 비아냥거리며 쓸 수 있었겠는가? 





전효성은  제5공화국(전두환) 말기 공안당국에 붙잡혀 온갖 폭행과 각종 고문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박종철 열사를 모를 것이다. 당시 정부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지만, 부검 결과 박종철의 시신은 온몸에 피멍이 들고 엄지와 검지간 출혈 흔적과 사타구니, 폐 등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복부가 부풀어 있었으며 폐에서는 수포음이 들렸다고 한다. 박종철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전효성은 1987년 6.10 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시위에서 전경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사망한 이한열 열사를 모를 것이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은 6.10 항쟁을 이끌어냈고, 결국 전두환에게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평화적 정권이양을 약속하는 6.29 선언을 이끌어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쳤던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화'라는 말에 담긴 그 숭고함을 기억해야만 한다. 전효성이 몰랐던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였던 셈이다. 중 ·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현대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의 자체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또,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될 일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한 개인을 질책하고 그칠 문제가 아니다. 전효성 개인을 비난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아니, 가능하다면 전효성에게 겨눈 칼을 거두자. 


이 문제는 우리의 역사를 무시하고, 우리의 역사를 등한시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소위 위정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한국사' 교육을 학교가 아닌 '예능(무한도전)'이 나서서 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 효성이를 위한 팁 


방송인 김구라는 과거에 했던 위안부 비하 발언이 알려지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철저히 반성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이후 그는 위안부 할마니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전효성이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한다면, 이번 기회(며칠 뒤면 5.18이다)에 광주(꼭 광주가 아니어도 좋다)를 찾아 5.18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철저히 언플을 배제한 채, 진심을 담아야만 하는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되려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효성은 겁에 질려 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비난과 질책에 놀랐을 것이다. 연예계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럴수록 숨지 말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보다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마음이 그리 옹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효성이 진심으로 반성을 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받아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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