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전혀 다른 유형의 '어른' 양현석과 정우성, 누가 진짜 어른인가?

너의길을가라 2017. 1. 20. 19:01
반응형


나이 마흔을 가리키는 말, 불혹(不惑).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사십 해쯤 살다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시비분변(是非分辨)을 할 수 있고, 감정을 절제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다는 의미다. 만약 불혹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달려가 '정말 그런가요?'라고 물어보면 '그게 말이 되냐?'며 오히려 타박을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불혹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실수하고 고민하고 방황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찌됐든 간에 마흔 살이 되면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징징댈 수 없고, 남탓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나이가 되면 '기성 세대', 달리 말하면 '어른'이라 불러도 무방할 테니 말이다. 그때부턴 '책임'이 있다.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한 책임,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 더 살기 좋은 세계를 물려주지 못한 책임 말이다. 그래서 두렵다. 불혹이라는 나이가 말이다. 그렇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걸음씩밖에 움직일 수 없으니까 말이다.


여기 두 명의 '어른'이 있다. '연예계'라는 큰 틀에 포함된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A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 정치나 권력 등 다른 쪽은 아예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한편, B는 이렇게 말한다. "작품을 통해 사회의 불합리함을 얘기하는 데 소홀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 안에서 내가 소통하는 대중시대 정서와는 왜 이리 멀어졌지?'라는 자각이 생겼다."



에둘러 가지 말고, A와 B의 이름을 미리 밝히도록 하자. A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이고, B는 아티스트컴퍼니의 대표이자 배우인 정우성이다. 두 사람은 각각 69년생, 73년생이다. 불혹을 넘긴 '어른'이다. 또, 연예계에 오랫동안 발을 디디고 있었던 만큼 '경력'으로도 '어른'이라 할 만 했다. 높은 위상을 지닌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생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갖는다. 그런데 상반된 내용이 담긴 인터뷰를 읽으면서 문득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지난해에는 YG를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의 비호를 받는다', '최순실 관련 특혜를 입었다' 등의 루머도 돌았다. 


▲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한쪽에 치우치는 게 조심스러워 의도적으로 피했다. 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상을 준다는데 모자를 벗기 싫어 청와대에 가지 않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사무실로 찾아와 상을 전달해주더라.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 정치나 권력 등 다른 쪽은 아예 관심이 없다. (YG에 입사했다는 루머가 돈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도 한동안 남자인 줄 알았을 정도다. 또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터진 것도, 대외적인 사건·사고도 박근혜 정부 이전 일이다. YG 양민석 대표가 문화융성위원이 된 것 역시 싸이의 글로벌한 유명세 때문이지 우리가 무슨 힘을 발휘하려 한 게 아니다. 오히려 활용당한 것이고 혜택도 없었다. 사실이 아닌 일이 유언비어처럼 퍼져 속상하고 안타깝다. 


<연합뉴스>, 양현석 "YG 차별점은 세련미..정치 관심없고 특혜 없었다"①


어떻게 봐야 할까. 양현석 대표의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 정치나 권력 등 다른 쪽은 아예 관심이 없다"는 말은 제법 쿨하게 들린다. 물론 연예계에 속한 사람들은 '공인(公人)'이 아니기에 자신의 영역이 아닌 정치나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말할 의무나 책임은 없다. 그들은 그저 유명인일 뿐이니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 살기에도 바쁜 게 인생인데, 정치나 권력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답할 수 있다.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당신이 틀렸다고.


당연하게도 우리의 삶은 '정치'에 귀속된다. 좁게는 어떤 대통령을 뽑고, 어떤 국회의원을 뽑고, 어떤 지자체장을 뽑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뒤바뀐다. 방향성이 달라진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팽배해진 결과가 어떠했는가. 정치를 소수의 기득권 집단에게만 맡긴 결과가 어떠했는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참담한 지경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바쁜데..'라는 생각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닐까.


ⓒ YG 엔터테인먼트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적어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괴상한 명단을 만들어 무려 9,473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제재하고 옥죄는 박근혜 정부의 해괴망칙한 짓거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그것도 연예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가 할 말은 결코 아니지 않나.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없단 말인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2조 1항의 정신을 무참히 짓밟은 폭거를 보면서도 "정치나 권력 등 다른 쪽은 아예 관심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물론 양현석 대표는 YG에 대한 여러가지 정치적 루머('박근혜 정부의 비호를 받는다', '최순실 관련 특혜를 입었다')에 반박하는 차원에서 이와 같은 한 말이지만, 인터뷰의 전체적인 맥락을 따져봐도 그의 정치적 무관심과 문화계라는 동종업계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은 명백히 드러난다. 양현석은 YG의 차별점을 '세련미'라고 꼽았지만, 과연 이러한 그의 '생각'들은 세련된 것일까? 그가 연예계의 '어른'으로서 자각을 하고, '양현석'이라는 큰 '우산'을 '이익'을 넘어 '정의'를 위해서도 사용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박근혜 나와!"


반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정우성은 <아수라>에 이어 <더 킹>에 출연하면서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부패한 권력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20일 있었던 <아수라> 단체 관람 행사의 무대인사 도중에 극중 자신의 대사를 패러디 해 "박근혜 나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 정치권과 검찰의 유착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더 킹>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어느덧 제 나이도 기성 세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지 고민했다"며 대답했다.


'어른'으로서의 자각,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최근 정치적(?)인 발언들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물음에 대해서는 "나는 상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적 발언이라고 이해되는 사회가 잘못됐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건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상식이 안 통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서로에게 불만 생긴다. 이제는 상식적인 것을 말하면 이상하게 취급 당한다.( <스타뉴스>, 정우성 "정치적 발언? 블랙리스트?..상식을 이야기 한 것")"고 자신의 소신을 담담히 밝히기도 했다. 


불혹을 넘긴, 사회적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 기성 세대 두 사람의 언어가 이처럼 다르다. 과연 누가 진짜 '어른'인가. 또, 어느 쪽이 자신의 직업에 '제대로' 충실한 것일까. 대중의 사랑으로 '존재'를 증명하기에,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연예계 종사자라면, 정우성처럼 마땅히 대중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대 정신에 부합해야 하고, 시대 정서와 호흡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기교'만으로 만들어내는 기계적 결과물에 어찌 대중들이 진심으로 화답하겠는가.  


"기성세대로서, 선배로서 저들에게 무엇을 줬을까,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배우 정우성, 그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징징대지도 않고, 변명하지도 않는 '어른'이다. 또,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길을 무소처럼 걸어가는 진짜 배우다. 


반응형